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무안 참사 막을 기회 더 있었다... 최초 설계보다 둔덕 2배 두꺼워져

윤상진 기자 2026. 1. 13.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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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의 피해를 키운 요인으로 꼽히는 콘크리트 둔덕이 최초 설계보다 두꺼워진 상태로 시공된 사실이 확인됐다. 정부는 설계 변경 과정에서 위험성을 충분히 검증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를 줄일 수 있었던 또 하나의 기회를 놓친 셈이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주기인 작년 12월 29일 오후 전남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에서 유가족들이 로컬라이저를 받치고 있던 콘크리트 둔덕 사이로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1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은혜 의원(국민의힘)이 국토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무안공항 콘크리트 둔덕은 1999년 최초 설계 당시 두께 1m(두께 50㎝ 구조물 2개)의 ‘2열 가로형 구조’로 설계됐다. 활주로 끝 부분의 경사를 보정해 수평을 맞추기 위한 목적의 구조물이었다.

그러나 2003년 설계가 변경되면서 콘크리트 둔덕 두께는 2.4m로 두꺼워졌다. 당시 로컬라이저(방위각 시설) 제작사인 NORMARC사는 무안공항을 시찰한 뒤 자사의 세로형 안테나 도입을 권고했는데, 시공사인 금호건설은 이를 받아들여 콘크리트 둔덕 구조를 가로형에서 세로형으로 바꿨다. 이 과정에서 둔덕의 두께가 두꺼워지며 충돌 시 피해 규모를 좌우할 수 있는 구조 자체가 바뀐 것이다.

당시 정부는 별다른 검토 없이 구조 변경을 승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해 3월 국토부 서울지방항공청은 “시공사 의견과 같이 로컬라이저를 설치하라”며 설계 변경을 허가했다. 동시에 감리단에는 “예상 문제점을 시공사(제작사)와 재검증하라”고 회신했지만, 이후 추가 조치는 없었다. 2007년 무안공항 개항 직전 한국공항공사가 국토부에 “활주로 끝에서 300m 이내에 로컬라이저 둔덕이 있어 설치 기준에 부적합하다”며 보완 의견을 냈지만, 이때도 시설 개선은 이뤄지지 않았다.

일각에선 “콘크리트 둔덕이 최초 설계안대로 더 얇았다면 사고 결과에도 차이가 있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공개된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의 ‘충돌 시뮬레이션 보고서’에선 콘크리트 둔덕이 없었다면 항공기가 약 20㎝ 두께의 보안 담장을 뚫고 지나가 멈췄을 것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하지만 2003년 콘크리트 구조물의 형태 자체를 바꾼 설계 변경이 사고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시뮬레이션 시나리오에 포함되지 않았다.

김은혜 의원은 “진상 규명을 위해선 2003년 콘크리트 둔덕 설계 변경이 사고 결과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시뮬레이션 보고서를 다시 작성해야 한다”며 “당시 정부가 둔덕의 안전성을 제대로 검증했는지 전면 재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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