"한번 맛보면 빠져나올 수 없죠"… K소스 해외서 '킥' 노린다

박윤예 기자(yespyy@mk.co.kr) 2026. 1. 14.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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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시장 급성장세 주춤…식품업계 "글로벌시장 본격 공략"
소스 상품 국내 매출 성장률
2022년 15%→작년 0.8% 뚝
코로나 집밥 특수 끝난 영향
대상, 500개 소스 해외 수출
미국서 '김치스프레드' 공략
CJ, 농도·향 조율한 쌈장 등
유럽 맞춤형 제품 내놔 호평
unsplash

코로나19 기간에 집밥 수요 확산과 함께 급성장했던 국내 소스 시장이 성장 둔화 국면에 접어들었다. 팬데믹을 계기로 폭발적으로 늘었던 가정 내 조리 수요가 정상화되면서 소스류 매출 증가율은 해마다 낮아지고 있다. 이에 식품업계는 내수 중심 전략에서 벗어나 해외 시장으로 시선을 돌리며 새로운 성장동력을 모색하고 있다.

12일 이마트·트레이더스에 따르면 국내 소스 매출 신장률은 2022년 15%에서 2023년 4.6%, 2024년 2.2%, 2025년 0.8%로 매년 하락했다. 코로나19 특수가 끝나면서 고성장을 이끌던 동력이 약화된 모습이다.

소스 시장 흐름도 변하고 있다. 2022년에는 한식소스(18%), 웨스턴소스(20%), 아시안소스(16%)가 전반적으로 고성장을 기록했지만, 이후 성장의 중심은 이동했다. 2023년에는 웨스턴소스(25%)와 고기양념 등 한식소스(12%)가 상대적으로 선전했고, 2024년에는 파스타소스(12.2%)와 아시안소스(8%)가 성장세를 주도했다. 2025년에는 파스타소스(15.5%)와 중식·동남아시아 계열 아시안소스(5.7%)가 성장 축으로 자리 잡았다.

이마트 매장에 진열된 각종 소스 . 이마트

상품 수는 늘었지만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다. 2025년 기준 이마트에 유통 중인 소스류는 800여 종에 달한다. 매년 신제품이 쏟아지지만, 잘 팔리는 제품만 남기고 부진한 상품은 정리하는 '빌드 앤드 스크랩(build&scrap)' 구조가 굳어지며 상품 종류 수에는 큰 변화가 없다. 하나의 카테고리 안에서 세분화가 진행되고 있다. 고기양념만 해도 갈비·불고기·닭갈비 등으로 나뉘며 약 50종에 달하고, 파스타소스는 120여 종까지 확대됐다. 떡볶이소스는 10여 종, 핫소스는 20여 종, 스리라차·칠리 등 동남아 소스는 30여 종이 유통 중이다.

이와 함께 2025년 소스 시장의 또 다른 키워드는 '저당·저칼로리'다. 이마트는 올해 저당·저칼로리 소스로 알려진 '비비드키친(Vivid Kitchen)' 제품 15종을 신규 도입했다. 저당 샐러드 드레싱과 저당 고기소스, 저당 굴·돈가스 소스, 저칼로리 케첩·핫소스 등 건강 지향 제품군을 강화하고 있다. 소비자 선택의 기준이 맛과 편의성에서 건강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다.

내수 성장 둔화 속에서 식품업계 시선은 자연스럽게 해외로 향하고 있다. 특히 김치·고추장 등 한국식 매운맛과 발효 풍미를 앞세운 K소스가 K푸드 인기에 힘입어 글로벌 시장에서 빠르게 영역을 넓히고 있다. 불닭·불고기·떡볶이 양념 등 한국식 소스 수출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며 순항하고 있다.

대상은 글로벌 식품 브랜드 '오푸드(O'Food)'를 앞세워 현재 500여 종의 소스를 40여 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대상은 글로벌 제품군을 계속 확대하고 있는데 고추장 케첩·마요, 김치 케첩·마요 등 제품을 영국을 시작으로 순차 출시할 예정이다. 김치의 풍미를 살린 '김치 스프레드'는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햄버거와 샌드위치에 발라먹는 용도로 판매되고 있다. 가루 형태의 시즈닝 제품 '김치 킥'도 함께 선보이며 활용 범위를 넓혔다.

동원홈푸드의 저당·저칼로리 브랜드 비비드키친은 2025년부터 미국 주류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샘스클럽, 슈피리어그로서에 이어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지역 내 코스트코로 유통을 확대했는데, 준비한 수량의 150%가 판매되기도 했다. 이러한 반응에 힘입어 올해 상반기에는 캘리포니아 지역 내 코스트코 50여 개 매장에서 '로드쇼'(코스트코 매장 내 집중 프로모션)를 추진 중이다.

현지 입맛에 맞춘 '현지화 전략'도 K소스 확산의 핵심으로 꼽힌다. CJ제일제당은 미국과 유럽 소비자를 겨냥해 고추장·쌈장을 튜브형 스퀴저블(짜기 쉬운) 제품으로 출시했다. 기존 장류보다 농도를 묽게 하고 향을 줄여 서구권 테이블 소스 문화에 맞춘 K-BBQ 드리즐(부어 먹는) 소스도 선보였다. 고추장은 영국·스페인 등 코스트코에, 미국에서는 퍼블릭스 1250개 점포에 입점했다.

코첼라에 마련된 삼양식품 불닭 부스. 삼양식품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저희 K소스 해외 매출은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연평균 13.5% 성장하며 꾸준한 확대 흐름을 보이고 있다"면서 "현재 미국과 유럽, 중국 등을 포함해 60여 개국에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외식·급식 업체 등에 납품하는 기업 간 거래(B2B) 채널 공략도 두드러진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8월 불닭소스를 앞세워 미국 중식 프랜차이즈 판다익스프레스와 협업해 신메뉴를 출시했다. 중국과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외식 브랜드와의 협업도 이어지고 있다.

CJ제일제당 역시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세계 최대 외식산업 박람회 'NRA 쇼'에 참가해 고추장 소스를 시스코 등 현지 메이저 B2B 유통 업체에 공급하며 외식 채널 진입을 본격화했다. 지난해 8월에는 '만능 김치요리용 소스'를 유럽 12개국에 유통하며 글로벌 B2B 시장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동원홈푸드는 B2B 전용 브랜드 '비셰프'를 통해 미국 유통 채널에 떡볶이·양념치킨 소스를 납품하고 있다. 히스패닉 대표 유통망인 슈피리어그로서에서는 관련 제품이 매출 상위 5위권에 오르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결국 소스업계의 향후 성장동력은 해외와 B2B 채널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국내 소스 시장은 성장 속도가 둔화되면서 향후 성과가 해외와 B2B 채널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며 "K푸드에 대한 관심이 이어지는 만큼 현지 소비자 입맛에 맞춘 현지화 전략과 용도 확장을 얼마나 정교하게 설계하느냐가 K소스의 다음 단계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윤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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