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진보와 청년 보수의 ‘정의’는 공존할 수 있을까

김은형 기자 2026. 1. 13.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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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 ‘청년정치백서―쇼미더저스티스’ 이일하 감독 인터뷰
‘청년정치백서―쇼미더저스티스’의 이일하 감독이 지난달 29일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류우종 선임기자 wjtyu@hani.co.kr

부모의 지원도, 학연이나 지연도 없이 맨몸으로 자수성가한 현진씨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존경하며 자영업자에게 불합리한 정부 정책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 대학 시절 “대학은 기업이 아니다”라는 구호를 외치며 학과 구조조정을 반대해 자퇴한 창인씨는 진보정당에서 활동하는 이른바 운동권 청년이다. 지구와 태양의 거리보다 더 멀어 보이는, 이들이 꿈꾸는 정의는 같은 하늘 아래 만날 수 있을까.

다큐멘터리 ‘카운터스’(2017)에서 일본 극우단체와 그들의 혐오 발언에 반대하는 이들의 투쟁을 담았던 이일하 감독이 이번에는 한국의 ‘청년 보수’와 ‘청년 진보’로 카메라 앵글을 옮겼다. 전작에서는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뚜렷했다면, ‘청년정치백서―쇼미더저스티스’의 카메라는 판단하지 않는다. 2020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각각 보수정당과 진보정당에서 비례대표로 당선되기 위해 발로 뛰는 청년 정치 현장을 담담하게 따라간다.

“습관처럼 스마트폰의 소셜미디어를 보면서 내가 좋아하는 의견이나 담론 속에 갇혀 살고 있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이른바 나와 다른 편의 타임라인에서는 어떤 상황이 벌어지는지 모르고 한쪽 길로만 가는 듯한 의구심이 들 때 마침 두 사람을 만나게 됐습니다.”

영화 ‘청년정치백서―쇼미더저스티스’ 포스터. 익스포스필름 제공

지난해 말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난 이 감독이 말했다. 그는 현진씨를 따라 광화문의 보수단체 집회를 찾아가고, 창인씨를 따라 청년 정치조직 회의 현장을 들여다본다. 굳이 따지자면 그의 정치적 성향은 창인씨 쪽에 가까울 텐데, 보수 청년 현진씨 목소리에도 애정을 담아 귀 기울인다. “두 사람 모두 너무 사랑해서 촬영할 때 힘든 건 전혀 없었어요. 현진씨는 정말로 ‘행동력 갑’인 청년이에요. 삭발하고, 단식도 하고,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바로 행동에 옮기는 용기가 있죠.”

사업을 미뤄두고 달려든 현진씨의 정치활동은 기득권에 이용당하기도 한다. 창인씨의 도전 역시 대중과 사이에 둔 단단한 벽을 실감하게 한다. 영화는 이들의 패기와 함께 단단한 현실의 벽도 비춘다. “영화를 만들면서 가장 뼈저리게 느낀 게 기득권 세력의 이기주의였어요. 진보·보수 가릴 것 없이 청년 정치인들을 오로지 기득권의 세를 넓히는 홍보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생각밖에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사회가 양극화되면서 더 심해지는 것 같습니다.” 이 감독의 말대로 12·3 내란사태 이후 청년 정치라는 말은 사라지다시피 했고, ‘동원’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한 모양새다. 본래 2023년 완성됐던 영화는 계엄 이후 급변한 정치 상황을 추가하며 청년 정치의 실종이라는 현재적 의미까지 살핀다.

영화 ‘청년정치백서―쇼미더저스티스’ 스틸컷. 익스포스필름 제공

처음 영화를 기획했을 때 제목에는 ‘청년정치백서1’이라는 숫자가 적혀 있었다. 개봉을 앞두고 ‘1’은 빠졌지만, 이 감독은 몇십년에 걸쳐 두 주인공이 나이 드는 모습까지 2·3편으로 담는, 리처드 링클레이터의 영화 ‘보이후드’식 연작을 구상하고 있다. “첫 도전의 실패는 두 사람에게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줬어요. 자신의 방식이 맞았는가부터 우리 편이라고 하는 사람들은 모두 옳은가 등 번민의 시간을 겪었죠. 이들이 나이 들고 다시 출사표를 던지면 무모하게 덤볐던 청년 때와는 또 다른 생각과 태도를 갖춰나가겠죠. 그렇게 중년이 되고 장년이 되면서 이들이 국회의원 배지를 달거나 뭔가를 이룰 때까지 지켜보면서 21세기 한국 현대사의 한 부분을 담아보고 싶습니다.”

오는 28일 개봉하는 영화는 새로운 방식의 상영을 시도한다. 일반 극장이 아니라 전 회차를 로드쇼 형식으로 상영하고, 현장 정치인들과 시사·정치 스탠드업 코미디언, 유튜버 등이 관객과 영화를 보고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28일 서울 마포구 인디스페이스에서 시작되는 로드쇼 상영은 6월 지방선거 때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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