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2026년 새해, 당신의 플레이리스트에는 무엇이 있나요

경기일보 2026. 1. 1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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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의 열흘이 지났다.

새해에도 여전히 우리의 스마트폰은 분주하게 나의 '취향'을 배달한다.

알고리즘 바깥의 세계로 한 걸음 나아가는 일, 그 작은 일탈이 우리의 감각을 되살린다.

2026년, 새해의 플레이리스트에는 정교하게 분석된 취향에서 벗어난, 나를 당황시키고 마음을 흔들어 놓는 낯선 소리를 하나쯤 허락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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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경 작곡가·예술감독

2026년의 열흘이 지났다. 새해에도 여전히 우리의 스마트폰은 분주하게 나의 ‘취향’을 배달한다. 음악 스트리밍 앱은 지난 청취 기록을 분석해 내가 좋아할 법한 곡들을 치밀하게 선별하고 OTT 플랫폼은 내 취향의 결을 정확히 읽어낸 영상들로 화면을 채운다. 알고리즘이 이제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듯하다. 내가 무엇을 보고 싶어 하는지, 어떤 리듬에 반응하는지 그리고 어떤 서사에 오래 머무는지를 정교한 데이터로 계산해낸다. 이 안락한 큐레이션은 우리를 ‘실패 없는’ 선택의 세상에 살게 한다.

이 편리함 속에서 우리는 역설적으로 묘한 허기를 느낀다. 알고리즘이 만들어 낸 ‘취향의 안락함’은 편리하지만 동시에 단조롭다. 놀라움은 줄고 예측 가능성은 커진다. 익숙한 취향이 반복되는 동안 우리는 어느새 선택의 주체가 아닌 결과의 소비자가 돼 가고 예술이 지닌 우연성과 긴장은 점점 희미해진다. 낯선 음반 가게에서 우연히 집어 든 앨범 한 장, 제목 하나에 이끌려 펼쳐본 책 한 권 그리고 공연장 구석 자리에서 처음 마주한 이름 모를 연주자의 떨리는 호흡. 플레이리스트 밖에서 마주한 이러한 우연들은 종종 우리의 취향을 바꾸고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을 흔들어 놓는다.

알고리즘은 어제의 나를 분석해 오늘의 나를 설계한다. 내일의 내가 꿈꿀 전율, ‘아직 알지 못하는 나’의 가능성은 그 계산에서 누락되고 효율이라는 이름 아래 ‘실패의 가능성’은 차단돼 버린다. 예술은 탐험이 아닌 안전한 소비로, 감상은 모험이 아닌 확인 절차로 전락한다. 창작자들 또한 선택받기 위해 알고리즘의 문법을 학습하며 파격적인 실험을 외면한 채 검증된 형식으로 수렴한다. 우리가 예술의 본질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봐야 할 순간이다.

예술의 본질은 효율에 있지 않다. 예술은 언제나 불편함과 함께 있어 왔다. 이해되지 않는 소리 앞에 멈춰 서는 시간 또는 낯선 이미지에서 당혹감을 느끼는 순간 그 불편함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나는 왜 이 장면에서 흔들리는가, 나는 왜 이 소리에 마음을 내어주는가. 예술은 우리에게 답이 아닌 질문을 건넨다. 그리고 그 질문을 향해 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사유하고 공감하며 세계를 공유한다.

이제 알고리즘의 궤도 밖으로 걸어나가 의도적인 ‘이탈’을 감행해 볼 시점이다. 스스로 흔들리는 경험을 해 보는 것이다. 낯선 동네의 작은 갤러리에 들어가 이름 모를 작가의 거친 붓질 앞에 서 보고 비인기 독립영화를 찾아보고 소음 가득한 도심의 길거리 버스킹 음악에 귀기울여 보라. 그곳에는 데이터의 연산으로는 도저히 도달할 수 없는 날것 그대로의 인간의 감정과 사유의 세계가 숨 쉬고 있다.

2026년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기술이 제공하지 않는 경험을 의식적으로 ‘선택’해 보는 일이다. 추천 목록을 잠시 닫고 목적 없는 산책처럼 예술을 만나는 용기가 필요하다. 실패해도 괜찮은 감상의 시간이다. 효율과 정확함에서 한 발 벗어날 때 예술은 다시 살아 움직인다.

기술이 건네는 안전한 선택지 너머에는 여전히 설명되지 않는 감정과 예측할 수 없는 울림이 존재한다. 알고리즘 바깥의 세계로 한 걸음 나아가는 일, 그 작은 일탈이 우리의 감각을 되살린다. 2026년, 새해의 플레이리스트에는 정교하게 분석된 취향에서 벗어난, 나를 당황시키고 마음을 흔들어 놓는 낯선 소리를 하나쯤 허락해 보는 건 어떨까. 그 사소한 균열이 당신의 세계를 확장하는 아름다운 시작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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