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다비에서 찾은 그리스, 그리고 사막
아랍 에미리트(UAE)는 아라비아반도 동부에 위치한 7개 토후국이 모여 만든 연합국가다. 각 토후국은 '아미르(Emir)'라 불리는 통치자가 각기 다스리며 아랍 에미리트의 수도인 아부다비 통치자가 대통령을, 두바이의 통치자가 부통령을 맡는 형식이다. 아부다비는 아랍 에미리트 국토 면적의 85%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세계 6위 규모의 원유 매장량을 보유한 도시다. 국토의 약 5%에 불과한 두바이는 아부다비와 비슷한 인구 규모를 형성하고 있는데 비교적 한적하고 고상한 분위기가 특징이다. 아부다비의 아난타라에서 찾은 럭셔리는 과시보단, 안정과 축적에 가까웠다.

■페르시아만의 그리스,
아난타라 산토리니 아부다비 리트리트
Anantara Santorini Abu Dhabi Retreat
어쩌면 이제 여행은, 멀리 가는 것만이 정답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이곳은 그리스 산토리니를 재현한 리조트다. 물론 실제 산토리니와 모든 풍경이 같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휴양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아난타라 산토리니 아부다비 리트리트는 아부다비와 두바이 사이, 간투트(Ghantoot) 해안가 중간 지점에 자리한다. 성인 전용 프라이빗 리조트로 운영되며, 객실 수는 단 22개에 불과하다. 리조트가 의도적으로 제한한 투숙객의 밀도는 이곳의 성격을 분명히 드러낸다. 얼마나 많은 것을 할 수 있느냐에 대한 고민보다, 얼마나 방해받지 않고 머무를 수 있느냐를 고민하는 리조트.

산토리니에서 차용한 백색 건물과 낮은 실루엣은 해변에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이른 아침의 해무가 리조트에 가득 감돌면 페르시아만의 수평선이 모호하고, 한낮부터 내리쬐기 시작하는 아부다비의 햇살은 그리스를 닮은 흰 벽을 더욱 눈부시게 만든다. 객실 구성은 럭셔리 호텔의 과시를 철저히 배제했다. 번쩍이는 장식 하나 없이 부드러운 색의 가구와 뭉근한 벽 모서리, 그리고 바다를 향한 널찍한 테라스를 갖추고 있다. 모로코식 하맘, 히말라야 소금 사우나, 크라이오테라피 플런지 풀(냉각요법), 프라이빗 시네마, 피트니스 센터, 스파르타 스타일의 시가 라운지 등 높은 수준의 투숙객 맞춤형 시설도 고르게 갖췄다.


구태여 멀리 이동하지 않아도, 그곳에서의 시간을 누릴 수 있다는 것. 이 리조트가 산토리니를 통해 투숙객에게 전하고자 하는 감각은 단순한 복제가 아니라, 휴양이라는 경험이 호스피탈리티를 통해 어디까지 재현될 수 있는지를 보여 준다.

■사막의 오아시스,
아난타라 카스르 알 사랍
Anantara Qasr Al Sarab
이미 마을은 사라진 지 오래였고, 그러고도 한참을 지평선을 향해 나아갔다. 바짝 마른 흙처럼 보이던 땅은 야트막한 모래 더미를 이루었다가 이내 모래 언덕이 되었고 종국엔 거대한 모래 산이 되어 보이지 않는 먼 곳으로 파도치고 있었다. 커브도 없이 일직선으로 놓인 아스팔트 길에서 모래 언덕을 향해 난 작은 갈래로 접어들고 나서는, 그곳에 사막이 넘실댔다. 황갈색 구릉을 넘고 또 넘어도 다시 모래 언덕이었다.

북아프리카의 사하라 사막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넓다는 '룹 알 할리(Rub' al Khali) 사막'이었다. 이 모래는 사우디아라비아, 오만, 예멘에 걸쳐 아라비아 반도의 남부를 거의 뒤덮고 있다. 사람이 살 수 없어서 공백지대라는 뜻의 이름이 붙었다. 입자만이 무수한 공간. 점점 고립되고 있다는 망연자실한 감정에 사로잡힐 즈음, 신기루처럼 나타났다. 그것은 거대하고도 호화로운 궁전이었다, 아난타라 카스르 알 사랍.

카스르(Qasr)는 궁전, 알 사랍(Al Sarab)은 신기루를 뜻한다. 모래색의 단단한 성벽과 건물과 건물 사이를 빼곡히 채운 초록 이파리, 그 사이의 푸른 물길. 무한할 것만 같은 공백의 지대에서 그 누가 이런 풍경을 마주하리라 상상했는가, 드디어 혹은 마침내. 사막 그 자체만으로도 미지였던 동양의 여행자에게는 더욱이 신비로웠기에, 감격하고야 말았다는 이 단순한 감정을, 구태여 고백한다.

카스르 알 사랍의 시설은 초승달 모양으로 완만한 호를 그리며 커다란 단지를 이룬다. 입구에 들어서면 그간 적막했던 여정이 멋쩍어질 정도로 생기가 돈다. 카스르 알 사랍의 규모 덕분이다. 이곳은 140개의 룸, 14개의 스위트, 53개의 풀빌라를 갖췄다. 단순히 크다는 것을 넘어 카스르 알 사랍의 사려 깊은 배려일지 모른다. 거대한 사막 어딘가에, 다른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모래 한가운데에 서 있지만, 어떤 누구도 고립감을 느낄 이유가 없다. 레스토랑과 수영장에, 구석구석의 회랑 가득 사람의 온기로 가득하다.

호텔에서 바라다보이는 풍경은 비현실적인 분위기를 더욱 북돋는다. 정오가 넘어가면 머리 위에서 태양이 이글거리는데, 그대로 쉼 없이 불타며 먼 사막의 모래 언덕 사이로 떨어진다. 황갈색 모래 위로 새빨간 노을이 타오르는 풍경은 매번 감동적인 여운을 남긴다. 호텔의 모든 시설이 서향이기에 수영장에 몸을 담그고서 혹은 레스토랑의 야외 테라스에서, 또는 풀빌라의 카바나에서 느긋한 마음으로 사막의 저녁놀을 바라볼 수 있다. 그저 바라보는 것으로 채워지는 하루, 어떤 여행은 참 나른해도 충분하다.

본래 사람이란 늘 외딴곳으로 떠나길 기대하면서도, 외딴곳의 성질은 잘 견디지 못하곤 한다. 일상적으로 누리던 것들에게서 단절된다면, 그 아무리 좋은 것도 좋다 느끼지 못하기 마련이니까. 샤워실 수압이 시원찮다든지, 와이파이가 자주 끊긴다든지, 늘 마시던 제로음료가 없다든지 하는 사소한 사건은, 특히나 사막의 리조트에서라면 불안감을 증폭하게 되는 계기다.

카스르 알 사랍은 역으로 일상적인 수준을 뛰어넘었다. 사막 한가운데서도 시원하게 쏟아지는 샤워실의 물줄기와 와이파이, 얼음을 가득 채운 잔에 라임 하나 띄운 제로 펩시까지(참고로 이곳은 정책상 오로지 펩시만을 취급한다). 이것이 여행자가 외딴곳을 견디는 최소한의 장치였다면, 그다음에는 무수한 디테일들이 이곳을 실제의 궁전처럼 착각하게 한다. 아치가 반복되는 아케이드, 아라베스크 문양이 화려한 바닥과 벽 장식, 영롱한 황동 조명, 물이 샘 솟는 곳곳의 분수. 객실에 놓인 작은 스툴마저도 기어코 조각을 내어 놓고, 타일을 이어 붙여 아라비아풍으로 완성해 놓아두었으니.
리조트 내 어느 레스토랑에서든 신선한 재료로 만든 수준 높은 요리를 만날 수 있는 것 역시 놀라울 지경이다. 발에 밟히는 거라고는 모래알뿐인 이 사막에서. 그리하여 혼자서는 결코 빠져나갈 수 없는 이 거대한 모래 섬은 외려 빠져나가야 할 이유가 사라져 버린, 더없이 평화롭고 이상적인 오아시스.



글·사진 강화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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