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보다 정에 굶주린… 독거어르신 외로움 보면 늘 가슴 아파[사랑합니다]

2026. 1. 1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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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합니다 - 돌봄서비스로 만난 어르신(상)
필자(오른쪽)는 생활지원사로 노인맞춤돌봄서비스 업무를 통해 어르신들께 애틋한 정을 느낀다.

14년 전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며 딸로서의 경력이 멈춘 나는 늘 그리움의 노예로 잡혀 살아가고 있다. 그리움은 늘 무기력을 학습시키고는 했다.

노인맞춤돌봄서비스 생활지원사 업무를 수행하면서 만난 하동기(가명) 어르신은 독거인인데도 혼자 밥 드시는 일을 제일 힘들어하셨다. 딩동, 벨을 누르면 ‘오야, 간다, 간다, 아야, 아야’ 하시며 문을 열어주신다. 첫마디는 늘 “판 펴라, 밥 먹자”다.

중점 돌봄 어르신이라 일주일에 두 번 밥을 함께 먹으며 어르신과 나는 밥 정(情)이 들었다. 함께하는 외출동행은 허리가 아프시다며 한의원에 침 맞으러 가기, 혈압약·당뇨약 처방받기, 기운이 없으시다며 병원에 가셔서 영양제 수액 맞기 등 병원 순례가 대부분이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으신 것이 의사 선생님의 말만 들으셔도 한 사나흘은 기분이 좋아 보이셨다. 어쩌면 이런 일들은 독거의 외로움을 표현하는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 싶다.

아프다는 말을 달고 사시지만 그날은 평소와는 달리 기운이 없어 보이셨다. 내가 가도 누운 채로 계셔서 어디가 편찮으신지 병원을 가보자 해도 “괜찮다 좀 누웠다 일어나면 된다” 하셔서 아무것도 못 하고 돌아서 나와야 했다. 퇴근하고도 집에서 쉬는 내내 불안해서 식사는 좀 하셨나 전화를 드렸더니 오전보다 더 힘없는 목소리로 여전히 아무것도 안 드시고 누워계신다는 말에 20여 분 거리에 있는 어르신 댁을 가는 동안 나는 차 안에서도 달렸다.

“안 되겠어요. 병원 가서 진료받아봐요” 하니 부스스 겨우 일어나 앉으신다. 의사 선생님 말씀이 연세가 있으신 노인분들은 치료 시기를 놓치면 되돌릴 수 없을 때가 많으니 입원 치료를 한 며칠 받으며 몸을 돌보셔야 한다기에 아드님께 이런 상황을 전화로 말씀드렸다.

“내가 지금 일하는 중이라 가기가 힘들어요. 엄마 보호자는 큰누나이지 나는 보호자가 아니에요.” 헉! 사실 어르신의 아드님은 어르신이 낳으시기는 하셨어도 양자로 보내져 작은집에서 자랐다. 다시 큰따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는데 멀리 있어서 못 오겠다며 우리 엄마는 늘 그러신다, 그러다 괜찮으실 거니 거동이 아예 안 되는 거 아니면 집으로 모셔다드리면 좋겠단다. 기가 막히고 말문이 막힌 나는 이 상황을 의사 선생님이 직접 따님께 전해달라며 큰따님을 바꿔드렸다.

어르신은 수액을 맞고 계시고, 나는 자제분들의 생각을 기다렸다. 다시 아드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119를 불러주세요. 엄마가 못 걷는 거는 아니니 입원을 생활지원사가 대신 좀 시켜드리면 밤늦게 올게요”라고 했다. “119도 부를 수 있고 병원까지 모시고 갈 수 있으나 입원 수속 과정은 보호자가 하셔야 하지 않겠냐”고 하니 다시 큰누나가 보호자이지 본인은 보호자가 아니라는 말을 했다.

어르신을 생각하면 눈물이 흐르고 시간도 흐르는데 우리 아들이 하교할 시간이니 진땀 나는 이 상황을 센터에 계신 사회복지사님께 의논했다. 모 병원에서 보호자 없이도 생활지원사가 보호자 대행을 하면 일단 입원까지는 받아준다고 했단다. 어르신을 부축해 모시고 댁에서 주섬주섬 의사 소견서와 속옷 등 입원 준비 보따리를 챙기는데 그제야 아드님에게 전화가 다시 왔다. 아드님이 사는 양산의 큰 병원으로 모시고 가서 입원시킨단다.

진작 그러지, 어르신이 아시면 어떤 기분이실까. 명절이면 자식들 온다고 LA갈비 가득, 불고기 가득, 약밥도 한가득 만들어두고서 기다리시는 어르신인데 말이다. 만 가지 생각이 스쳤다. 어스름 저녁이 되어서야 도착한 아드님이 머쓱한 표정으로 딱 한마디 고맙습니다, 라는 말을 건넸다. 바쁘다는 아드님은 한 시간 거리, 멀어서 못 온다는 큰따님은 두 시간 거리에 살고 있다.

박문희(생활지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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