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상회담, 외교 넘어 지역으로 확장되나
관건은 후속 설계…지역 참여 구조 마련이 성패 가른다

이재명 대통령과 일본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13일 정상회담을 통해 안보·과거사·경제·사회 전반에 걸친 협력 확대에 합의하면서 한일 관계 개선의 여파가 지역 차원에서도 구체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수학여행 장려, 청년 교류 확대, 기술 자격 상호 인정, 초국가 범죄 공동 대응 등은 경북·대구 지역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으로 평가된다.
외교는 중앙의 영역이지만 교류의 현장은 지역에서 만들어진다. 수학여행 한 팀, 공동 연구 하나, 청년 교류 프로그램 하나가 쌓일 때 비로소 '관계 개선'은 숫자가 아닌 경험으로 남게 된다. 이번 한일 정상회담의 성과가 경북·대구 지역에서 어떤 모습으로 구현될지 이제는 실행의 시간이 시작됐다.
양국 정상은 청년 교류의 질적·양적 확대와 함께 출입국 간소화, 수학여행 장려 방안을 공식 의제로 제시했다. 이는 경북 지역 역사·문화 도시들에 즉각적인 파급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경주·안동·영주 등은 이미 일본 교과서와 연구에서 고대 한일 교류의 출발점으로 언급되는 지역이다. 특히 이 대통령이 회담 장소로 나라현을 택하며 '1500년 전 교류의 역사'를 강조한 대목은, 향후 '나라–경주' '아스카–신라'를 잇는 수학여행·청소년 교류 프로그램의 명분을 강화하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경북지역 한 문화관계자는 "한일 수학여행이 단순 관광이 아닌 '공동 역사 탐방' 성격으로 재편될 경우 경주·안동은 상징적 거점이 될 수 있다"며 "APEC 이후 국제 청소년 교류 프로그램과도 연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경제 분야에서 교역 중심 협력을 넘어 경제안보·과학기술·국제 규범을 함께 만드는 협력을 강조했다. 인공지능(AI)과 지식재산 보호 분야 실무 협의 개시는 대구·경북의 산업 구조와 맞닿아 있다.
대구는 의료·AI 융합 산업, 경북은 이차전지·소재·로봇·스마트 제조 분야를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있다. 일본이 강점을 가진 정밀 소재·부품·원천기술과의 협력이 현실화될 경우 대구경북 공동 연구·실증 프로젝트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지역 산업계에서는 "수도권 대기업·연구기관 중심 협력에 머물지 않도록 지역 참여 구조를 제도화해야 한다"는 조건부 기대도 함께 나온다.
조세이 탄광 희생자 유해 DNA 감정 추진 합의는 과거사 문제에서 '작지만 구체적인 진전'으로 평가된다. 강제 동원 피해자 상당수가 영남권 출신이라는 점에서 이번 조치는 경북 지역 유족 사회에도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는 "과거사 문제가 선언적 언급에 그치지 않고 실무 합의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며 "향후 다른 미수습 피해 사례로 확장될 수 있는 선례가 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스캠 범죄 등 초국가 범죄 공동 대응 역시 지역 체감도가 높은 사안이다. 대구·경북은 고령 인구 비중이 높아 보이스피싱·금융사기 피해가 반복적으로 발생해 왔다.
한국 경찰청 주도의 국제 공조 협의체에 일본이 참여하기로 한 만큼 일본을 경유지로 한 범죄 자금 흐름 차단, 조직 추적 공조가 강화될 경우 지역 피해 감소 효과도 기대된다.
이번 정상회담은 안보·외교적 안정 관리라는 큰 틀 속에서, 청년·교육·기술·치안 등 생활 밀착형 의제를 전면에 올렸다는 점에서 이전 한일 정상회담과 차별성이 있다. 다만 이러한 합의가 실제로 경북·대구 현장에서 체감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 차원의 후속 설계와 지자체 참여 구조가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