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건설사 줄도산”…광주 삼일건설도 회생절차 신청
극심한 불황에 빠진 지역 건설업계의 구조적 위기 ‘신호탄’ 우려
생존 벼랑 끝…중견사 도산·대형사 탈광주(脫光州) ‘도미노’
(시사저널=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극심한 주택경기 불황 속에 광주·전남 중견 건설사들이 잇따라 기업회생 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해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새해벽두부터 광주·전남 지역 중견 건설사인 삼일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지난해 10월 영무투건 회생절차를 신청한 데 이어 3개월 만에 또다시 중견 건설사가 법원에 관리를 받게 됐다. 지역 중견 건설사 줄도산은 분양시장 침체와 공사비 급등을 견디지 못한 결과다.

시공평가 111위 삼일건설도 법원行
14일 법조계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삼일건설은 지난 6일 광주지법 파산1부(유석동 부장판사)에 법인 회생절차 신청서를 냈다.
법원은 지난 12일 채권자들이 강제집행(경매·압류)하거나 채무자가 임의로 재산을 처분할 수 없도록 '포괄적 금지명령'을 공고했다. 법원은 경영진 심문을 거쳐 회생절차 개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첫 심문 기일은 오는 26일 예정돼 있다.
전남 장성에 본사를 둔 삼일건설은 지난해 기준 시공능력평가 순위 111위의 지역 중견 건설사다. 최갑렬 파라뷰플러스 회장이 설립해 현재는 최인술·김휘상 대표가 운영하고 있다.
아파트 브랜드인 '삼일파라뷰'를 중심으로 광주와 전남은 물론 전국에서 분양 및 임대주택 사업을 해왔다. 삼일건설은 광주·전남지역에서 무안 200여 세대, 화순 500여 세대의 임대아파트를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 지역에서 진행 중인 아파트 공사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일건설은 현재 채무나 공사대금 미지급이 없는 건실한 상태지만, 보증제도 개편에 따라 불가피하게 리스크 방어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했다는 입장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인정 감정평가 제도 변경으로 전국 4600세대에 대한 보증 담보 요구가 급증, 연대보증 참여로 인한 직접적 위험이 커졌기 때문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HUG는 전세사기 예방 등을 위해 비아파트 보증 가입 시 지정된 5개 감정평가법인의 평가만 인정하도록 했는데 계약 금액보다 감정 평가액이 현저히 낮아지는 사례가 다수 발생했다. 이에 따라 업체가 보증금을 낮추거나 HUG에 현금 담보를 내야 해 재계약 시 부담이 과도하게 커졌다는 주장이다.
회사 측은 조속한 사태 정리 의지를 밝혔다. 삼일건설 관계자는 "HUG 제도 개편으로 전국 4600세대의 보증 담보 요구가 수용 범위를 넘어서 연대보증에 참여한 삼일건설이 영향을 받게 됐다"며 "HUG의 보증 처리 및 압류가 진행되면 회사가 위험해질 수 있어 불가피하게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조속히 사태를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지방엔 먹을 게 없다"…대형건설사 연쇄 이탈도
업계에선 삼일건설의 법정관리 신청을 보증제도 변화와 부동산 경기 침체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한 결과로, 지역 건설업계의 구조적 위기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광주·전남에서는 지난해 5월 영무토건이 부채 790억원을 견디지 못하고 광주지방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해 지역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줬다. 1997년 서해토건으로 창립한 영무건설은 지난해 국토교통부 시공능력평가에서 111위를 기록한 중견건설사다.
자체 주택 브랜드인 '영무예다음'으로 전국 각지에서 분양사업을 전개했지만 원자재값과 인건비 상승, 미분양 등으로 현금유동성 위기를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탑건설(시공능력평가 97위)·유탑엔지니어링·유탑디앤씨 등 유탑그룹 계열사 3곳 역시 지난해 10월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유탑그룹은 광주시청사, 전남도청사, 광주월드컵경기장,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등 호남권 랜드마크를 시공한 지역 대표 건설사로 꼽혔다. 2024년엔 한국건설과 남양건설, 남광건설 등도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중소 건설사의 연쇄 폐업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광주·전남 주택건설업 폐업은 136곳에 달했다. 건설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자금난과 수주 부진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한 중소 건설사들이 결국 생존 벼랑 끝을 넘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역 건설시장을 주도했던 대형건설사의 이탈도 연쇄적으로 발생했다. 한 언론사 보도에 따르면 중흥건설은 본사를 광주에 유지하면서도 서울·수도권 정비사업 확대를 위해 수주·개발·기획 등 본사 인력 일부를 서울로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본사는 광주에 두되, 실제 의사결정과 사업의 중심축은 수도권으로 옮기는 구조다. 이는 세 번째 주요 건설사의 탈광주(脫光州)다.
이미 호남권 굴지의 건설사는 본사를 서울로 이전하거나 사무소를 냈다. 서울과 수도권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호반건설은 2019년 본사를 서울 서초동으로 이전했고, 우미건설은 성남 분당으로 본사를 옮겼다. 제일건설 역시 광주 본사를 유지한 채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 지사를 두고 수도권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금호건설은 서울에 본사가 있다.
이처럼 지방을 거점으로 성장한 건설사들이 고향을 떠나 서울과 수도권으로 올라가는 데에는 지역 인구 감소와 주택시장 침체가 자리 잡고 있다. 지방에서 더 이상 신규 사업을 찾기 어려워진 것도 '탈지방'을 가속화하는 배경이다.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도시정비사업 수주가 서울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서울과 수도권 주요 도시정비사업에 대한 사업 역량을 강화하고 지역별 현장 밀착형 관리와 신속한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지역 건설업계 관계자는 "지방 건설업의 위기는 단순한 경기 침체가 아니라 인구 감소와 산업 구조 변화가 맞물린 구조적 문제"라며 "분양률 저하와 이에 따른 미수채권 증가, 준공 후 미분양 확대, 공사비 급등 등 복합적 리스크가 위기를 가중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보증제도 변경 등으로 유동성이 취약한 지방 중소 건설사들이 희생되고 있다"며 "SOC 예산의 조기 집행과 내년 예산 확대, 세제 혜택 등 정부 차원의 강력한 부양책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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