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한계, 해외로 下] “불황에도 떠난다”…여행업계, ‘수익성’ 올인
"내수보다 저렴한 해외" 가격 역전 현상…아웃바운드 수요 지속 증가 전망

14일 법무부와 한국관광공사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우리 국민의 해외 출국자 수는 2683만 명으로 집계됐다. 아직 12월 통계가 포함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2024년 연간 수준에 육박하는 수치다.
특히 전통적 비수기로 꼽히는 11월에도 출국 수요가 꺾이지 않았다는 점이 주목된다. 고물가와 경기 침체 속에서도 해외여행이 한국인의 '필수 소비재'로 자리잡았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내수 관광의 가격 경쟁력 약화'에 따른 풍선효과로 분석한다. 국내 물가 상승으로 제주도 등 주요 관광지의 체류 비용이 급등한 반면, 일본의 '슈퍼 엔저' 현상 지속과 동남아 노선 확대 등으로 해외여행의 진입 장벽은 상대적으로 낮아졌기 때문이다. 즉 합리적 소비를 추구하는 수요가 내수 시장을 이탈해 해외 시장으로 이동하는 구조적 전환이 일어난 것이다.
시장의 양적 성장에 맞춰 여행사들의 경영 전략도 '송출객 수(Volume)' 중심에서 '수익성(Profitability)' 중심으로 선회했다. 과거에는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노마진'에 가까운 초저가 패키지를 쏟아냈지만, 이제는 객단가(ASP)가 높은 프리미엄 상품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

모두투어 역시 내실 경영에 방점을 찍었다. 자체 기획한 시그니처 상품 비중을 40%대까지 늘리고, 데이터 분석을 통해 마진율이 낮은 상품은 과감히 구조조정하고 있다. AI(인공지능) 기반의 고객 맞춤형 추천 서비스를 고도화하여 마케팅 비용 대비 전환율(ROAS)을 높이는 작업도 병행 중이다.
야놀자, 인터파크트리플 등 OTA(온라인 여행 플랫폼)의 약진도 기존 여행사들의 체질 개선을 압박하는 요인이다. OTA가 항공권과 숙박 예약 등 개별 자유 여행(FIT) 시장을 장악함에 따라, 전통 여행사들은 패키지 상품의 차별화 없이는 생존이 어렵다는 위기감을 갖고 있다.
이에 여행사들은 자사 앱(App) 고도화를 통해 플랫폼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오프라인 대리점 의존도를 낮추고 모바일 직접 판매(D2C) 비중을 높여, 중간 수수료를 절감하고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실제 주요 여행사의 온라인 채널 판매 비중은 지난해 처음으로 50%를 돌파하며 판매 채널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결국 여행업계의 현재 흐름은 내수 시장의 한계를 글로벌 수요 흡수로 극복하려는 시도다. 국내 인구 감소와 내수 부진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아웃바운드(내국인의 해외 출국) 시장의 성장은 기업들에게 확실한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여행업계의 실적 호조는 내수 소비가 해외로 이전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기회 요인"이라며 "기업들이 단순 알선 중개를 넘어 콘텐츠 기획력과 IT 기술을 결합한 '종합 여가 플랫폼'으로 진화해야만 구조적 성장기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