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계위 ‘의사 부족’ 발표에 “AI 도입하면 의사 1만8000명 남는다” 판 엎는 의협

김찬호 기자 2026. 1. 13.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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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의사 안 늘려도 2040년엔 과잉”
자체분석 결과 들고서 정면반박 나서
‘증원’ 힘 싣는 정부 압박 행보로 풀이
정부 “환자 상담·소통은 AI가 하나” 일축
13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정부 의사인력수급추계의 문제점과 대안’ 세미나에서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정효진 기자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추계위)가 지난달 발표한 의사 수 부족 결과에 대해 대한의사협회(의협)이 “의사 수를 늘리지 않아도 2040년 의사가 1만5000~1만8000명가량 과잉 공급된다”는 자체 분석 결과를 들고 정면반박에 나섰다. 2027학년도 의대 정원 결정을 앞두고, 증원에 힘을 싣는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이에 보건복지부도 즉각 설명자료를 내고 “추계위는 관측 가능한 자료와 합의 가능한 가정을 토대로 최선의 결과를 냈다”고 맞받았다.

의협은 13일 의료정책연구원·대한예방의학회 등과 함께 ‘정부 의사인력 수급추계의 문제점과 대안’ 세미나를 열었다. 발제에 나선 박정훈 의료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정부 추계가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에 따른 ‘의사 생산성 향상’ 효과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추계위는 2040년 의사 5015명~1만1136명 부족할 것이라는 결과를 내놨다. 의료정책연구원은 의협 산하기구다.

박 연구원은 “AI 도입으로 생산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이를 반영한 자체 시나리오를 적용할 경우 2040년에는 의사가 최대 1만7967명(전일제 환산 기준·FTE) 과잉 공급된다고 분석했다. 박 연구원이 사용한 FTE는 ‘주 40시간 일하는 의사를 1명으로 환산해 계산하는 방식’이다. 의협은 의사들이 실제로는 주 40시간보다 더 오래 일하는 데다, AI가 확산하면 같은 시간에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어 ‘의사 1명이 더 많은 환자를 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AI로 업무 효율이 개선되더라도 상담·소통 등 필수 영역까지 대체할 순 없으며, 절감된 시간이 곧바로 진료량 확대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며 “FTE 역시 일관된 기준으로 산출할 수 있는 공식 통계나 행정자료가 현재로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한 사안”이라고 곧바로 반박했다.

박정훈 의료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이 전일제 환산 기준(FTE)으로 의사인력 수급 추계를 한 결과 2040년 의사 수는1만4684명~1만7967명 과잉 공급될 것으로 추계했다. 박정훈 의료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 제공

장부승 일본 관서외국어대 교수는 한·일 수급추계 시스템을 비교하며 한국 추계의 한계를 “방향성의 부재”를 지적했다. 장 교수는 일본은 추계를 지역의료구상 같은 정책 목표를 먼저 세운 뒤 그 목표에 맞춰 여러 시나리오를 좁혀가는 방식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의료인력(의사·치과의사·약사) 현황 조사, 의료시설 조사, 병상 기능 보고, 요양 서비스 실태조사, 의사의 실제 노동시간 조사 등 현장 자료를 지속해서 쌓아 수급 전망에 반영하는데, 한국은 이런 기초 자료도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채 ‘가정’에 의존해 계산했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데이터 축적과 정책 방향 설정이 선행되지 않으면 추계 결과가 사회적 합의의 근거로 기능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13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정부 의사인력수급추계의 문제점과 대안’ 세미나가 열리고 있다. 정효진 기자

정부는 의협 주장이 ‘결론을 정해놓은 데이터 끼워 맞추기’라는 입장이다. 의협은 2010~2023년 데이터만 선별해 자체 추계에 사용했다. 이를 두고 복지부는 “통계학적 원칙상 샘플 길이가 짧아지면 미래 추정의 신뢰도가 현저히 떨어진다”며 “추계위는 인구 고령화 등 장기적 추세를 반영하기 위해 2000년부터 25년 치 데이터를 쓴 것”이라고 밝혔다.

추계위의 결정에 ‘어깃장’을 두는 듯한 의협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제기된다. 추계위는 공급자(의료계)단체 추천 위원이 과반이 되도록 구성됐고(15명 중 8명), 의협이 추천한 위원도 포함됐다. 최근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와 의대생 단체가 추계 결과 폐기를 주장하며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자, 의협 집행부가 ‘선명성 경쟁’에 뛰어들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의협은 이날 토론회 외에도 릴레이 1인 시위 등을 이어가며 증원 논의 지연을 시도하고 있다.

정부는 예정대로 의대 정원 결정을 이달 내에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이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제3차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회의를 열고 논의를 이어갔다. 한 보정심 위원은 “내년도 의대 증원 규모를 이번 기회에 확정해야 한다는 점에는 위원 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소모적인 숫자 논쟁을 넘어서야만 지역별 의사 배분과 배치 등 본질적인 의료 개혁 논의로 나아갈 수 있다”고 했다.

김찬호 기자 flyclos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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