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선우, 아이폰 비번 제공 거부…김경은 휴대폰·PC ‘지우기’
‘핵심 물증’ 확보 못해…금주 중 김경 2차 조사 및 강 의원 소환 전망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경찰이 '공천헌금 1억원' 의혹의 핵심 피의자들에 대한 강제수사에 착수했지만 핵심 물증 확보에 적잖은 난항이 예상된다. 수사 협조를 약속했던 강선우 무소속 의원은 휴대전화 비밀번호 제공을 거부하고 있고, 미국에서 입국한 김경 서울시의원은 텔레그램 메시지를 삭제하고 PC를 포맷하는 등 이미 상당수의 증거가 인멸된 정황이 짙어지고 있다.
12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전날 뇌물 등 혐의를 받는 강 의원에 대한 사무실과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최신형 아이폰 1대를 제출받았다.
그러나 강 의원이 수사팀에 휴대전화의 비밀번호 제공을 거부하면서 포렌식 작업에는 착수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의원이 제출한 휴대전화는 작년 하반기에 출시된 최신형 모델로, 당사자가 비밀번호를 제공하지 않으면 사실상 수사기관에서도 포렌식이 불가능하다.
앞서 강 의원은 2022년 4월 지방선거 국면에서 자신의 보좌관이었던 남아무개씨를 통해 김 시의원이 공천을 대가로 건넨 1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강 의원은 의혹이 제기된 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탈당 결정 사실을 알리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강 의원이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제공하지 않으면서 그가 의혹의 키맨인 남씨, 김 시의원 등과 나눈 메시지 및 통화 내역 등을 파악하는데 어려움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통상 휴대전화 통신조회 가능 기간은 1년이기 때문에 공천헌금 사건이 발생한 2022년의 통신 기록을 전산상으로 확인하는 것은 쉽지 않다. 때문에 당시 사건 관련자 간의 통화나 메시지 등을 확보하려면 실물 휴대전화나 PC 확보가 필수적이다.
임주혜 변호사는 YTN '뉴스퀘어 2PM'에서 "압수수색이 단행됐지만 '과연 (경찰이) 유의미한 증거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을까' 이 부분에 많이 의구심이 있다"며 "앞으로 얼마나 속도감 있게 물증을 확보하느냐가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 텔레그램 지우고 지난해부터 PC 포맷
의혹이 불거진지 이틀 만에 미국으로 출국했다가 11일 만에 입국한 김 시의원도 이미 증거인멸 시도 정황이 포착된 상태다. 김 시의원은 경찰의 입국 종용이 이뤄지던 때 미국에 머무르며 텔레그램과 카카오톡을 반복적으로 탈퇴했다가 재가입하는 방식으로 기존 계정의 메시지 수발신 내역과 내용을 비운 것으로 확인됐다.
김 시의원이 서울시의회에서 사용하던 컴퓨터도 이미 작년에 다른 의혹이 불거졌을 때 포맷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전날 압수수색을 통해 시의회 사무실에 있던 김 시의원의 컴퓨터 2대 중 1대를 확보했고, 이날 추가적으로 과거에 사용했던 PC 2대를 임의제출 받았다.
이날 확보한 PC는 김 시의원이 작년 10월 시의회 사무처에 반납한 것이다. 당시 진종오 국민의힘 의원이 '지방선거 경선 종교단체 동원 의혹'을 제기하며 김 시의원을 고발했는데, 김 시의원은 고발 이후 자신이 사용하던 PC를 반납했지만 포맷이 이뤄진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었다.
경찰이 김 시의원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하지 않았고, 강제수사도 의혹 제기 2주가 돼서야 본격화하면서 핵심 증거물을 확보할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김 시의원은 전날 3시간반 가량 경찰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김 시의원은 자수서를 통해 강 의원 측에 1억원을 전달했다가 이후 돌려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직접 돈을 받은 인물로 지목된 남씨는 경찰 조사에서 1억원을 받았다가 돌려준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경찰은 김 시의원을 금주 중으로 재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강 의원에 대한 소환조사도 금명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김 시의원과 강 의원, 남씨를 출국금지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이날 정례 간담회에서 '늑장·봐주기 수사' 논란과 관련해 "경찰 입장에선 억울한 측면이 있다"며 선을 그었다.
박 청장은 도피성 출국·메신저 삭제 의혹에 휩싸인 김 시의원을 긴급체포했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 "긴급체포엔 사유가 있어야 한다"며 "전체적인 수사 계획에 의해 진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까지 말씀드리긴 곤란하다"고 했다.
김 시의원이 지난해 12월31일 미국으로 출국한 것을 막지 못한 것은 고발 사건이 수사관에게 배당된 시점이 출국 이후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출입국 조회도 사건이 배당돼야 가능하다"며 "지난 2일 배당 후 바로 입국시 통보 조치를 신청했다. 늦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빨리 진행한 측면이 있다"고 반박했다.
김 시의원에 대한 1차 조사가 3시간반가량 이뤄진 것에 대해서도 "시차와 건강 등 문제로 오랫동안 조사가 가능한 상태가 아니었다"며 "배려를 하는 게 아니라 조사가 가능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박 청장은 "철저히 수사해 실체적 진실을 밝히라는 주문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한 점 의혹이 남지 않도록 좌고우면하지 않고 원칙대로 수사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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