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아파트, 거래는 멈칫 전세는 오른다
거래 위축 속 관망세 지속…신축·역세권 전세 수요는 견조

연초 비수기를 맞아 대구 아파트 매매시장이 숨 고르기에 들어간 가운데, 전세시장은 완만한 상승 흐름을 이어가며 매매·전세 간 온도 차가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1월 첫째 주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07% 하락했다. 서울과 수도권이 각각 0.07% 떨어진 가운데, 비수도권 역시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였다. 대구가 포함된 5대 광역시는 평균 0.03% 하락하며 조정 흐름을 이어갔다.
대구 역시 연말연초 거래 공백과 매수 관망세가 겹치며 가격 변동성이 제한적인 모습이다. 지역 부동산 업계에서는 "급매 위주로만 거래가 이뤄지고, 일반 매물은 호가 조정 없이 버티는 분위기"라며 "금리 인하 기대감은 있지만 실제 거래 회복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다만 월간 기준으로 보면 하락 압력이 크게 확대된 상황은 아니다. 지난해 12월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0.60% 상승했고, 서울은 0.79% 올라 직전 달과 유사한 흐름을 유지했다. 대구 역시 단기 조정보다는 장기 침체 이후의 바닥 다지기 국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세시장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1월 첫째 주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은 0.13% 상승하며 전주 대비 상승폭이 확대됐다. 수도권이 상승세를 주도했지만, 5대 광역시도 평균 0.08% 오르며 완만한 회복 흐름을 나타냈다.
대구 전세시장에서는 신축 아파트와 학군·역세권 단지를 중심으로 수요가 유지되고 있다. 입주 물량 부담이 점차 줄어드는 가운데, 매매 대신 전세를 선택하는 실수요층이 여전히 많다는 점이 전세가격을 떠받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매매를 미루고 전세로 머무르려는 수요가 꾸준해 전세 매물은 빠르게 소진되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전세 시장의 강세는 향후 1~2년간 대구 지역의 입주 물량이 급격히 감소한다는 공포 섞인 전망과 맞닿아 있다. 수년간 대구 부동산 시장을 짓눌렀던 '공급 폭탄'이 해소 국면에 접어들면서,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전세 매물 귀한 몸 대접을 받는 현상이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세가율이 점진적으로 회복됨에 따라 매매 가격을 하방에서 지지하는 힘이 강해지고 있다는 점은 시장의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된다.
여기에 더해 실수요자들이 '더 이상 떨어지지 않는다'는 바닥 확인 과정을 거친다면, 전세 수요의 일부가 매매로 전환되며 거래량 회복의 신호탄을 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지역 내 양극화는 숙제로 남을 전망이다. 인프라가 잘 갖춰진 수성구와 신축 대단지 위주의 중·남구 일부 지역은 빠른 회복 탄력성을 보이는 반면, 공급 과잉의 여파가 가시지 않은 외곽 지역은 여전히 조정의 긴 터널을 지날 수 있다. 결국, 2026년 대구 시장은 전체적인 동반 상승보다는 입지와 상품성에 따른 '옥석 가리기'가 심화되는 초격차 시장의 원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서울 아파트 매매 시가총액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점도 눈길을 끈다. 부동산R114의 AI 시세 조사에 따르면 2025년 12월 말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시가총액은 약 1,832조 원으로 집계됐다. 신축 아파트 중심의 가격 상승과 재건축 기대감이 시가총액 확대를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흐름은 대구 시장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과 수도권의 신축 선호 현상이 지속될 경우, 대구 역시 신규 공급 단지와 입지 우수 단지를 중심으로 가격 차별화가 심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대구 부동산 시장은 당분간 거래 회복보다는 가격 안정과 수급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이 이어질 것"이라며 "매매는 조정 국면이지만, 전세시장은 실수요 중심으로 비교적 견조한 흐름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규현 기자 leekh1220@idaegu.com
Copyright © 대구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