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기사 수정·삭제 파문, 이대로 넘길 건가

미디어오늘 2026. 1. 13.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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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언론 신뢰가 무너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언론노조 SBS본부가 SBS 기사 삭제 사실을 공론화한 데서 촉발된 이번 사태는 SBS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기사 목록에는 뜨지만 클릭하면 '페이지를 찾을 수 없다'는 문구가 뜨는 언론도 있다.

이들 언론은 현대차 요구로 기사를 삭제했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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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오 사설] 미디어오늘 1535호 사설

[미디어오늘 미디어오늘]

▲ 음주운전을 연상시키는 이미지와 현대차 로고. 사진=Gettyimages

또다시 언론 신뢰가 무너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의 장남이 2021년 7월 만취 상태로 운전하다 가드레일을 들이받는 사고를 내 법원이 같은 해 9월 벌금 9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당시 언론은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4년이 지난 지난해 9~10월 관련 기사가 돌연 삭제되거나 제목이 수정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언론노조 SBS본부가 SBS 기사 삭제 사실을 공론화한 데서 촉발된 이번 사태는 SBS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언론노조 민주언론실천위원회가 조사에 나섰고, 각 언론사에서 폭로가 잇따랐다. 한국을 대표하는 뉴스통신사도, 공영방송도, 자본으로부터 독립을 독자들에게 약속한 진보언론도 예외는 아니라는 점에서 충격을 안겼다.

지금까지 드러난 사례 역시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 현재 관련 검색을 하면 기사를 찾을 수 없는 언론이 있다. 기사 목록에는 뜨지만 클릭하면 '페이지를 찾을 수 없다'는 문구가 뜨는 언론도 있다. 이들 언론은 현대차 요구로 기사를 삭제했을 가능성이 높다.

언론계 일각에선 이 사건을 대수롭지 않게 보는 시선도 있다. 중대한 단독보도도 아니고 단신 수준 기사의 제목을 고치거나 지운 것은 큰 일이 아니라고 보는 것이다. 이 정도는 고쳐도 큰 문제 없다는, 대수롭지 않게 보는 시선 자체가 언론계의 비참한 현실을 드러낸다.

기업의 요청에 의해 사실관계에 문제가 없는 기사를 기사 작성자도 모르게 고쳐주고, 지워주는 일은 결코 정상적일 수 없다. 4년이나 지난 시점에서 요청을 들어주는 건 더욱 이례적이다. 더구나 주요 광고주의 요청이었다. 일각에선 '잊힐 권리'를 논했지만 '잊힐 권리' 취지에 부합하지 않고, 왜 향후 현대차를 승계할 가능성이 높아 여론 작업이 필요한 정의선 장남에게만 적용되는지 의문이다.

언론은 정치권이나 시민사회의 규제 압박 논의가 있을 때마다 '언론 자유'를 강조한다. '언론 자유'가 중요한 가치임을 부인하기 어렵지만, 언론 스스로의 노력이 전제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언론 자유' 구호는 시민들의 눈에 '자사 이기주의'나 '밥그릇 지키기'라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언론 노동자들로부터 자정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겨레에선 기자들의 성명이 쏟아지다시피 했다. 노조가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언론사 중 적지 않은 곳이 사과했고, 연합뉴스와 뉴시스는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잘못은 했지만 사과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언론과 그렇지 않은 언론은 '옥석'을 가릴 필요가 있다.

개별 언론의 노력으로 그쳐선 안 된다. 언론계 전반이 재발방지를 위한 노력에 나서야 한다. 독립성이 흔들리고 편집과 보도의 원칙이 무너졌다는 점에서 정보통신망법과 언론중재법 개정으로 인한 위기 못지않다. 그때 핏대 세워 반발하던 언론사 협회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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