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논란 40일, 박나래는 추락과 반전의 기로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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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센스] 밝고 우직한 예능 이미지 뒤에 가려져 있던 균열은 예상보다 훨씬 치명적이었다. 전 매니저들의 가압류 신청으로 촉발된 박나래 사건은 갑질·폭행 논란을 거쳐, 이내 '주사 이모'라는 충격적인 키워드를 품으며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개인 간의 분쟁으로 보였던 갈등은 불법 의료 시술 의혹과 연예계 관행 논란으로 번졌고, 대중의 시선은 단숨에 한 연예인의 사생활을 넘어 구조적인 문제로 향했다. 박나래 사건은 이제 법적 판단의 영역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박나래 사건'의 시작은 기자회견도 고소도 아닌, 재산을 묶어두는 '가압류' 신청이었다. 전 매니저들은 지난해 12월 3일 박나래를 상대로 서울서부지법에 약 1억 원의 부동산 가압류를 신청했다. 이들은 근무 기간 동안 박나래로부터 갑질과 폭언, 폭행 등의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평소 밝고 친근한 이미지로 대중의 사랑을 받아온 박나래였기에 이미지 타격은 매우 심각했다.
시작은 '가압류', 그리고 쏟아진 갑질 의혹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도 않고, 손해배상청구 소송에 들어가면 재산을 처분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이유로 가압류 신청을 했다는 전 매니저들의 주장은 구체적이었다. 박나래의 집에서 '나래바'가 열리면 직접 장을 봐야 했고, 술자리가 진행되는 동안 인근에서 대기하며 온갖 잔심부름을 해야 했다는 것이다. 설거지, 귀가하는 연예인들을 위한 택시 호출, 쓰레기 정리 및 분리수거 등이 사례로 제시됐다. 더군다나 MBC '나 혼자 산다' 추석 특집 방송에서 박나래가 직접 만든 것으로 연출된 음식들 중 일부도 매니저의 작품이었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술을 마시던 중 박나래가 얼굴을 향해 술잔을 던졌다." 전 매니저는 이 일로 얼굴에 멍이 들고 손을 베어 네 바늘을 꿰맸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일한 만큼 정당한 정산도 받지 못하고 직장 내 괴롭힘까지 당하며 참다못한 매니저들은 결국 퇴사를 결심했고, 정식 대응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코너에 몰린 박나래 측은 이러한 주장을 강력히 반박했다. 전 매니저들을 진심으로 아꼈으며, 폭행 주장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는 해명이었다. 결국 양측의 공방은 치열한 고소전으로 번졌다.
법조계에서는 객관적인 물증 확보가 핵심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형사 사건 전문 한 변호사는 "양측의 주장이 팽팽히 엇갈리는 상황에서 CCTV나 현장 사진, 당시 자리에 있었던 목격자들의 진술 확보 싸움이 될 것"이라며 "술잔을 던진 행위가 사실로 드러나면 특수상해죄에 해당해 징역형이나 집행유예가 선고될 수 있고,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되면 위자료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결정타는 '주사 이모', 대화가 드러낸 충격
'갑질'과 '직장 내 괴롭힘'이 키워드로 떠오르며 여론은 박나래에게 불리하게 돌아갔지만, 이는 여전히 진실 공방이 필요한 사안이었다. 그런데 박나래를 향한 더욱 치명적인 '한 방'이 남아 있었다. 바로 '주사 이모' 논란이다.
박나래: "A 씨(전 매니저), OO 언니 모셔서 와요. 저 죽어가요."
전 매니저: "대표님 안녕하세요. 약 받을 수 있을까요?"
주사이모: "붓기 약 2달분, 취침 약 2달분 준비되었는데 어떻게 할까?"
박나래와 이번 폭로를 주도한 전 매니저 A 씨, 그리고 주사 이모 등이 나눈 SNS 대화가 '디스패치'를 통해 보도되면서 불법 의료 시술 의혹까지 제기된 것이다. 박나래는 오피스텔과 차량 등에서 '주사 이모'로 불린 B 씨와 주기적으로 만나 수액 및 주사 시술을 받았고, 해외 촬영 일정에도 동행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B 씨는 의사 면허 없이 항우울제·수면제 등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을 다량 보유했고, 캐리어에 각종 주사기와 수액 세트를 들고 다니며 즉석에서 투약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박나래가 투약을 받는 여러 사진이 언론에 공개되며 파장은 더욱 커졌다.

B 씨는 불법 의료 행위를 부인하며 자신이 '내몽고 포강의과대학병원' 교수를 역임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가 언급한 '내몽고 포강의대'는 실재하지 않는 유령 학교였다. 대한의사협회는 입장문을 통해 "의료법상 의사 면허가 없는 비의료인은 어떤 경우에도 우리나라에서 의료 행위를 할 수 없다"며 "이번 사건의 행위는 의료인이 행하는 적법한 진료와는 다른 명백한 불법 시술"이라고 지적했다.
B 씨는 교수로 재직했다는 주장만 되풀이할 뿐, 의사 면허 보유 여부에 대해서는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 B 씨는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근무했던 것으로도 알려졌다. 의료계에 따르면 B 씨가 설령 중국에서 의사 면허를 취득했다 하더라도, 현행법상 한국에서는 의료 행위를 할 수 없다. B 씨가 무자격자임에도 의료 행위를 했다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관건은 박나래에게까지 처벌이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나래 측은 "의사 면허가 있는 분으로 알고 있었다. 의료인에게 정당하게 요청한 것"이라며 의혹을 부인했다. 의료계에서는 박나래의 법적 책임 가능성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피부과 전문의 함익병 원장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대부분의 무면허 의료행위는 시술자가 처벌 대상이 된다"면서도 "다만 박나래가 무면허 시술임을 인지한 상태에서 지속적으로 시술을 요구했다면 법적으로 얽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반면 왕진 전문의인 기승국 대한예방의학과의사회 회장은 YTN 라디오 '슬기로운 라디오생활'에서 "환자는 원칙적으로 처벌받지 않는다"며 "수많은 사람이 이런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지만 처벌받았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 없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박나래가 무면허 의료행위에 대해 적극적으로 요청 및 동조했거나 주선을 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의료 범죄 수사에 정통한 검찰 관계자는 "무면허라는 점을 확실히 인지하고도 치료를 받았는지가 관건"이라며 "가담 정도가 깊거나 주변인들에게 주선을 했다면 방조범이나 교사범 성립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박나래를 넘어 연예계로, 주사이모 도미노
'주사 이모' 후폭풍은 박나래를 넘어 연예계 전반을 강타했다. 유명 유튜버 '입짧은 햇님'과 샤이니 멤버 키, 온유 등이 함께 도마 위에 올랐다. B 씨에게 링거를 맞은 정황이 포착된 입짧은 햇님은 모든 방송 활동을 중단했다. 온유의 경우 의료 면허 논란을 인지하지 못했고 피부 관리 목적으로 병원에서 B 씨를 만났다고 해명했다. 키는 지인의 추천을 받아 B 씨가 근무하는 병원에서 몇 차례 진료를 받았고, 집에서도 진료를 받은 사실을 시인했다. 키 역시 결국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한편 '나 혼자 산다' 멤버인 전현무는 과거 방송 중 차량에서 링거를 맞고 있는 사진이 재조명되었으나, 주사 이모와는 전혀 상관없는 치료였다며 선을 그어 의혹은 일단락됐다.
박나래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소속사의 대중문화예술기획업 미등록 운영, 매니저에 대한 4대 보험 미가입, 회사 자금을 전 남자친구 등에게 지급했다는 횡령 의혹, 세무조사 특혜 의혹뿐만 아니라 '매니저가 동승한 차량 안에서 남자친구와 특정 행위를 했다'는 사생활 관련 주장까지 불거지며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공개된 메시지들, 반전의 조짐인가 물타기인가
다만 지난 8일 유튜브 채널 '연예뒤통령 이진호'에서 박나래와 전 매니저 간의 SNS 메시지가 추가로 공개되며 반전의 기미도 보이고 있다. 적은 급여를 받았다는 전 매니저의 주장과 달리, 박나래가 급여 인상을 제안하자 전 매니저 A 씨가 오히려 이를 사양한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아울러 매니저 경력이나 4대 보험 가입 여부와 관련해서도 A 씨의 주장과 배치되는 내용이 속속 알려지고 있는 상태다.
여기에 박나래와 A 씨 간의 통화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의문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전 매니저들의 폭로 이후 술에 취한 상태에서 박나래에게 전화를 건 A 씨는 오열하며 자책했고, 두 사람은 오해를 푼 듯 보였다. 그러나 A 씨는 바로 이튿날 박나래를 더욱 궁지에 몰아넣는 폭로를 이어가는 의심스러운 행보를 보였기 때문이다.
'가압류'로 시작된 이번 사건은 어느덧 박나래 피소 5건, 전 매니저 피소 2건으로 덩치가 커졌다. 경찰 고위 관계자는 "현재 총 7건의 사건이 접수되었는데 6건은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1건은 서울 용산경찰서에서 수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결국 진실을 가를 기준은 객관적인 증거와 수사 결과다. 이번 사태는 스타 개인의 일탈 논란을 넘어 연예 산업 전반의 고용 관행과 사적 관리 문화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객관적으로 시시비비를 따져보겠다는 입장을 마지막으로 대중의 시야에서 사라진 박나래의 침묵은 현재 진행형이다.
권준혁 법조전문기자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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