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나의 배터리ON] 美 국방수권법이 바꾼 판…전기차 다음 무대는 ‘드론’

박한나 2026. 1. 13. 0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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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박한나의 배터리ON’은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배터리 분야의 질문을 대신 해드리는 코너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을 비롯해 배터리 밸류체인에 걸쳐 있는 다양한 궁금증을 물어보고 낱낱이 전달하고자 합니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시선이 새로운 수요처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전기차 수요 둔화가 2년 넘게 지속되면서 대안 시장으로 미국 드론과 도심항공모빌리티(UAM)가 부상하고 있습니다. 결정적 계기는 미국 국방수권법(NDAA)입니다.

SES AI, 충주 공장 앞세워 NDAA 겨냥…10Ah급 셀 양산 준비


미국 업체인 SES AI는 올해 처음으로 드론과 UAM용 배터리 시장에 진출했습니다. 드론용 고에너지·고출력의 리튬메탈 배터리와 100% 실리콘-카본(Si-C) 음극 기반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앞세워 미국 정부와 공공 시장 진입의 핵심 관문인 NDAA 대응에 나섰습니다.

핵심 생산 거점은 SES AI가 2021년에 설립한 충북 충주 공장입니다. 충주 공장은 SES AI가 2021년에 세계 최초로 자동차용 100Ah 리튬메탈 배터리를, 2024년에는 UAM용 30Ah 리튬메탈 배터리를 성공적으로 생산한 곳입니다.

SES AI는 올해부터 이 충주 공장에서 10Ah급 셀 소재부터 조립까지 전 공정을 아우르는 형태로 드론용 배터리 셀을 생산할 예정입니다. 이를 위해 국내 이차전지 토털솔루션 기업인 탑머티리얼과 비구속적 합의도 체결해 최종 계약을 조율 중입니다.

양사 협력의 목적이자 핵심은 충주 공장에 SES AI 고객사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NDAA의 원산지와 공급망 요건 충족이 가능한 생산 체계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NDAA는 매년 제정되는 미국의 핵심 국방 관련 법률로, 국방 예산 승인뿐 아니라 방위산업 전반의 정책 기준을 제시합니다.

지난해 NDAA에는 드론, 배터리, 반도체 등 전략적 중요 산업을 대상으로 공급망 투명성과 원산지 요건, 보안 기준을 강화하는 조항이 대거 포함됐습니다. 미국 정부나 공공기관과 거래하거나 보조를 받는 기업, 그러한 기업에 납품하는 기업은 중국 등 특정 국가산의 부품과 소재 사용을 제한받게 됐습니다.

이 때문에 미국 정부·공공기관과 거래하거나, 그 밸류체인에 편입되려는 기업들은 미국 또는 신뢰 가능한 동맹국 내 생산과 조달 체계를 갖추는 것이 사실상 필수가 됐습니다. SES AI가 한국 생산을 전면에 내세운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SES AI는 세계 최로로 개발한 인공지능(AI) 기반 배터리 소재 개발 플랫폼인 ‘분자우주’(MU)의 설계와 제조 기능으로 품질과 비용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한다는 계획입니다. 탑머티리얼은 기가팩토리급 배터리 엔지니어링 역량과 공정 설계, 국내 소재·부품 조달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양산 체계를 함께 구축할 예정입니다.

치차오 후 SES 최고경영자는 “기존 드론용 리튬이온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300Wh/kg 이하가 대부분”이라며 “SES AI가 만든 리튬메탈과 100% 실리콘-카본을 사용하면 최소 400Wh/kg까지는 이미 가능해 올해 500Wh/kg 리튬메탈 배터리도 달성 가능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치차오 후 SES AI 대표가 충주공장에서 생산 예정인 드론용 10ah 배터리 셀을 들고 있는 모습. SES AI 제공.

네오배터리, 이달 27일부터 드론용 실증…“올해 초 미국 상장”


국내에서도 네오배터리가 드론용 고성능 배터리의 개발과 생산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사업 모델은 자사 무기인 실리콘 음극재 기술을 앞세워 전극 설계부터 배터리 셀 생산까지 고객 맞춤형으로 공급하는 ‘배터리 파운드리’(위탁생산)입니다.

네오배터리는 이미 지난해 아시아 드론·무인기(UAV) 제조사와 함께 실리콘 음극재 기반의 드론용 고성능 배터리 개발을 완료했습니다. 1차 시제품 제작을 마친 데 이어, 2차 단계에서는 배터리 팩까지 개발해 이달 27일부터 전북 김제에 위치한 생산 거점에서 실증 비행 테스트에 돌입합니다.

이를 위해 네오배터리는 현재 김제공장에 연 20톤 규모의 드론용 파일럿 생산라인을 구축 중입니다. 김제공장은 지난해 9월 이엔플러스가 운영하던 250MWh 규모의 배터리 생산공장을 임대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생산 시설을 확보했습니다.

이미 이곳에서 5분 거리에 위치한 곳에김제 2공장 부지도 매입했습니다. 파일럿 라인의 검증을 거쳐 생산성과 수율이 확인되면 드론과 로봇용 배터리를 중심으로 향후 연 500MWh에서 최대 1GWh 규모까지 양산투자에 나설 계획입니다.

네오배터리는 드론뿐 아니라 로봇용 배터리까지 고려할 경우 실리콘 음극재 적용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입니다. 드론과 자율이동로봇(AMR), 휴머노이드 로봇은 급속 충전 성능과 높은 에너지 밀도, 동시에 순간 출력 특성까지 정밀하게 설계해야 하는 응용 분야인 만큼 기존 흑연 기반 음극은 한계가 있다고 본 것입니다.

네오배터리가 이달 실증 테스트에 투입하는 실리콘 음극재 제품은 P-200와 P-300N입니다. P-200은 이른바 자폭형(일회성) 드론을 겨냥한 고에너지 밀도 제품으로 한 번의 임무에서 최대한 먼 거리까지 비행하는 것이 핵심인 만큼 에너지 용량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P-300N은 반복 사용이 필요한 드론과 산업·감시용 UAV를 겨냥해 사이클 수명과 출력 안정성 확보에 중점을 뒀습니다.

허성범 네오배터리 대표는 “과거 미국에서 사용되던 드론용 배터리와 주요 부품의 약 80%가 중국산에 의존해 왔습니다”라며 “최근 미국 정부가 NDAA를 통해 중국산 배터리와 핵심 소재의 유입을 사실상 차단하면서 구조적 기회가 생긴 만큼 올해 초 미국 상장을 통해 현지 시장에 본격 진출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네오배터리 김제공장 전경. 네오배터리 제공.


박한나 기자 park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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