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이야기] 추위와 햇볕의 합작품…황태, 노란 속살에 반하다

관리자 2026. 1. 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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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동북 바다에서 나는 생선이다. (중략) 이름은 북어다. 민간에서는 명태라고도 부른다. 봄에 낚는 것을 춘태, 겨울에 잡는 것을 동태라고 일컫는다. 음력 11월에 여러 시장에 나오는 것은 동명태라고 불렀다."

그냥 햇볕에 말리거나 건조기에서 말린 북어와 달리 황태의 속살은 감칠맛이 나서 명태 중 가장 고급품에 든다.

동해에서 명태가 사라졌듯 황태국 요리법도 세상에서 잊힐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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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이야기] 황태국
북어·춘태·동태·생태·동명태…
명태, 쓰임새 따라 이름 제각각
덕장서 얼고 녹기 반복한 ‘황태’
시원한 감칠맛…해장국 일품
1981년 이후 동해 명태 사라져
황태국 요리법도 잊힐까 우려
노랗게 말린 황태를 먹기 좋게 잘라서 끓여낸 황태국. 게티이미지뱅크

“우리나라 동북 바다에서 나는 생선이다. (중략) 이름은 북어다. 민간에서는 명태라고도 부른다. 봄에 낚는 것을 춘태, 겨울에 잡는 것을 동태라고 일컫는다. 음력 11월에 여러 시장에 나오는 것은 동명태라고 불렀다.”

이 글은 조선 후기 만물박사 이규경(1788∼1856)이 쓴 ‘오주연문장전산고’에 나온다. 글 제목은 ‘북어변증설’이다. 이규경을 비롯한 조선시대와 20세기 초반 사람들은 동해 북쪽에서 주로 잡히는 생선이라서 북어라고 불렀다.

현재 공식 학명은 북어가 아니라 명태다. 명태라는 이름은 조선시대 함경도 바닷가 명천에 살던 태씨 어부가 잘 잡아서 붙여졌다고 전해진다. 요즘 사람들은 얼리거나 말리지 않은, 잡은 상태 그대로의 명태는 생태라고 부른다. 동태는 겨우내 얼린 명태다. 요사이 사람들은 말린 명태를 가리킬 때만 북어를 쓴다. 이에 비해 황태는 속살이 노란 빛깔이어서 유래한 이름이다.

조선 후기 함경도 관찰사는 겨우내 함흥에 모인 명태를 수레에 실어 서울의 왕실로 보냈다. 그런데 날씨가 겨울답지 않은 때 이동하다보면 왕실의 사옹원에 도착한 생태에서 구더기가 나오기도 했다. 이런 일이 간혹 생기자 함흥의 명태 어민은 ‘덕장’을 설치해 황태를 만들었다.

덕장의 ‘덕’은 널이나 막대기 따위를 나뭇가지나 기둥 사이에 얹어 만든 시렁을 가리킨다. 덕에 매달린 생태는 겨우내 3∼4개월 얼었다 녹기를 되풀이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봄볕이 들 때쯤 되면 덕장의 명태 속살은 짙은 노란색으로 변한다. 그냥 햇볕에 말리거나 건조기에서 말린 북어와 달리 황태의 속살은 감칠맛이 나서 명태 중 가장 고급품에 든다. 해방 전 함경도 어민은 황태를 ‘노랑태’라고 불렀다.

북한에서 노랑태 제조업을 했던 월남민 몇사람은 1956년 초봄 대관령 산골마을에 갔다가 황태를 발견했다. 그곳 주민이 다음해 먹으려고 명태를 새끼줄로 꿰매 처마 밑에 매달아둔 황태가 바로 그들이 찾던 노랑태였다. 이 일이 오늘날 강원도 산촌 여러 곳에 설치된 황태 덕장의 출발이다.

조선시대엔 황태국 요리법을 소개한 책이 따로 없다. 대한제국 마지막 상궁이었던 한희순이 주도해 1957년에 출판한 ‘이조궁정요리통고’에 나오는 ‘북어탕’ 요리법이 황태국과 비슷하다. 이 북어탕에는 북어와 함께 소고기를 쓴다는 점이 특징이다. 요리법은 다음과 같다.

“소고기를 납작납작하게 썰어서 간장·후춧가루·깨소금·참기름·파·마늘로 양념해 고기장국을 끓인다. 북어는 잘 두들겨서 가시를 바르고 4∼5㎝ 길이로 자른 다음 고기장국에 한데 넣고 끓인다. 파를 길쭉길쭉하게 썰어서 한데 넣고 끓이다가 달걀을 풀어넣는다.”

최근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 : 요리 계급 전쟁 시즌2’에서 흑수저 요리사 ‘술빚는 윤주모’가 패자부활전에서 내놓은 음식이 ‘황태해장국’이었다. 그의 황태국은 한희순의 요리법과 달리 소고기가 들어가지 않았지만 심사위원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1981년을 기점으로 동해에서 명태가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오늘날 강원도 산골 황태 덕장에 매달린 명태 대부분은 외국산이다. 황태 덕장과 함경도식 황태국을 잘 알던 월남민 1세대도 대부분 세상을 떠났다. 북한 함경도에서도 명태 먹기가 하늘의 별 따기란다. 동해에서 명태가 사라졌듯 황태국 요리법도 세상에서 잊힐까 걱정이다.

주영하 음식 인문학자·한국학중앙연구원 민속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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