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조세이탄광 협력’ 한·일 정상, 의미있는 과거사 첫단추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13일 정상회담을 열고 84년 전 일본 조세이 탄광 수몰 조선인 희생자 신원 확인을 추진키로 했다. 과거사 핵심 사안의 해결이 당장 어려운 만큼 가능한 협력부터 실천하며 신뢰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본다면 ‘작지만 의미 있는 수확’이다. 양국 간 뿌리 깊은 역사 갈등이 일거에 해소될 수는 없다. 그렇기에 인도적 협력에서부터 문제를 풀어가려는 접근법이 유효해 보인다.
1942년 야마구치현 조세이 탄광의 해저 갱도 붕괴로 강제동원된 조선인 노동자 136명이 수몰됐다. 지난해 양국 민간의 노력으로 유골 4점을 수습했으나 그간 일본 정부는 신원 확인조차 미온적이었다. 강경 보수 성향의 다카이치 총리가 이 제안을 받아들인 것에 주목한다. 이 대통령은 “과거사 문제에서 작지만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루어낼 수 있어 뜻깊게 생각한다”며 다카이치 총리에게 감사를 표시했다.
강제동원 희생자 유골 봉환은 2004년 한·일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사항이다. 이후 실무협의체가 구성됐고, 2008~2010년 423위의 유해가 한국으로 봉환된 전례도 있다. 그러나 이후로는 일본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로 인해 진척을 보지 못했던 사안이다. 희생자 신원 확인에 그치지 않고 유해가 온전히 귀환할 수 있도록 일본 정부가 성의를 보일 것을 기대한다.
양국 정상이 이날 88분간의 회담 후 공개한 공동언론발표를 보면 회담은 경제·안보·사회 등 양국 미래 협력에 중심을 뒀다. 하루 앞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격변하는 국제질서 속에서 처지가 비슷한 한·일이 상호 협력할 이유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두 정상은 우선 미래산업 분야 대응을 위해 기존 교역 중심에서 경제안보 등 포괄적 협력으로 확대하는 데 공감했다. 지방 균형발전, 저출생 등 양국이 공통으로 직면한 과제 해결을 위한 협력도 확대키로 했다. 초국가 스캠(사기) 범죄에 대한 협력도 강화키로 했다.
두 정상은 또 한·미·일 안보협력 중요성도 재확인했다. 그러면서도 이 대통령은 한·중·일 3국 간 소통도 강조했다. 동북아 지역 안정을 위해 과거사·영토 문제 등과 관련한 일본의 역할을 당부한 것이다.
한·일은 “앞마당을 같이 쓰는 이웃”이란 이 대통령 표현처럼 협력하고 공존해야 할 지정학적 이웃이다. 양국 간 신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함께 일을 도모할 수가 없다. 그 신뢰는 과거 잘못을 겸허하게 반성하고 성찰하는 데서 시작된다는 걸 누구보다도 일본이 잘 알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양국 국민들이 활발하게 교류하고 가깝게 느끼며 국가 차원에서 관계 개선 의지가 깊어진 지금이 행동의 적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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