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부담에 짓눌린 지역 기업들… “원가·물류·이익 모두 흔들린다”

김명환 기자 2026. 1. 13.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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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 1천470원대 재진입…고환율 장기화 우려 커져
고환율이 이어지면서 대구 지역 기업들이 원가와 물류비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원자재와 부품을 수입에 의존하는 제조업체들은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고 수출 비중이 있는 기업들조차 환율 상승이 곧바로 이익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사진은 대구 성서산업단지 전경. 대구일보 DB

"환율이 오르면 원자재값과 물류비가 곧바로 따라 오릅니다. 수출 물량이 있어도 비용 부담 탓에 이익으로 이어지기가 어렵습니다."

대구 제조업계 전반에서 환율 부담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말 1천500원 돌파 가능성까지 거론됐던 원·달러 환율은 한때 1천450원대까지 내려왔지만, 최근 다시 상승세를 보이면서 현장의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1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30분 기준)보다 5.3원 오른 1473.7원을 기록했다. 주간 거래 장중 환율이 1천470원을 웃돈 것은 외환당국이 연말 종가 관리를 위해 구두 개입에 나섰던 지난해 12월24일 이후 처음이다. 미국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견조하게 나오며 달러 강세가 이어진 데다, 일본 정치의 불확실성에 따른 엔화 약세까지 겹치면서 원화 약세 압력이 커졌다는 평가다.

이 같은 환율 흐름은 대구지역 기업들의 경영 부담으로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원자재와 부품을 수입에 의존하는 제조업체들은 원가 상승 부담을 안고 있고, 물류비와 외화 결제비용까지 더해지면서 수익성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출 비중이 낮은 기업들조차 환차익보다 비용 증가가 더 크게 작용한다는 반응이 많다. 대구염색산업단지의 한 섬유 수출업체 대표는 "환율이 조금만 움직여도 원가 구조가 바로 흔들린다"며 "가격을 올리지 않으면 버티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환율에 대한 부담은 개별 기업에 국한되지 않고, 지역 산업 전반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구상공회의소가 최근 지역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 급등이 경영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응답한 기업이 5곳 중 4곳에 달했다. 수입 원자재와 에너지 가격 상승이 가장 큰 부담으로 꼽혔고, 물류비 증가와 외화 결제과정에서의 환차손도 주요 애로사항으로 지적됐다.
대구상의 제공.

영업이익 감소도 적지 않았다. 응답기업의 3분의 2 가량이 환율 상승 이후 영업이익이 줄었다고 답했으며, 이 가운데 상당수는 한 자릿수 이상의 이익 감소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환율 상승이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응답은 10% 남짓에 그쳤다.

환율 부담은 기업들의 중장기 경영전략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같은 기간 대구상의가 지역 제조기업 160곳을 대상으로 한 '2026년 경제·경영 전망 조사'를 살펴보면 응답기업의 절반 가까이가 고환율과 환율 변동성 확대를 경영의 주요 부담 요인으로 꼽았다. 이는 미국발 통상 불확실성이나 글로벌 경기 둔화보다도 높은 응답 비율이다.

조사에서 2026년 경영계획 기조를 '안정·유지'로 잡았다는 응답은 67.5%에 달한 반면, 확장 경영을 계획하고 있다는 기업은 20%에도 미치지 못했다. 환율을 포함한 비용·수익성 문제가 경영 판단의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하면서 투자와 사업 확대에 한층 신중해지는 모습이다.

기업들의 대응 여력도 넉넉하지 않은 상황이다. 원가 절감이나 단가 조정 등 내부 대응에 주로 의존하고 있었으며, 환변동보험이나 금융상품을 활용한 환리스크 관리에 나선 기업은 많지 않았다. 기업들이 체감하는 적정 원·달러 환율 수준은 1천250원에서 1천300원 사이로 현재 환율보다 150~200원 낮은 수준이었다.
대구상의 제공.

이런 여건 속에서 향후 경영 전망 역시, 보수적으로 잡은 기업이 많았다. 상당수가 2026년 경기 흐름을 신중하게 바라보고 있었으며, 원가 절감과 비용 관리 중심의 경영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응답이 우세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외환시장 안정과 함께, 환율 변동성 완화를 위한 정책적 지원과 환리스크 관리수단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시장 여건도 기업들의 이러한 인식을 뒷받침하고 있다. 외환시장에서는 환율 상승 압력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지역 기업들의 비용 부담과 경영 압박도 쉽게 완화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13일 금융투자협회가 채권 보유 및 운용 관련 종사자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28%가 다음 달 환율 상승을 예상했고, 환율 하락을 점친 응답은 10%에 그쳤다.

이상길 대구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은 "외환당국의 안정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역 기업들이 체감하는 환율 부담은 여전히 크다"며 "중소기업 비중이 높은 대구의 산업 구조를 고려해 환변동보험 지원 확대와 정책금융 등 보다 실질적인 환리스크 관리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명환 기자 kmh@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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