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손잡은 애플… 삼성 ‘AI폰 강자’ 차별점 희석되나
애플-구글 동맹에 AI폰 판도 흔들려
기능 탑재보다 구현·최적화가 관건

애플이 구글과 손잡고 인공지능(AI) 폰 경쟁에 본격 합류하면서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그동안 AI폰 경쟁에서 한발 늦었다는 평가를 받아온 애플이 구글의 생성형 AI '제미나이'를 음성 비서 '시리'에 적용하기로 하면서 스마트폰 판도가 흔들릴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AI폰 시장을 선도해 온 삼성전자가 계속해서 강자 자리를 지켜낼 수 있을지가 최대 관심사다.
12일(현지시간)애플과 구글은 공동 성명을 내고 차세대 애플 파운데이션 모델을 구글의 제미나이 모델과 클라우드 기술을 기반으로 구축하는 내용의 다년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양사는 올 봄 출시가 예상되는 AI 비서 시리의 새 버전에 제미나이 기능을 연동하는 식으로 협력할 예정이다.

이 같은 행보가 그동안 AI폰 시장을 주도해 온 삼성전자에 적잖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IT업계에서 나온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S24' 시리즈를 기점으로 AI를 전면에 내세우며 실시간 통역, 생성형 편집 등 다양한 AI 기능을 대중화했다. 한때 '아재폰'이라는 이미지에 갇혀 있던 갤럭시 스마트폰은 AI를 앞세운 혁신 전략을 통해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상징으로 재도약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전략은 실제 판매 성과로도 이어지며 삼성전자가 프리미엄 시장에서 선전하는 배경이 됐다.
하지만 애플이 구글 제미나이를 품으면서 AI 경쟁 구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삼성전자의 AI폰 차별성이 희석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특히 아이폰의 막강한 팬덤과 iOS 생태계를 감안할 때 애플이 AI 기능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끌어올릴 경우 삼성과의 격차가 더 크게 벌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성배 연세대 컴퓨터과학과 교수는 "AI 기술 고도화 흐름 속에서 시리가 유명무실해졌다는 평가가 있었는데 제미나이가 도입되면 성능 개선이라는 측면에서 분명 효과는 있을 것"이라며 "이로 인해 삼성전자 입장에서 일정 부분 위기 요인이 될 수는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는 '어떤 AI를 쓰느냐보다 어떻게 구현하고 최적화하느냐'가 향후 경쟁의 핵심이 될 것이라는 데 더 큰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이미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 역시 다양한 AI 기능을 탑재하고 있으며, 제미나이를 적용한 제품도 늘고 있다. AI 탑재 여부 자체는 이미 더 이상 차별화 요소가 아니라는 의미다.
이런 측면에서 삼성전자는 여전히 강점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삼성전자는 안드로이드 진영에서 구글과 오랫동안 협력해 온 파트너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AI 기능 전반에 걸친 최적화 경험이 풍부하다. 실제 갤럭시 AI 기능은 단순히 생성형 AI를 얹은 수준을 넘어 통화·메시지·카메라 등 핵심 기능 전반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도록 설계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전자 역시 특정 AI 모델에만 의존하지 않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출시를 앞둔 신작 '갤럭시 S26' 시리즈에 퍼플렉시티를 적용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AI 모델 성능 우열이 단기간에도 크게 뒤바뀌는 만큼 특정 플랫폼에 종속되기보다는 다양한 AI 기술을 지속적으로 검토하면서 유연하게 활용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반면 애플은 아이폰에 AI 기능을 처음 도입하는 만큼 실제 사용 환경에서 얼마나 자연스럽게 기능을 구현하고 최적화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특히 폐쇄적인 iOS 생태계 안에서 외부 AI 모델을 어떻게 녹여낼지에 따라 성패가 갈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애플의 참전으로 AI를 중심으로 한 스마트폰 시장 자체는 더욱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이미 '스마트폰'이라는 말보다 'AI폰'이라는 용어가 더 자연스럽게 쓰이고 있다. AI가 일부 고급형 제품에 들어가는 기능을 넘어 스마트폰 사용 경험 전반을 바꾸는 기본 요소로 자리 잡았다는 의미다.
조 교수는 "이번 발표만으로 삼성전자에 큰 위기가 왔다고 단정하기라고 보기보다는 실제 구현이나 최적화 수준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삼성은 이미 갤럭시 생태계 안에서 AI를 단계적으로 준비해 온 만큼 벌써 걱정할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이혜선 기자 hsle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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