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人터뷰] 환경 저널리스트 겸 작가 남종영 | 전원생활
이 기사는 전원의 꿈 일구는 생활정보지 월간 ‘전원생활’ 1월호 기사입니다.

남종영 작가의 작업실인 기후변화동물연구소에 들어서니 벽에 붙은 포스터 문구가 눈에 띈다. 그는 한겨레신문사에서 21년간 기자로 근무했다. 동물에 대한 깊은 관심을 바탕으로 동물·생태 분야를 꾸준히 취재하며 동물권 이슈를 사회적 의제로 끌어올렸다.
2012년 3월 3일, <한겨레> 1면에 실린 ‘제돌이의 운명’은 그의 대표 기사다. 불법 포획돼 돌고래 쇼에 동원됐던 남방큰돌고래 ‘제돌이’의 이야기를 다룬 이 보도는 큰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고, 제돌이의 야생 방사로 이어졌다.
신문사 퇴사 후 전업 작가가 된 그는 2년 전부터 집필 활동에 매진 중이다. 기사라는 형식을 탈피했을 뿐, 기자 때와 다름없이 탄탄한 논리와 근거를 바탕으로 동물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그의 글은 동물과 인간의 바람직한 공존을 고민하게 한다. 그의 최근작 <다정한 거인>에는 ‘기후변화의 해결사’로 떠오른 고래의 이야기가 돋보이고, 2022년에 발간한 <동물권력>에선 동물의 주체성이 강조된 사례가 눈에 띈다.
그러다 2005년 주간지 <한겨레21>로 자리를 옮기며 ‘고양이와 비둘기의 진실’이라는 제목의 표지 기사를 쓰게 된다. 도시의 공해처럼 여겨지던 길고양이·비둘기와 인간의 공존을 고민한 기사였다.
당시엔 동물권이나 동물 운동 등에 대해 개념조차 명확하지 않았던 때인지라 이 기사는 회사 내외부에서 “파격적이다”는 평가를 받으며 동물권이라는 화두를 사회에 던졌다. 이 기사를 쓴 것을 계기로 남 작가는 동물과 생태 영역을 깊이 파고들며 환경 기자로서의 길을 걷게 된다.
이후에 개 식용, 실험동물 등을 주제로 다룬 여러 기사를 썼고, 동물과 인간의 관계를 돌아보고 동물에 관한 뉴스와 이야기를 심층 보도하는 ‘애니멀즈’라는 섹션도 만들었다.
그는 환경 기자로서 멸종위기 국제 보호종인 남방큰돌고래 불법 포획에 관한 기사를 썼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시작점은 뭐였을까.
“고래 개론서인 <고래의 노래>를 쓰고 있을 때였어요. 원고를 퇴고하던 무렵, 제주 앞바다에 살던 남방큰돌고래가 불법 포획돼 서울대공원 등에서 돌고래 쇼에 이용돼왔다는 사실을 해양경찰청이 발표했어요. 환경 기자로서 그 사실을 미처 알지 못했다는 점이 몹시 부끄러웠고, 그때부터 취재를 시작했어요.”
그는 제주도에 가서 직접 돌고래를 모니터링하고, 국내 수족관이 보유하고 있는 돌고래의 수와 종을 전수조사했다. 국내외 전문가들을 두루 취재하며 불법 포획된 남방큰돌고래를 야생 방사하는 게 가능한지 조사했다. 그 결과 국내외 전문가들로부터 ‘야생 적응 기간을 거치면 가능하다’는 답변을 얻었다. 탄탄한 근거와 취재를 바탕으로 그는 기사를 썼다.
“한낱 돌고래에 대한 기사를 1면 머리기사로 올리는 게 맞느냐를 놓고 기자들 사이에서도 갑론을박이 있었지만 기사가 나간 후 바로 반응이 왔어요. 고(故)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이 기자회견을 열어 돌고래 쇼를 잠정 중단하고 제돌이를 바다로 돌려보낼 준비를 하겠다고 했어요.”
이후 여론조사, 시민 대표 위원회 논의를 거쳐 제돌이는 2013년 7월 18일 바다로 돌아갔다. 이 보도를 계기로 그는 2013년부터 2년간 영국 브리스틀대학교에서 동물지리학 석사과정을 밟았다. 제돌이를 주제로 학위 논문을 썼고, 그 논문을 바탕으로 <잘 있어, 생선은 고마웠어>라는 책도 냈다.
환경 기자라고 해서 늘 기획 기사를 쓸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깊이 있는 글쓰기를 지속하고 싶다는 생각 끝에 그는 기자직을 내려놓았고, 현재는 전업 환경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기사는 분량 제한이 있어서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모두 담기 어려웠어요. ‘에라, 모르겠다’는 마음으로 기자를 그만뒀는데, 막상 관두고 보니 진작 그럴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물론 불안하고, ‘백수가 과로사한다’는 말이 뭔지 알 만큼 힘들 때도 있지만, 좋아하는 동물 이야기를 마음껏 할 수 있어서 지금의 삶이 더 좋아요.”
신문의 제한된 지면에서 벗어난 그는 현재 자유로움을 만끽 중이다. 최근 발간한 <다정한 거인>과 <동물권력>은 각기 452페이지와 396페이지로 제법 두툼하다. 그가 기자였을때 미처 하지 못했던 동물에 대한 이야기가 얼마나 많았는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기자의 본성과 감각을 모두 내려놓은 건 아니다. 그는 기자 때처럼 사실과 팩트만을 글의 근거로 삼는다. 과학 연구논문과 보고서를 씨줄과 날줄을 엮듯 꿰어내 책의 결말까지 천천히 향해간다. 무엇보다 인간과 동물의 공존이란 메시지를 독자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옳고 그름을 가르고, 그 판단으로 사람들을 모아 사회를 바꾸려는 시도는 이미 여러 곳에서 이루어지고 있어요. 저는 그보다는 인간과 사회라는 큰 공동체 안에서 동물권이라는 권리를 좀 더 입체적으로 보게 만들고 싶어요. 동물권을 둘러싼 과학적 연구 사례들을 통해서요.”

이 점이 바로 그의 책이 가진 매력이자, 독자를 설득하는 방식이다. 독자들과 특히 공유하고 싶은 동물 연구 사례가 있는지 물었다.
그는 동물권 보장이 어떻게 환경보호로 연결되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며, 최근 연구들은 동물이 잘 살아야 생태계가 보전되고 그 결과 인간의 삶 역시 더 나아진다는 사실을 하나둘 과학적으로 입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테면 고래의 경우, 인간이 200여 년간 상업적 포경을 하며 개체수가 5분의 1 수준으로 줄었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바닷속에서 고래의 수직 이동은 식물성플랑크톤의 생산을 늘려 탄소를 바다 깊은 곳으로 가라앉히는 역할을 합니다. 고래의 배설물 역시 플랑크톤 성장을 촉진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 흡수로 이어지죠. 결국 고래를 보호하는 일은 생태계보전은 물론 기후 위기 대응과도 연결되는 거죠.”
작가는 올 1~2월 중 신간 출간을 앞두고 있다. 2024년부터 <한겨레>와 <한겨레21>에 연재해온 ‘남종영의 엉망진창행성조사반’을 엮은 책으로, 기후 위기 논란의 현장에 출동한 ‘엉망진창 행성 조사반’이 자연과 인간, 그리고 그 사이에 얽힌 갈등을 쉽고 유쾌하게 풀어내는 픽션이다.
환경과 동물권을 설명하는 그의 방식은 이제 기사와 논픽션을 넘어 소설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그가 새롭게 펼쳐 보일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서점에서 그의 신간을 만나보는 것도 좋겠다.
‘남방큰돌고래 제돌이 야생방사 프로젝트’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 불법 포획되어 돌고래 쇼에 이용되었던 남방큰돌고래 제돌이의 야생 방사 과정을 다룬 르포물이다. 자의식을 가진 돌고래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동물 복지 문제를 생각하게 한다.
동물권력 396쪽, 1만 8500원, 북트리거
동물의 눈으로 역사를 기록하면 세상은 어떻게 보일까. 작가는 인간 대 동물이라는 이분법 구도 안에서 포착되지 않은 동물의 능동성에 주목한다. 군인 194명을 구한 통신병 비둘기 셰르 아미, 임종을 예견한 고양이 오스카 등 나름의 의식과 성격, 판단을 가지고 살아온 동물이 이 책의 주인공이다.
다정한 거인 452쪽, 2만 9000원, 곰출판
일본 다이지, 호주 샤크베이 등 세계 20여 곳을 작가가 직접 탐사하며 고래의 생태와 문화를 기록한 책이다. 국내 포경 역사부터 고래 해방 운동에 이르기까지, 인간과 고래의 관계를 폭넓게 다룬다. 한국일보가 주최한 제64회 한국출판문화상 ‘교양 부문 저술상’을 수상했다.
글 윤혜준 기자 | 사진 전승 기자, 남종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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