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지현 감독은 사이판에서 20년 전 서재응을 떠올렸다… 2026년의 서재응은 누구일까[스경in사이판]

심진용 기자 2026. 1. 13.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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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응 NC 수석코치가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멕시코전 선발 투수로 등판해 투구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류지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감독은 사이판에서 20년 전 WBC를 떠올렸다. 현역 은퇴 후 코치 2년 차였던 류 감독은 대표팀 주루 코치로 4강 신화를 선수들과 함께 썼다.

첫 WBC였던 만큼 선수들 대부분이 부담감을 많이 느꼈다. 선·후배 위계도 지금보다 훨씬 더 엄격했다. 다소 경직됐던 당시 분위기를 바꾼 선수가 있었다. 당시 탬파베이 소속이던 서재응 NC 수석코치다.

류 감독은 “서재응이 대표팀에 들어오면서 분위기가 정말 밝아졌다. 경기 전 분위기가 정말 딱딱할 수밖에 없는데 서재응이 더그아웃을 다 돌면서 감독, 코치부터 선수들까지 1명씩 주먹을 부딪히면서 인사를 하더라. 당시로써는 상상하기 어려운 광경이었기 때문에 정말 인상적으로 느꼈다. 다른 선수들도 아마 다 그랬을 거다. 그런 문화가 퍼지면서 시합장에서도 좋은 결과가 나았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서 코치는 2006년 대회에서 선발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14이닝 1실점으로 2승을 올렸다. 한일전에서 이기고 서 코치는 마운드 위에 태극기를 꽂았다. 지금도 회자하는 WBC 명장면이다. 류 감독은 “태극기도 꽂고, 서로 눈치 보지 않고 선수단 전체에 좋은 에너지가 넘쳤던 거 같다”고 말했다.

태생적으로 성격이 밝고, 미국식 야구 문화에도 익숙했던 서 코치가 20년 전 WBC 대표팀 전체의 에너지를 끌어 올렸다. 3월 대회를 앞둔 류 감독도 그때처럼 활력 넘치는 선수단을 기대한다. 사이판 캠프 분위기가 그렇다. 한국계 외국인 선수들까지 가세한다면 여기서 더 분위기가 끓어오를 거라는 기대도 나온다.

류지현 WBC 대표팀 감독이 12일 사이판 올레아이 구장에서 밝은 표정으로 인터뷰하고 있다. 사이판 | 심진용 기자

류 감독이 새로운 ‘분위기 메이커’로 기대하는 선수는 빅리그 전천후 야수 저마이 존스(디트로이트)다. 류 감독이 존스의 집까지 찾아가 만났다. 류 감독이 지금까지 만난 한국계 선수 누구보다 유쾌하고 적극적이었다. 류 감독은 “존스가 멀리서 보면 우락부락한데 가까이에서 보면 정말 귀엽다. 아주 인상이 좋았던 선수다. 집에서 처음 보고 그다음 날 경기하는 걸 봤는데 2루타를 딱 치더라. 세리머니도 아주 쾌활했다”고 했다. 대표팀에 헌신하고 싶다는 의지도 강했다. 류 감독은 “현역 메이저리거가 ‘라인업에 들어가도 좋고, 안 들어가도 좋다. 한 타석만 나갈 준비도 돼 있다’고 하더라. 그 말도 정말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런 성격이기 때문에 대표팀에 합류해도 금방 적응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 선수의 행동 하나하나가 여기 국내 선수들한테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우완 불펜 라일리 오브라이언(세인트루이스) 역시 대표팀에 대한 진정성은 떨어지지 않는다. 류 감독이 오브라이언을 처음 만난 건 지난해 3월이다. 그때만 해도 오브라이언은 입지가 대단히 불안했다. 마이너리그와 빅리그를 오가며 미래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류 감독은 “처음 봤을 때만 해도 ‘나를 왜’라고 생각하는 느낌이었다. 이후로 꾸준히 소통을 해왔다. 최근에 만났을 때는 자신감이 정말 많이 올라와 있더라”고 웃었다. 오브라이언은 지난 시즌 비로소 잠재력을 터뜨렸다. 불펜 필승조로 활약하며 48이닝 동안 평균자책 2.06을 기록했다. 대표팀에서도 핵심 불펜으로 기대를 모은다.

디트로이트 저마이 존스(오른쪽()가 지난해 10월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에서 시애틀을 상대로 득점 후 포효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류 감독은 WBC를 준비하면서 선수들의 적극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선수 본인이 의욕이 없으면 선수단 전체에도 긍정적일 수가 없다고 판단했다. 한국계 외국인 선수들을 만나는 과정에서도 기준은 똑같았다. 선수 본인이 대표팀을 얼마나 열망하느냐를 중요하게 봤다. 존스와 오브라이언이 바로 그런 선수들이었다.

류 감독은 발목 부상으로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한 토미 에드먼(LA 다저스)에게도 고마움을 드러냈다. 류 감독은 “에드먼이 2023년 WBC때 결과가 좀 안 좋았기 때문에 이번에는 정말 가서 잘하고 싶었다고 하더라. 부상 때문에 함께 할 수 없어 아쉽지만, 4년 뒤에라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때는 꼭 함께하겠다고도 했다”면서 “2023년 대회 때도 그렇고 이번에도 그렇고 한결같이 태도가 좋은 선수”라고 했다.

사이판 |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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