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사고 위험 절반 낮추는 '북극항로 K내비게이션' 만든다… 200억원 투입
AI·데이터 기반 예측 체계 개발 4월 착수
러시아 의존 않는 독자 시스템 확보 목표
"조선·해양·물류 산업 전략자산 될 것"

국내 연구진이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최적의 북극항로를 안내하는 기술 개발에 착수한다. 9월 북극항로 시범운항을 하고 2030년 상업운항을 현실화하겠다는 해양수산부 목표에 따른 계획이다. 북극항로 운항은 얼마나 정교하게 위험을 예측하느냐가 성패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향후 물류 영역이 극지로 확대되면 결국 AI 기술이 경쟁력을 좌우할 전망이다.
풍속 18%, 파고 35% 증가한 북극항로

13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극지연구소는 올해 4월 '북극항로 운영을 위한 실측 기반 통합 예측기술 개발' 사업을 시작한다. 해빙과 해양 상태, 기상 변화를 분석해 경로를 제시하는 '한국형 북극항로 운영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목표다.
대서양과 태평양을 잇는 북극항로에는 시베리아 북부 해안을 따라 가는 '북동항로'와 캐나다 북부 해역을 거치는 '북서항로'가 있다. 동서 중 한쪽을 선택한 뒤 그 방향에서 가장 안전하고 효율적인 세부 경로를 정하는 건 운항 주체의 몫이다. 이럴 때 필요한 일종의 내비게이션을 만든다는 게 극지연의 구상이다. 총 200억 원을 들여 2030년까지 실제 운항에 활용할 수 있게 만들 계획이다.
북극항로는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항해 거리를 크게 단축시켜 '신(新) 해상 실크로드'로 주목받는다. 최근 해빙이 녹으면서 개방 가능성이 커졌지만, 기상과 해빙 변화가 불규칙한 데다 선체에 얼음이 붙는(착빙) 위험까지 겹쳐 운항 환경이 매우 불안정하다. 해빙이 줄면서 최대 풍속이 18% 가량 빨라지고 파고 역시 35% 높아졌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안전한 항로를 예측하고 위험을 관리하는 기술이 북극항로 활용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이란 의미다. 진경 극지연 정책협력부장은 "북극항로 경쟁은 조선 기술이나 항만 인프라 경쟁을 넘어 정교한 예측 체계 경쟁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주요국에선 현장 실측과 위성 관측, AI 기반 위험도 분석 연구가 활발하다. 미국과 캐나다는 극지 위성·레이더 감시 체계를 구축해 북극 대기·해빙 모델을 개선하고 있다. 중국도 기후 모델 투자를 확대하면서 빠르게 추격 중이며, 일본은 해빙 예측 기술에서 아시아 최고 수준을 확보했다. 북동항로 운영 핵심국인 러시아는 자국 관할 해역을 운항하는 선박에 위험 정보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이미 갖췄다.
항로 예측하고 운항 의사결정 돕는 기술

한국형 시스템은 항로 예측은 물론 운항 성공을 좌우하는 의사결정까지 돕는 게 목표다. 먼저 북극해를 작은 격자 단위로 나눈 뒤 데이터를 토대로 구간마다 위험도를 평가하고, AI가 선박 크기와 성능, 연료 효율까지 고려해 최적 항로를 제시한다. 이 결과를 지도에 표시해 위험 구간과 추천 항로를 한눈에 확인하는 식이다. 월별·연도별 운항 가능성을 제시하는 시나리오도 만들어 중·장기 북극 물류 전략 수립에 필요한 지표도 제공할 예정이다.
실측 데이터가 정교할수록 예측 오차를 줄일 수 있다. 극지연은 2010년부터 매년 북극 주요 해역에 국내 유일의 쇄빙연구선 '아라온호'를 보내 해양·대기 환경을 관측해왔다. 앞으론 북극항로와 가까운 해역의 해빙 두께를 고해상도로 관측하고, 축적한 데이터를 위성 관측값과 비교해 정확도를 높일 계획이다. 드론과 레이더로 얼음 이동과 수심도 정밀 측정한다. 선박을 운항할 때 나오는 소음이나 오염물질도 파악해 환경 영향 자료도 확보할 방침이다. 지속가능한 운항 기준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이번 사업이 성공하면 특정 국가가 제공하는 정보에 의존하지 않는 독자 예측 체계 확보가 가능하다. 북극항로 관리 경험이 많은 러시아는 자국 관할 해역에선 강점이 있지만, 한국형 시스템은 한국에서 출발해 유럽으로 이어지는 전체 항해 구간을 대상으로 항로 가용성과 위험도를 판단하게 된다. 연료비와 운항 시간은 각각 30%와 40%, 운항사고 위험은 절반 가까이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진 부장은 "북극항로 이용 국가로 성장하기 위한 핵심 기반 기술"이라며 "조선·해양·물류·에너지 산업과 연결되는 전략자산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태연 기자 ty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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