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이씨 직장인 심리학]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인간 심리, 확증편향의 대가

2026. 1. 14.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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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식 트라이씨 심리경영연구소 공동대표
우리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본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착각이다. 우리는 세상을 우리가 보고 싶은 대로 본다. 인간의 지각은 외부 세계의 객관적 사실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개인의 기대와 선입견, 주관적 경험 등에 의해 걸러지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철학자 앙리 베르그송은 “우리의 눈은 마음이 이해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것만 본다”라고 말했다.
“자료에도 나와있네, 내 말이 맞지”...확증편향
최근 인터넷과 SNS 그리고 인공지능의 영향으로 다양한 지식과 정보가 넘쳐나고 있지만 사람들은 이전보다 더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것을 심화시켜 주는 주요 원인이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이다.

인간은 자신의 신념, 기대, 생각을 지지해주는 정보는 쉽게 받아들이고, 기억하는 반면, 그것과 반대되는 정보는 축소하거나 거부한다. 이렇듯 자신이 믿는 바를 확인시켜 주거나 기존의 결정이나 판단을 확인시켜주는 정보만을 찾으려는 경향을 확증편향이라 한다. 이 편향은 우리가 이미 믿고 있는 내용과 일치하는 증거를 찾으려고 할 때 나타난다.

이러한 확증편향이 인간의 무의식에 깊게 자리 잡은 이유는 정보처리 과정의 유전적 산물이다. 진화론적으로 인간은 복잡하고 위협적인 환경에서 빠르고 효과적인 대응을 위해 단순화된 사고방식을 채택해 왔다. 그 결과 인간은 제한된 인지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인지적 구두쇠(cognitive miser)가 되도록 프로그램되었고, 인지적 에너지를 보존하기 위해 복잡한 상황을 단순화시키는 방법들을 사용하고 있다.

확증편향 장면에서 작동하는 뇌의 정보 수집과 판단
첫 번째는 선택적 정보 수집이다. 자신의 신념, 기대, 생각을 지지해 주는 정보를 찾는 것이다. 한 심리학 실험에서 대학생들에게 외향적인 사람과 내향적인 사람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알려주었다. 외향적인 사람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 대학생들은 “파티를 할 때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무엇을 하나요?”라는 질문을, 내향적인 사람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 대학생들은 “시끄러운 파티의 어떤 점들을 싫어하나요?”와 같은 질문들을 준비했다. 인간은 어떻게든 자신이 믿고 싶은 것을 재확인시켜줄 증거를, 입맛에 맞는 정보를 적극적으로 찾는다.

두 번째는 자의적 해석이다. 모호한 정보나 중립적이거나 모순되는 정보를 본인의 신념에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한다. 축구나 농구 팬의 경우 매우 격렬한 경기 끝에 아깝게 자기 팀이 패하였을 경우, 패배의 원인을 상대팀의 비매너나 심판의 편파적인 경기 운영 때문이라고 돌린다. 물론 승리한 팬은 자기 팀의 실력과 더할 나위 없이 공정한 판정이었다고 해석하겠지만.

마지막으로 선별적 기억이다. 인간의 기억은 단순히 저장된 파일을 불러오듯 재생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감정과 상황에 따라 내용이 바뀌고 재조합되는 재구성적 특징을 지닌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람들은 자신의 견해를 뒷받침하는 사실이나 경험은 기억하고 반대되는 견해는 잊거나 왜곡하는 경향이 있다. 확증편향에서는 이러한 선별적 기억이 더 자주 발생한다.

소셜미디어 시대의 확증편향
우리 사회는 지난 24년 연말의 비상계엄, 25년 탄핵과 대통령 선거라는 일련의 정치적 대격변 속에서 유례없이 사이버공간 및 일상에서 확증편향이 더 확산되었다. 인터넷과 SNS 시대에 확증편향이 더욱 심화되는 이유는 기술적 특성과 인간의 심리적 본성이 결합되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는 첫째, 알고리즘 기반의 정보여과(filter bubble) 현상이다. 인터넷과SNS 플랫폼의 알고리즘은 사용자의 과거 시청 기록과 반응(검색, 클릭, 추천 등)을 분석해 사용자가 좋아하거나 동의할 만한 콘텐츠만 선별적으로 제공한다. 그 결과 사용자를 마치 거품 속에 갇힌 것처럼 만들어 결과적으로 자신의 신념과 다른 의견으로부터 차단되게 만든다.

두 번째는 반향실(echo Chamber) 효과이다. 소리가 밖으로 나가지 않고 메아리처럼 울리게 만든 반향실처럼, 비슷한 신념을 가진 사람들끼리만 소통하며 서로의 의견을 반복적으로 확인하고 증폭시키는 현상이다. 이런 환경 안에서는 기존의 견해가 더욱 강화되고 고착화되는 현상이 발생하며 가짜 뉴스가 더 큰 위력을 발휘하게 된다.

세 번째는 심리적 위안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자신과 입장이나 견해를 같이 하는 사람들을 통해 친밀감을 얻는다. 자신의 생각이나 기대,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를 확인했을 때 심리적 편안함을 느끼고 만족감을 얻는 것이다.

확증편향이 정치를 만나면
확증편향이 정치사회적 이슈와 맞물리면 가짜 뉴스와 음모론으로 연결된다. 정치 유튜브 채널이나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자기 진영의 우호적 정보만 수용하고 전파하며, 반대 진영의 정보는 의도적으로 거부하거나 왜곡하여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가짜뉴스를 만드는 사람들은 확증편향을 이용하여 사람들의 불안과 분노 등 감정을 자극하고 내집단을 결속시켜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불신과 적대감을 조장함으로써 사회적 통합을 저해하고 사회적 결속력을 약화시키게 만든다. 그 결과 사람들은 점점 더 양극단으로 치닫게 된다.

조직 내에서도 확증편향이 만연하면 합리적 토론이나 객관적 문제 해결이 어려워지고 서로간의 편견이나 갈등이 증폭된다.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대한 부정적인 확증편향은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확인할 수 있는 정보에만 선택적으로 주목하고 가치를 부여할 것이기 때문이다. 누군가에 대해 ‘게으르다’는 첫인상을 가지면, 그 사람이 성실하게 일한 열 번의 사례보다 한 번 지각한 사실에 집중하며 자신의 판단이 옳았음을 확신한다.

확증편향을 최소화하려면
먼저 겸손의 미덕을 견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어떤 생각이나 이론이 틀렸음을 증명할 수 있는 반증가능성의 관점에서, “내 생각이 틀릴 가능성은 반드시 있다”라는 태도를 갖고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검증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리지 않기 위해 적극적으로 피드백을 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있을 때 “내가 반드시 알아야 할 것 중에서 지금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 도움이 된다.

확증편향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건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본성에 가깝기 때문이다. 하지만 확증편향을 최소화하는 것이 본인에게 도움의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현실 왜곡이 심해지면 가장 손해를 보는 것은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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