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동물 밀수 창구·표적 다변화...불법 사각지대 어디?

우다영 기자 2026. 1. 14.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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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마켓과 소셜미디어 등이 불법 야생동물거래 창구로 떠오르면서 밀수 대상 종과 지역 등이 동시에 넓어지고 있다. 과거 상아나 코뿔소 뿔처럼 상징적인 밀수 품목을 넘어 이제는 새·거북·영장류·다육식물·장어·상어까지 거래 대상이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불법 야생동물 거래를 규제하기 위한 국제적 틀은 이미 반세기 전부터 있었다. 20세기 중반 각국 정부는 식량·패션·의약품·반려동물 등 다양한 목적의 거래가 일부 야생 동식물을 멸종 위기로 몰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국가 간 거래였다. 개별 국가는 자국 내 이용을 통제할 수 있었지만, 국제 무역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까지 관리할 수단은 부족했다.

이 같은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1973년 21개국이 워싱턴 D.C.에서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서명했다. 현재 CITES에는 185개국이 참여하고 있으며, 세계 최대 규모의 야생동물 보전 협약으로 자리 잡았다. CITES는 3년마다 당사국총회(COP)를 열어 보호종 목록과 규제 수준을 조정하고, 국제 거래를 규제하거나 금지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3단계 보호 체계, 집행은 각국 몫

CITES는 보호 대상을 위험 수준에 따라 세 단계로 구분한다. 부속서 I에는 호랑이와 고릴라처럼 멸종 위험이 매우 큰 종이 포함돼 국제 상업 거래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부속서 II는 아직 멸종위기 단계는 아니지만, 무분별한 거래가 이어질 경우 위기에 처할 수 있는 종으로, 수출국의 허가가 있어야 거래가 가능하다. 부속서 III는 특정 국가가 자국 보호를 위해 국제 협력을 요청한 종을 의미한다. 현재 CITES의 보호·관리 대상은 3만8000종이 넘는다.

다만 협약 자체가 곧바로 단속이나 처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실제 집행은 각국의 법과 행정, 단속 역량에 달려 있다. CITES는 세관·경찰·야생동물 관리기관 간 협력을 촉진하는 틀을 제공하지만, 집행 격차와 규제 사각지대는 여전히 전 세계적인 숙제다.

WWF(세계자연기금)는 최근 불법 거래가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한 디지털 공간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온라인시장과 소셜미디어(SNS)는 밀수업자들이 전 세계 구매자에게 직접 접근할 수 있는 창구가 되고 있으며, 국내 거래와 국제 거래 경계도 흐려지고 있다. 보호종이 '희귀 반려동물'이나 '관상용 수집품'으로 소개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북미에서 늘어난 토종 명금류 밀수
유리멧새. (사진 Pixabay)/뉴스펭귄

최근 미국에서는 명금류 밀수 적발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명금류는 노래하는 새라는 뜻이 있다. 유리멧새(Indigo Bunting), 오색멧새(Painted bunting), 파랑·장미가슴고로쇠새(blue and rose-breasted grosbeak), 집참새(house finche) 등은 연방법으로 보호되는 토종 조류지만, 반려동물이나 노래 경연용 수요로 불법 거래되고 있다. 이들 새는 해외로 밀반출되거나, 미국 내 암시장에서 유통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주에서 아시아로 향하는 민물거북
테이프로 묶인채 양말에 담긴 동부상자거북. (사진 USFWS)/뉴스펭귄

거북과 육지거북은 오래전부터 불법 거래 대상이었지만, 최근에는 미국과 멕시코에서 아시아로 향하는 민물거북 밀수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발라르타진흙거북(Vallarta mud turtle), 상자거북(box turtle), 점박이거북(spotted turtle), 나무거북(wood turtle) 등 고유종이 반려동물이나 번식용으로 거래되고 있다. WWF는 "아시아 지역의 전통의학·식용·애완 수요가 결합하며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식물, 영장류도 예외 아니다
거미원숭이. (사진 Arturo de Frias Marques, Wikimedia Commons)/뉴스펭귄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나미비아에서는 희귀 다육식물과 구근식물이 관상용 수요에 밀려 불법 채집·거래되고 있다.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영장류 밀수도 증가세다. 거미원숭이(spider monkey)와 고함원숭이(howler monkey)는 CITES 보호종임에도 반려동물 시장으로 유입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어미가 살해되고 새끼가 밀수되는 사례도 보고됐다. 이는 종 보전 문제를 넘어 인수공통감염병과 공공 안전 위험으로도 이어진다.

장어와 상어, 보이지 않는 대규모 거래
실뱀장어. (사진 Uwe Kils, Wikimedia Commons)/뉴스펭귄

민물장어는 다국적 불법 거래의 대표 사례다. 유럽장어와 실뱀장어(glass eels, 치어)가 양식용 종자로 불법 수출되며, 시장 규모는 수십억 달러에 달한다. 상어와 가오리 역시 전체 종 3분의 1이 멸종 위협을 받고 있으며, 지느러미·아가미판·고기 거래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미국에서는 상어 고기가 대부분 잘못 표시되거나 모호한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WWF는 CITES가 "국제 야생동물 범죄에 대응하는 중요한 도구 중 하나"라며 "각국이 협약 이행 책임을 서로 점검하고 집행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불법 야생동물 거래가 사각지대를 타고 빠르게 진화하는 만큼, 규제와 보전 전략 역시 그 변화 속도를 따라갈 수 있을지가 과제로 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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