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방화벽 닮은꼴 인터넷 운영 이란…‘12일 전쟁’ 이후 중국과 더욱 국방 밀착
이란, GPS 대신 베이더우 추진…군사 밀착
기술 수출 중국, 자국 이익 희생하지는 않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 교역하는 국가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중국·이란 관계에 시선이 쏠린다. 중국은 원유 수입만이 아니라 군사·감시 기술을 제공해 권위주의 통치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한 토대를 제공해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란의 전통적 안보 파트너는 러시아였다. 1980년대 이라크 등과 전쟁을 벌여온 이란은 1990년대 국제 고립이 심화되면서 탄도 미사일 개발 등에 박차를 가했지만 독자 기술 개발에도 주력했다. 중국은 이란에 완제품을 파는 대신 부품과 기술을 지원하고 대가로 이란산 원유를 할인된 가격으로 공급받았을 것이라고 파악된다.
2018년 이란 핵 개발에 따른 미국의 제재에 인도가 참여하면서 이란의 중국 의존도가 크게 높아졌다. 이란 관세청에 따르면 현재 이란산 원유의 90% 이상이 중국으로 향한다. 2020년대 이후 협력은 군사·치안 분야를 중심으로 더욱 강화됐다. 중국과 이란은 2021년 전략적 포괄적 동반자 협정을 맺었으며 이란은 상하이협력기구(SCO)에 가입했다. 군사 협력이 본격화된 것이다. 중국과 이란은 지난 9일 남아공 해역에서 브릭스 첫 합동군사훈련에 나섰다.

미국 외교전문지 더디플로맷은 중국의 이란과의 군사 밀착은 중국 입장에서는 이란을 ‘지정학적 완충지대’로 두면서 중앙아시아에서 인도를 견제하고, 일대일로 사업 핵심인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 사업’을 더욱 원활하게 추진할 목적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란은 지난해 6월 이란·이스라엘 ‘12일 전쟁’으로 자국의 방공 시스템의 무력함을 확인한 이후 국방 면에서 중국에 더욱 밀착하고 있다. 이란은 지난해 7월 미국 주도의 위성항법시스템인 GPS가 이스라엘과의 전쟁 기간 방해받았다며 중국의 베이더우 시스템 채택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엔리코 파델라 나폴리 오리엔탈레대 교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베이더우 채택은 단순한 내비게이션 교체가 아니라 이란이 중국의 위성, 드론, 미사일 등의 지원을 받아 중국 군사 생태계의 일부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며 “중국이 군대나 하드웨어를 배치할 필요 없이 이란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란은 내부적 불만을 누르기 위해 혁명수비대가 통제하는 안보 국가가 되면서 중국 치안 기술의 주된 고객으로 떠올랐다. 이란은 중국의 ‘만리방화벽’과 닮은꼴인 인터넷 통제 시스템을 구축해 왔다. 2022년 히잡 시위 이후로는 히잡 미착용자를 가려내는 감시 기술에 중국 장비가 도입됐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더디플로맷은 혁명수비대가 통제하는 이란은 파키스탄의 민군혼합 권위주의 모델과 비슷하다며 중국 입장에서 익숙하고 관리하기 쉬운 구조라고 짚었다. 중국은 일대일로 국가를 상대로 위성·통신장비와 인공지능(AI) 감시기술, 경찰 협력프로그램을 패키지로 판매해오고 있다.
이란 정부는 지난 주말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를 탄압하기 위해 인터넷 연결을 2% 미만으로 차단하는 ‘킬 스위치’를 전격 가동했다. 테헤란을 포함한 180개 도시의 경제가 전면 마비됐다. 스타링크마저 무력화한 기술에는 중국 또는 러시아산 장비가 사용됐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이란 와이어에 따르면 20년 경력의 전문가 아미르 라시디는 “관련 기술은 매우 정교하고 군용 등급이며 본 적이 없다”며 “국내에서 개발된 것이 아니라면 러시아나 중국이 정부에 공급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중국·이란은 근본적 한계도 있다. 지난해 6월 12일 전쟁과 미국의 이란 공습 당시 중국은 미국을 규탄했지만 실질적 조치에 나서지 않았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은 이란과 적대적인 걸프 국가들과 이스라엘과의 관계 등이 고려됐다고 짚었다. 중국과 이란 관계에서 현재까지 중국이 자국의 이익을 크게 희생해가며 협력에 나서는 모습은 나오지 않았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이란 반정부 시위와 관련해 미국의 위협을 강조하고 있다. 차이나데일리는 “이란의 소요 사태는 통제되고 있다”며 반정부 시위대 사망 언급 없이 혁명수비대원 100여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미국이 군사 개입을 고려하고 있다며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중국은 타국에 대한 무력 사용을 반대한다”고 논평했다 .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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