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반도체 장비사의 특허소송 공세에 흔들리는 국내 소부장

이봉한 기자 2026. 1. 14.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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램리서치, 국내 중소·중견기업 상대로 12건 소송…정부 대응 부재 지적
특허심판선 무효 속출에도 기업들 소송 부담·경영 위축 우려
▲ 구자근 국회의원이 국정감사에서 질의를 하고 있다.

반도체 장비 분야 글로벌 공룡 기업이 국내 중소·중견기업을 상대로 동시다발적인 특허소송을 제기하며 압박을 가하고 있지만,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공급망 안정과 기술 자립을 강조해 온 정부가 사실상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14일 국민의힘 구자근 의원(구미갑·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이 지식재산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반도체 식각 분야 세계 1위 기업인 Lam Research는 2020년 이후 국내 반도체 부품·장비 업체를 상대로 총 12건의 특허침해금지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소송이 장기화되면서 국내 중견·중소기업들이 승소 여부와 무관하게 막대한 소송 비용과 기업가치 하락, 생산 위축 등 복합적인 부담을 떠안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소장이나 경고장을 받는 순간부터 심각한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월덱스, 원세미콘, 씨엠티엑스 등 국내 기업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주요 고객사로 두고 반도체 식각 공정에 필요한 실리콘·쿼츠 등을 생산하고 있으며, 램리서치의 특허침해 주장에 맞서 특허무효 심판으로 대응 중이다.

실제로 구자근 의원실이 특허정보 검색 서비스 '키프리스'를 통해 2022년 이후 특허심판원 심판 결과를 분석한 결과, 관련 12건 중 10건에서 램리서치 특허가 무효 또는 정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소부장 업계는 "글로벌 기업이 특허를 무기화해 국내 기업의 시장 진입을 막는 전형적인 발목잡기"라며 "정부 지원을 받은 외국인투자기업이 오히려 국내 산업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램리서치는 2022년 경기도 용인 R&D센터 설립 과정에서 정부의 현금성 지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구체적인 지원 규모는 영업상 비밀을 이유로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 안팎에서는 "정부가 유치한 글로벌 기업의 공세에 국내 기업만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자근 의원은 "정부는 불필요한 특허소송 남발을 막고 기업 간 상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중소·중견기업을 보호·육성해 건강한 반도체 생태계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