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북 4대 협력사업 구상, 우선순위 정해 차분히 추진을

한겨레 2026. 1. 13.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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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중국·러시아 3국의 국경이 교차하는 두만강 하류. 멀리 보이는 철교가 ‘조-로 우정의 다리’다. 북한과 러시아는 두만강철교보다 하류에 ‘두만강국경 자동차다리’를 건설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5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남북관계 개선과 동북아 협력을 위해 ‘광역두만개발계획’(GTI)을 포함한 4대 남북·국제 협력사업 구상을 설명하며 협력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우리가 준비해온 협력사업 구상을 정상 의제로 공식화했다는 의미가 있지만, ‘제재 해제’ 등 풀어가야 할 난제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꽉 막힌 남북관계 등 ‘객관적 정세’에 대한 고려 없이 대형 프로젝트에 집착한다는 오해를 사지 않도록, 쉬운 사업부터 차분히 추진해가기 바란다.

한겨레는 12일 복수의 고위 관계자들의 말을 따 이 대통령이 5일 시 주석과 회담에서 중국 쪽에 △서울~평양~베이징 고속철 건설 사업 △원산갈마 평화관광 △남북 보건의료 협력 △광역두만개발계획 등 ‘4대 협력사업 구상’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 대통령은 6일 중국의 ‘2인자’인 리창 국무원 총리와의 만남에서도 이 계획을 설명하며 중국의 협력과 중재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보도에 따르면, 시 주석은 “좋은 제안”이라면서도 현재 남북관계가 극도로 악화되어 있고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제한적이라는 점 등을 들어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인도주의적 사업인 보건의료 협력과 지난해 7월 개장한 동해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에 대한 평화관광은 제재를 면제받을 수 있거나 제재 대상이 아닌 사업이어서 남북이 합의만 하면 얼마든지 추진할 수 있다. 하지만 서울~평양~베이징 고속철은 한·중이 북한에 엄청난 규모의 투자를 해야 하는 대형 개발 프로젝트이다. 이런 큰 사업을 하려면 대북 제제를 해제해야 하고, 그러려면 ‘북핵 문제’라는 난제를 풀어내야 한다. 결국, 시 주석은 물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까지 끌어들이는 남·북·미·중 4자 회담 개최가 필수적이다. 마지막 사업인 광역두만개발계획을 추진하려면 러시아의 참여가 필요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를 내다봐야 한다.

이렇게 보면 사업의 우선순위는 분명하다. 통일부는 지난달 19일 공개한 올해 업무 보고에서 “감염병 대응, 군 단위 병원 현대화 등 보건의료 협력 보따리를 마련”하고, “국제 원산갈마 평화관광과 연계한 금강산 관광 재개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다른 두 사업에 대한 언급은 아예 없다. 더 시급한 과제는 ‘북한 침투 무인기’ 사건을 원만히 마무리 짓고, 북과 최소한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다. 무리가 없도록 하나하나 바닥부터 차분히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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