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프보다 요리사로 불리고 싶다"'흑백요리사2' 우승 최강록의 재도전 서사

정효림 기자 2026. 1. 14. 11:31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조림핑’ 최강록, 조림 없이 ‘요리괴물’ 제치고 최종 우승
요리를 대하는 그의 태도는 성실함이었다

[우먼센스] 최강록이 재도전 서사를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했다.

13일 공개된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시즌2> 최종회에서 최강록 셰프가 우승을 차지했다. 시즌1 팀전 탈락의 아픔을 딛고 '히든 백수저'로 재도전한 그는 마침내 흑백요리사의 정상에 섰다. 2013년 <마스터셰프 코리아2> 우승 이후, 13년 만의 서바이벌 프로그램 우승이다.

마지막 라운드의 주제는 '오직 나를 위한, 단 하나의 요리'였다. 조림 요리를 할 것이라는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그는 '깨두부를 곁들인 국물요리'를 선보였다. 송이버섯·표고버섯·대파·다시마·순무·호박잎·성게알 등 자신이 좋아하는 재료들을 아낌없이 넣어 따듯한 국물 요리를 완성했다. 그는 "심사를 떠나, 진짜 나만을 위해서 막 만든 요리"라고 메뉴를 소개하며 "조림을 잘 못하면서도 잘하는 척 살아온 시간들이 있었다. 나를 위한 요리에서만큼은 조림을 하고 싶지 않았다"고 밝혔다.

결과는 백종원, 안성재 두 심사위원의 만장일치였다. 함께 결승에 오른 '요리괴물' 이하성 셰프의 순댓국을 제치고, 최종 우승을 거머쥐었다.

"아무것도 안 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라며 재도전을 선언했던 최강록. 그는 마지막까지 "저는 특별한 요리사가 아니다"라고 말하며, 앞으로도 음식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하며 살겠다는 소감을 전했다.  그리고 특유의 담담한 한 마디로 흑백요리사 시즌2의 막을 내렸다. 

"재도전해서 좋았다."

사진=넷플릭스

그가 걸어온 '흑백' 서사

"나야, 재도전"

이번 시즌 최강록의 첫 등장은 시작부터 강렬했다. '히든 백수저'로 흑수저 80명과 동일한 조건에서 심사를 받아야 하는 1라운드 미션에서 그는 '민물장어조림'을 선보이며 서사의 포문을 열었다. 장어를 정성스럽게 손질해 조려낸 요리는 백종원에게 "완벽하다"는 평을, 안성재에게 "이렇게 깔끔하고 담백한 장어 조림은 처음"이라는 극찬을 받았다.

이후 '대파의 사생활'이라고 이름 지은 대파 달걀찜, 결승 직행을 만들어준 '무시즈지(찜 초밥)'까지 조림과 재료 본연의 맛에 대한 집요함으로 연이어 라운드를 통과하며 우승 서사를 완성했다. '조림핑', '연쇄 조림마', '욕망의 조림 인간'이라는 수식어 너머, '척하지 않는' 국물요리로 최종 승부를 본 점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사진=넷플릭스

요리 서바이벌 2회 우승을 거머쥐기까지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두 번의 우승을 거두기까지, 최강록의 요리 인생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음식을 만드는 것에 대한 열정 하나로 굴곡의 시간을 견뎌왔고, 축적된 노력의 시간이 오늘의 결과로 이어졌다.

최강록이 대중에게 처음 알려진 계기는 2013년 <마스터셰프 코리아2>였다. 그는 당시 강레오 심사위원의 극찬 속에 65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우승을 차지했다. 어수룩한 말투와 내향적인 인상, 그와 대비되는 압도적인 요리 실력은 심사위원과 대중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이후 다양한 방송 활동을 통해 인기를 얻으며 특이한 이력 역시 주목받았다. 고등학교 시절 밴드에서 드러머로 활동했지만 음악 입시에 실패했고, IMF 외환위기 시절 해병대에 입대했다. 전역 후 요리 만화 '미스터 초밥왕'을 계기로 요리에 입문해 초밥 가게를 창업했지만 운영이 어려워져 폐업했고, 서른을 앞두고 일본 명문 요리학교 츠지 전문학원에 입학했다. 하지만 유학 후 연 반찬가게마저 적자로 문을 닫으며 생계를 위해 참치 무역회사에 취직했다. <마스터셰프 코리아2> 참가 당시 그의 직업이 '회사원'이었던 이유다. 고된 회사 생활 중 술김에 지원한 서바이벌에서 그는 결국 우승을 거머쥐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13년 뒤, 또 한 번의 요리 서바이벌 정상에 올랐다.

어록부터  음원까지…'셰프계의 아이돌' 최강록

최강록은 뛰어난 요리 실력만큼이나 '밈'에도 강하다. 평범한 문장에도 운율이 느껴지는 그의 말투는 수많은 어록과 밈을 만들어냈다.

마스터셰프 코리아2에서 탄생한 "제목은 고추장 닭날개 조림으로 하겠습니다, 근데 이제 바질을 곁들인"은 전설의 밈이 됐다. '~~를 곁들인'이라는 이른바 '휴먼강록체'는 지금까지도 회자된다. 흑백요리사 시즌1에서는 "나야, 들기름"이 유행했고, 시즌2에서는 "다 조려버리겠다", "거봐, 조리길 잘했지" 같은 표현들이 화제를 모았다.

지난해에는 팬들이 자비로 기획하고 운영하는 생일 카페, 이른바 '생카'가 열리기도 했다. 아이돌이나 배우도 아닌 셰프에게 이런 이벤트가 열린다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었다.

최강록 셰프 인스타그램/ @roi_choi 

최강록의 출연 영상을 편집해 만든 음원까지 등장했다. 유튜버 '제프프'는 최강록의 흑백요리사 출연 영상을 편집해 '최강록-앙(䬬)'이라는 제목의 싱글 앨범을 만들었다. '폭신폭신', '부들부들' 등 의태어를 자주 사용하는 그의 말투는 계속 찾아보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

팬메이드 콘텐츠도 끊이지 않는다. <마스터셰프 코리아2> 시절 영상부터 개인 유튜브 영상, 출연했던 프로그램의 쇼츠들이 계속해서 재조명되며 관련 콘텐츠가 쏟아진다.

그의 인간적인 매력 뒤에는 요리에 대한 '진심'이 있다. 요리사라는 직업에 대한 자부심과 깊은 애정, 그리고 자신이 만든 요리를 먹는 사람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라는 순수한 마음. 그 진심이 최강록을 특별하게 만든다. 사람들이 그에게 끌리는 이유다.

<요리를 한다는 것> 최강록의 요리 철학 

'요리를 한다는 것' (출판사 클)/ @roi_choi 

독자의 입장에서 책을 읽다 보면, 글 너머로 작가의 목소리가 또렷이 들려오는 순간이 있다. 최강록의 에세이 <요리를 한다는 것>이 그렇다. 그의 글에는 호흡과 웃음, 마음의 결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책에서 그는 음식과 요리, 식당 운영, 요리사로 살아가는 삶에 대해 폭넓게 이야기한다. 방송을 통해 알려진 모습 너머, 담담하면서도 재치 있는 문장으로 자신만의 요리 철학을 전한다. 

세상이 인정하는 '조림킹'이 된 그는 책에서 "지금도 조림을 잘한다고 칭찬을 들으면 아무 말도 못 하겠다. 내가 생각하는 기준에는 도달하지 못했다"며 자신의 조림 점수를 "100점 만점에 51점"이라고 겸손하게 표현한다. 여전히 부족함을 전제로 더 나아가고자 하는 모습이 인상적인 지점이다.

그가 요리를 대하는 핵심 태도는 성실함이다. 그는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견뎌내는 것도 대단한 인내"라며, 기술이란 100번쯤 반복해야 몸에 남는 것이라고 말한다. 출발선이 조금 달라도 기본을 지키며 성실히 시간을 보내다 보면 결국 어느 지점에서 만나게 된다는 그의 말은 오래 남는다. 

최강록 셰프 인스타그램/ @roi_choi 

아직 그는 하고 싶은 게 많은 낭만 요리사다. 언젠가는 요리 만화책을 만들고 싶고, 자신의 마지막 식당은 아마도 '막국수 가게'가 될 것 같다고 말한다. 초밥 가게, 반찬 가게, 식당 '네오'를  거쳐 또 어떤 공간을 만들어갈지 그의 다음 행보가 궁금해진다.

그에게 식당은 단순한 일터가 아니다. 그는 "식당을 한다는 건 내가 살아 있고, 살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한다. 육수를 이틀간 끓이고, 새벽부터 재료를 손질할 수 있는 공간. '요리사 최강록'의 주된 기능을 가장 온전히 발휘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식당이다.

요즘에는 '셰프(Chef)'라는 표현을 많이 쓰지만, 어쩐지 조직의 수장 같은 이미지가 떠올라 그냥 '요리사(Cook)'로 불리고 싶다는 최강록. 그는 누군가 자신을 떠올릴 때 "최강록은 요리사였어"라고 기억해주길 바란다는 말로, 에세이를 마무리한다. 요리, 그리고 요리사라는 직업에 대한 깊은 진심이 전해지는 대목이다.

정효림 기자 jhlim@seoulmedia.co.kr

Copyright © 우먼센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