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도로만 뚫리면 뭐하나"…광주 지하철 공사 피해 여전
배상액 턱없이 부족…진단비도 주민 몫
도철건설본부 측 "공사 종료 후 검토"


"도로만 개방되면 답니까. 지하철 공사로 인한 주민들의 고통은 여전합니다."
13일 오후 광주광역시 동구 산수오거리 인근. 지난해 말 광주도시철도 2호선 6공구(산수시장~효동교차로) 구간의 상부 도로가 일부 개방되며 겉모습은 평온을 되찾은 듯 보였다. 하지만 인근에서 건강원을 운영하는 조광문(59)씨의 표정은 어두웠다. 조 씨는 취재진을 안내하며 건물 구석구석을 가리켰다. 그곳엔 '보이지 않는 위험'이 남아 있었다.
이날 남도일보 취재진이 확인 조 씨의 상가 외벽은 성인 손바닥이 들어갈 정도로 벌어진 균열이 곳곳에 선명했다. 파편 낙하를 막기 위해 임시로 설치한 안전 그물망과 보강재가 위태롭게 건물을 지탱하고 있었다. 내부 화장실과 복도 타일은 강한 수압을 견디지 못한 듯 떨어져 나갔다. 벽면은 대각선으로 갈라진 상태였다.
조씨는 피해의 원인으로 지하철 공사 과정의 '앵커(Anchor) 시공'을 지목했다. 그는 "지하 공사를 위해 거대한 쇠 앵커를 반복적으로 박는 과정에서 건물 전체가 흔들릴 정도의 강한 진동이 발생했다"며 "복공판을 걷어내고 지반을 다지는 과정에서 건물이 한쪽으로 쏠리며 창문 틈까지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피해 주민들을 더 힘들게 하는 것은 '현실성 없는 보상'이다. 2022년 1억4천여만원을 들여 리모델링을 마쳤던 사진관 주인 김충식(68)씨는 최근 손해사정 결과를 보고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김 씨는 "외벽과 내부 벽면에 심각한 균열이 발생했는데, 제시된 배상액은 390만 원에 불과했다"며 "임시 보수 비용에도 못 미치는 금액을 어떻게 받아들이겠느냐"고 반문했다.
정밀 안전진단 비용 역시 주민들에겐 큰 장벽이다. 조씨는 "정밀 진단을 받으려면 수천만 원이 드는데, 이를 개인이 부담하라는 것은 사실상 보상을 포기하라는 말과 같다"고 토로했다.
관할 지자체인 동구청도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 오정아 동구청 건축과장은 "도시철도 2호선 공사와 관련한 민원을 인지하고 있으며, 지난해 6~7월 건축물 16곳에 대해 합동 안전점검을 실시했다"며 "이 가운데 6곳은 안전사고 우려가 있어 보수 전까지 안전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도시철도 공사 측에 협조 요청 공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반면 광주도시철도건설본부 측은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본부 관계자는 "공사 구간은 상시 계측을 통해 침하와 균열을 관리하고 있으며, 공사 영향이 종료됐다고 판단되는 시점에 공사손해보험을 통해 보상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며 "이견이 있을 경우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 등 공적 조정 절차도 안내하고, 안전 우려가 확인되면 임시 보강을 우선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박건우 기자 pgw@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