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회생 의뢰인에게 “수임료 대출받으시라”는 로펌

방극렬 기자 2026. 1. 13.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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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 25시]
채무자에 대부업체 연결해 주고
변호사가 “빨리 갚으라” 독촉도

‘개인회생 전문’이라고 광고하는 서울 서초동의 한 로펌은 개인회생을 준비하는 채무자들 사이에서 암암리에 ‘블랙 로펌’으로 불린다. 빚 때문에 수임료가 부담스럽다고 하면 “수임료는 대출받으면 된다”며 대부업체를 소개해 준다고 소문이 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로펌 대표인 A 변호사는 지난 2023년 자신을 찾아온 개인회생 의뢰인에게 대부업체를 연결해 수임료를 대출받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A 변호사는 의뢰인의 수임료 대출 상환이 늦어지자 “빨리 갚으라”고 독촉하기도 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최근 A 변호사에게 성실의무 위반 등으로 과태료 300만원을 확정했다.

기존 빚을 탕감받기 위해 개인회생을 알아보러 온 채무자들에게 이처럼 ‘수임료 대출’을 권하는 로펌이 적지 않은 것으로 12일 전해졌다. 채권자 수나 규모 등에 따라 다르지만, 개인회생 사건의 변호사 수임료는 통상 200만~400만원 사이로 책정된다. 하지만 빚에 허덕이는 채무자들은 수백만원의 수임료를 내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블랙 로펌들이 이를 노리고 “대출받아 회생하라”고 제안한다는 것이다.

개인회생 상담이 이뤄지는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로펌 사무장이 믿을 만한 대부업체니 안심하라며 수임료 대출을 권한다” “대출받으면 즉시 회생 접수를 해주겠다고 한다”며 수임료를 대출받아도 되는지 문의하는 글이 종종 올라온다. 한 대부업체는 ‘개인회생·파산 수임료 200만원 이하 즉시 대출’이라는 광고 글을 게시했다.

문제는 이렇게 대출받은 수임료는 대부분 채무 면책 대상에서 제외돼, 향후 개인회생에 성공하더라도 새로 갚아야 할 빚으로 남게 된다는 점이다. 일선 법원에서 탈법적인 수임료 대출 여부를 모니터링하지만 로펌 측이 숨기면 적발하기 쉽지 않다. 서울회생법원의 한 판사는 “수임료 대출로 로펌은 안정적으로 수입을 챙기고 대부업체는 고금리 이자 장사를 할 수 있다”며 “상환 부담은 채무자가 고스란히 짊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회생 사건 경험이 많은 한 법조인은 “정상적인 로펌이라면 채무자의 상환 능력을 감안해 수임료를 3~6개월씩 분할 납부하는 방식을 제안한다”며 “다짜고짜 대출을 권하는 로펌은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위소득 75% 이하 저소득층 채무자의 경우 법원에서 변호사 비용을 지원하는 ‘개인회생 소송 구조’ 제도를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수임료 부담 등을 고려해 다음 달 1일부터 자본금 3억원 이하 영세 소상공인들도 개인회생 구조를 받을 수 있도록 구조 대상을 넓힐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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