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나래 논란, 녹취 3분이 바꾼 여론… 그러나 쌓인 증거는 3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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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센스] "언니는 내 사랑이에요." 울먹이는 목소리로 박나래를 걱정하던 전 매니저 A 씨. 통화 녹취가 공개되자 '이게 갑질 피해자냐', '박나래가 억울한 거 아니냐'는 동정론이 확산됐다. 하지만 2026년 1월 13일 디스패치가 공개한 카톡 내역과 처방전, 법인카드 결제 명세는 논란의 본질이 감정이 아니라 '일의 경계'에 있음을 보여줬다.
녹취록 공개, 그리고 12월 8일의 진실
사건의 발단은 2025년 12월 5일이었다. 박나래 측이 A 씨에게 합의를 제안했다. A 씨가 거부했다. 1시간 뒤, 박나래는 매니저들의 과도한 요구와 갑질을 주장하는 공식 입장을 발표하고 법적 대응에 나섰다. A 씨 측 주장이다.

3일 뒤인 12월 8일 새벽 1시 42분, 2시 31분. A 씨 휴대폰에 전화가 두 번 걸려왔다고 한다. 발신자는 박나래였다. A 씨는 퇴사 후 박나래에게 먼저 연락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 통화가 1월 10일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됐다. A 씨는 울먹이며 복돌이 건강을 걱정하고 박나래를 염려했다. 여론은 순식간에 요동쳤다. '이게 갑질 피해자 맞나', '박나래가 억울한 거 아닌가'.
하지만 A 씨는 박나래가 꺼낸 카드는 복돌이였다고 밝혔다. 통화 내내 반려견 이야기가 나왔고, A 씨는 자신이 복돌이 돌봄을 전담했다고 주장했다. A 씨는 복돌이를 데려와 병원 치료, 서울 이동, 먹이와 배변 관리, 산책, 목욕까지 전부 자신이 했다는 것이다.
통화 직후 두 사람은 박나래 집에서 약 3시간을 보냈다. A 씨에 따르면 박나래와 남자친구는 계속 술을 마셨고, 법적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 대신 박나래는 옛 사진을 보며 "그때가 좋았다", "다시 같이 못 할까"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음악이 흘렀고, 노래방에 가자는 말이 나왔다. A 씨는 돌아가려 했지만 어려웠다고 주장했다. A 씨 컨디션이 급격히 나빠져 구토했고, 디자이너와 함께 새벽 6시쯤 나왔다는 설명이다. 그때도 박나래는 "토하는 건 다들 하는 거다"며 더 있으라고 했다는 설명이다.

박나래는 같은 날 오전 "오해를 풀었다", "모든 것이 제 불찰"이라며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12월 8일 점심. 쏟아지는 연락에 A 씨는 잠을 깼다. 인터넷엔 "화해했다"는 기사들이 쏟아졌다. 댓글엔 '결국 돈 때문', '돈 받으니까 화해하는 거 아니냐'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다음 날 A 씨 측은 정반대 입장을 냈다. 사과나 합의 없이 '다시 일하자'는 말만 반복했다고 주장했다. 박나래 측은 "A 씨가 새벽 회동에서 5억 원 합의금을 요구했다"고 맞섰다.
A 씨는 이를 정면 부인했다. 새벽 회동 약 3시간 동안 법적 합의 논의는 없었다는 것. 합의서, 합의 금액, 고소, 소송, 취하, 가압류. 이 단어들은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고 못을 박았다. 금액 얘기가 나온 건 박나래가 변호사 상담비로 1억원 가까이 썼다는 하소연뿐이었다는 것.
A 씨 측은 박나래 변호사에게 합의서를 보냈다. 금액은 쓰지 않았다고 한다. "허위 발표를 철회하고 사과하라"는 요구만 담았다. 박나래 측 답변은 "돈 말고 뭐가 필요하냐"였다는 주장이다. A 씨는 "처음부터 제가 돈을 요구할 거라는 전제로 계획된 것 같았다"고 밝혔다. 협상은 결렬됐다.
출국 심사 마쳤는데..."샤넬백 가져와 줘유"
하지만 13일 디스패치 보도로 논란의 축이 이동했다. 녹취록 속 눈물이 아니라, 매니저들이 견뎌온 '갑질'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2023년 11월 4일, '나 혼자 산다' 대만 촬영을 위해 인천공항에 도착한 박나래와 A 씨. 두 사람은 이미 출국 심사를 마쳤다. 오전 9시 출발 비행기에 탑승만 하면 됐다.
그때 박나래가 부탁했다. "집에서 샤넬백 좀 갖다줘유." 당시 박나래는 구찌 가방을 들고 있었다. A 씨는 역사열(출입국 절차를 반대로 밟는 절차) 절차를 밟아 출국장을 빠져나왔다. 항공사 측에 약물 미지참이라고 둘러댄 뒤, 법무부와 세관을 거꾸로 지나갔다.
A 씨와 박나래의 카톡을 보면 당시 상황이 담겨 있다. 박나래는 이미 대만에 도착했고, A 씨는 다음 비행기인 오후 5시 10분 비행기를 예약한 상태였다. 박나래는 추가로 공항 면세점 에르메스 신발 재고까지 확인하라고 했다. A 씨가 대만 공항에 도착한 건 결국 오후 8시 30분이었다.
촬영에 필요한 물건이었을까. 박나래는 이미 구찌 가방을 들고 있었다. 매니저의 정당한 업무 범위라고 하기에는, 이해할 수 없는 심부름에 가까웠다.
산부인과 처방전 두 장
"녹화 전에 먹어야 한다고 제게 약을 받아 오라고 했어요." 매니저 B 씨가 공개한 건 산부인과 관련 서류였다. A 씨와 B 씨가 주고받은 메시지에는 당시 상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산부인과에서 약 사달래. 녹화 전에 먹어야 함."
"제가 진료 받아야 하는 거죠...?"
"제 진료데이터 더러워지는 게 너무 싫어요."
"그거 기록 안 남게 해달라고 해."
B 씨는 "저는 미혼입니다. 만약 결혼할 상대가 제 의료기록을 보기라도 한다면..."이라고 말했다. B 씨 말이 사실이라면 양측 모두 법적 문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매니저들은 처벌 위험을 무릅쓰고 이를 폭로했다.

박나래 측은 일부 매체를 통해 "매니저 A 씨가 1년 동안 법인카드로 7,700만원을 사용했다"고 공격했다. A 씨 1년치(2024년 10월~2025년 9월) 법카 사용액은 4,857만원이었다. 대부분 주유비, 주차비, 대리비, 간식비, 소품비였다.
그중 특이한 내역이 발견됐다. 2025년 1월 16일 결제된 360만 원. 결제처는 성형외과였고, 장부상 '연기자 미용비'로 기록됐다. 박나래 소속사에는 연기자가 없다. 결제 내역과 카톡을 대조해보니, 360만 원짜리 시술을 받은 건 박나래 모친이었다.
"어머님 시술 하시고 약 받아 가시면 5시쯤 될 것 같습니다. 총 결제금액은 360만 원입니다."
"고마워유"
매니저 B 씨는 해당 기간 6,705만원을 사용했다. 큰 금액은 회식비, 작은 금액은 간식비였다. 모든 법카 사용 내역은 실시간으로 박나래에게 알림이 갔다. A 씨는 박나래를 횡령(법카 사적 유용)으로 고소한 상태다. 경찰은 법인카드 일체를 조사할 예정이다.
심부름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가족 일정 관리도 매니저의 업무였다 남동생 건강검진 병원 예약, 어머니 지인의 성형외과 상담 일정까지 남자친구 술자리 준비도 포함됐다
주류 구매도 '쌀베니 1박스, 화요 2박스요' 등으로 품목별로 요청했다. 모든 요청 뒤에는 "미안해유"가, 수행 후에는 "고마워유"가 따라붙었다. 매니저들은 "그 일을 하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연예인에 대한 애정. 그게 없었다면 그 보수로는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휴일도 없이 각종 사무와 가정 업무를 병행했다"라고 말했다.
A 씨를 '신입 매니저'로 표현한 언론 보도에 대해 A 씨는 반박했다. 10년 이상 법인 운영 경험이 있는 대표이고, 박나래가 소속됐던 JDB엔터테인먼트에 입사할 때 예능계 경력만 없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4대 보험과 급여 문제에 대해서도 '최종 결정은 모두 박나래가 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A 씨는 "박나래가 JDB 대표 약점을 잡으려고 녹취를 해오라고 지시했다"는 폭탄 발언도 내놨다.
감정 싸움은 끝, 법정 싸움으로
A 씨는 "통화에서 울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상황을 아는 것처럼 판단하지 말아달라. 반전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B 씨는 "박나래가 잘해줬다는 말이 나오는데, 그럼 우리는 부족했나"라며 "이런 업무도 해보셨냐"고 반문했다.
통화 녹취록 하나로 반전이 예고되는 듯했던 박나래 사건. 하지만 구체적 증거 공개로 논란은 '누가 더 억울한가'에서 '도가 지나친 갑질 아닌가'로 이동했다.

온라인 여론은 지쳐가는 분위기다. "도대체 누구 말이 맞는 거냐", "이제 그만 보고 싶다"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현재 박나래는 전 매니저들을 공갈미수·횡령 혐의로, 전 매니저들은 박나래를 특수상해·직장 내 괴롭힘 등으로 고소한 상태다. 경찰은 총 7건(강남서 6건, 용산서 1건)의 사건을 수사 중이다.
이제 진실은 법정에서 가려질 것이다. 공항 출입국 기록, 의료기관 처방전, 법인카드 거래 명세, 현장 CCTV, 통화 전체 녹취, 고용 계약서, 임금 내역, 증인 진술. 물적 증거들이 차례로 확보되고 있다.
'미안해유', '고마워유'가 반복되던 카톡 대화창. 그 뒤에 쌓인 것은 공항 리턴, 대리 처방, 가족 심부름이었다. 감정의 공방은 끝나고, 이제는 문서를 통해 법이 판단할 차례다.녹취 3분, 심부름 3년. 법정은 어느 쪽 손을 들어줄까.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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