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과의사 봉달희’가 놓친 그 환자, 의사들이 만든 의료AI가 살렸다
단순 가슴통증인줄 알았는데 ‘심근경색’
AI가 심전도 정밀 판독해 “위험도 100%”
분당서울대, 80분만에 응급 시술로 살려
![분당서울대병원 의료진이 만든 스마트폰 앱 ‘ECG 버디’가 심전도 사진을 분석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AI는 육안으로는 식별하기 힘든 파형 변화를 분석해 ‘위험도’를 표시해준다. [분당서울대병원]](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1/12/mk/20260112183002448zwpe.jpg)
의료진은 인공지능(AI) 심전도 분석 시스템 ‘ECG 버디’를 가동했다. AI는 육안으로는 식별하기 어려운 파형 변화까지 분석한 뒤, 급성관상동맥증후군 등 4개 핵심지표에서 ‘위험도 100%’라는 경고등을 띄웠다.
이후 10분 간격으로 두 차례나 더 검사했지만, 기계 판독은 여전히 명확한 진단을 하지 못했다. 반면 AI가 제시한 위험도 그래프는 최고치에서 단 한 차례도 흔들리지 않았다. 응급실은 즉시 STEMI(급성 심근경색) 프로토콜을 가동했고, A씨는 심혈관조영실로 옮겨져 시술을 받았다. 응급실에 도착한 지 80분이 지났을 때였다.
시술 결과 AI의 경고가 맞았다. 심장의 대들보로 불리는 좌전하행동맥(LAD)이 완전 폐쇄에 임박한 상태였던 것이다. 의료진은 즉시 혈관을 확장하는 스텐트 삽입술을 시행해 환자의 혈류를 회복시켰다. 김중희 분당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AI가 위험 신호를 일관되게 제시하면서 임상 판단을 뒷받침했고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근거가 됐다”고 말했다.
의료 AI는 이미 의료 현장의 핵심 축으로 편입되고 있다. 예전에는 ‘있으면 편한’ 진단 보조도구 수준이었다면, 최근에는 A씨 사례처럼 찰나의 순간에 생사를 가르는 필수의료 인프라로 자리잡았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타티스타에 따르면 전 세계 의료 AI 시장 규모는 2026년 약 613억달러에 이르고, 2028~2029년에는 1000억달러 시대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의료 AI가 진화하면서 기술 혁신의 주체 역시 의사들로 바뀌는 분위기다. 외부 기업들이 개발한 AI는 임상 현장에 적용하기까지 큰 산을 넘어야 하지만, 임상의들이 직접 개발한 AI들은 바로 현장에 투입되면서 착실히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
1분 내에 11가지 심장 리듬을 분류하고
10가지 바이오마커 분석해 위험신호 포착
![김중희 분당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가 환자의 심전도 검사 결과지를 확인하고 있다. 김 교수는 “심전도 판독은 연차가 쌓인다고 해서 숙련도가 자동으로 유지되는 영역이 아니라서 작은 변화에도 판단이 엇갈리기 쉽다”면서 “바쁜 응급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ECG 버디’를 개발했다”고 말했다. [분당서울대병원]](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1/12/mk/20260112183003787qqnb.jpg)
김 교수는 “위험한 작업 현장에서 서로의 생명을 지켜주는 잠수부들의 ‘버디 시스템’처럼 응급실에서 단독으로 판단해야 하는 의사들의 조력자가 되길 바라는 뜻에서 이름을 붙였다”며 “기존 심전도 AI가 주로 건강검진 등 비교적 안정적인 환경에서 활용돼 왔다면, ECG 버디는 생명이 위태로운 응급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분명한 차별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도입 성과는 수치로 확인됐다. 분당서울대병원에 따르면 시스템 적용 이후 환자 내원부터 혈관 확장까지 걸리는 시간(Door-to-Balloon time)은 평균 90분에서 82분으로 약 8분 단축됐다. 특히 국제 가이드라인인 90분을 초과한 지연 사례 비율은 도입 전과 비교해 크게 줄었다. 김 교수는 “심전도 판독은 연차가 쌓인다고 해서 숙련도가 자동으로 유지되는 영역이 아니라서 작은 변화에도 판단이 엇갈리기 쉽다”며 “결과에 대한 책임 부담이 큰 응급실에서 AI는 의료진이 보다 확신을 갖고 판단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안전장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ECG 버디는 전국 80여 개 병원에 도입돼 한달 평균 20만건 이상의 심전도를 분석한다. 특히 스마트폰 앱만 있으면 되기 때문에 인력과 예산이 부족한 지역 응급의료 현장은 물론 구급차 안에서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김 교수는 “구급차 안에서 이미 방향을 잡고 들어오느냐에 따라 환자의 예후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면서 “비후성 심근병증처럼 돌연사로 이어질 수 있는 질환을 미리 가려내는 AI는 물론 스마트폰으로 엑스레이 영상을 촬영해 즉시 분석하는 기술 개발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고 했다.
병리과 의사들이 만든 AI가 바로 알아내
서울성모, 5년간 16만건 데이터 학습시켜
![정찬권 서울성모병원 병리과 교수가 모니터 속 붉게 염색된 유방암 조직 이미지를 가리키고 있다. 숙련된 의사의 경험적 직관이 AI의 정밀한 데이터와 만나,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전이의 단서까지 찾아내는 시대다. [서울성모병원]](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1/12/mk/20260112183005057qnlf.jpg)
특히 미세한 림프절 전이 여부는 베테랑 전문의조차 좀처럼 확신하기 어려운 사각지대였다. 하지만 이젠 AI가 수만개의 세포를 하나하나 전수 조사해 양성과 음성을 칼같이 가려낸다. 숙련된 의사의 경험적 직관이 AI의 정밀한 데이터와 만나,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전이의 단서까지 찾아내고 있는 것이다. 정 교수는 ”‘어느 수준까지 전이가 진행되었는가’라는 질문에 AI가 데이터로 답을 주는 시대가 열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정밀 진단이 가능한 이유는 디지털 병리 인프라 덕분이다.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 데이터보다 수천 배 방대한 데이터를 AI가 학습하면서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판독력을 갖게 됐다. 서울성모병원은 지난 5년간 16만건 이상의 병리 데이터를 축적하며 이 시스템을 완성해왔다. 다른 의료 AI와 차별화되는 가장 큰 강점은 설계 단계부터 병리과 의사들이 주도했다는 점이다. 공학자가 아닌 현장 전문의들이 직접 암 영역을 한 땀 한 땀 지정하는 주석을 달아 학습시켰기에 임상 최적화가 가능했다.
정 교수는 “의사가 만든 AI는 판독 우선순위를 분류하거나 퇴근 전 분석을 걸어두면 다음 날 아침 결과값을 대기시키는 등 의사의 업무 흐름을 완벽히 꿰뚫고 있다”고 말했다. AI가 밤새 형태계측을 끝내놓으면 의사는 최종 점검 후 의학적 판단만 내리면 되는 구조다. 정 교수는 “예전에는 현미경이 병리과의 상징이었는데 이제 그 자리를 AI가 대신하고 있다”며 “의사가 직접 설계한 AI는 의사의 눈을 날카로운 정밀 기기로 만들어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낙상위험환자 분류해 간호사 일도 덜어줘
한림대 성심, AI를 병원운영 비효율 해결사로
![김희주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간호사가 환자의 ‘낙상 위험률’ 지표를 체크하고 있다. 이 병원은 지난 2020년부터 환자의 낙상 확률을 예측하는 AI를 자체 개발해 사용하고 있다. [한림대성심병원]](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1/12/mk/20260112183006360iwkq.jpg)
HAI의 주된 역할은 환자의 의무기록지를 작성하는 것이다. 매일 작성해야 하는 경과요약지부터 퇴원요약지, 전원요약지까지 대신 작성해준다. HAI 개발을 총괄한 이민우 한림대성심병원 신경과 교수는 “HAI가 작성한 기록지의 완성도는 90%에 달하며 의사가 불필요한 부분만 지우면 될 정도”라고 말했다. 원래 경과요약지는 전공의의 주요 업무였다. 숙련된 전공의도 환자 한 명의 경과요약지를 작성하는 데 10분 이상 걸린다. 전공의 한 명이 환자 20명을 담당한다고 할 때 HAI가 절감해주는 전공의 노동 시간은 하루 150분 이상이다.
간호사 업무 부담도 줄었다. 한림대강남성심병원은 2020년부터 환자의 낙상 확률을 예측하는 AI를 자체 개발해 사용하고 있다. 한림대강남성심병원에 일주일째 입원 중인 정교영(78) 씨의 낙상 발생 예측률은 74%로, 이름 옆에 빨간색으로 고위험군이라 표시돼 있었다. 고위험군 환자는 검사나 화장실 이동 시 항상 간호사가 동행하며 수시로 확인을 받는다.
김희주 간호사는 “원래는 모든 환자를 동일하게 신경써야 했지만 AI 도입 이후에는 위험도에 따라 관리가 가능해 훨씬 효율적으로 낙상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AI 덕분에 간호사는 고위험군에 집중할 수 있고, 저위험군 환자는 입원기간 동안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심희진·고재원·최원석 기자
![한림대성심병원 의료진은 지난해 생성형 AI 플랫폼 ‘HAI’를 자체적으로 개발했다. 환자의 의무기록지를 작성하는 이 AI는 전공의들의 업무 부담을 줄여주는 우수 사원이다. 개발을 총괄한 이민우 한림대성심병원 신경과 교수는 “HAI가 작성한 기록지의 완성도는 90%에 달한다”고 말했다. [한림대성심병원]](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1/12/mk/20260112183007660cbro.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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