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 서다 지쳐 광주에 뜬 ‘두쫀쿠 맵’
오픈런 피로 누적에 재고 공유 확산
동네 카페 매출 쏠림·양극화 우려도

"가기 전에 지도부터 확인해요. 날도 추운데 괜히 갔다가 헛걸음하면 너무 아깝잖아요."
인기 디저트 메뉴인 '두바이 쫀득 쿠키(이하 두쫀쿠)'를 사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추위를 뚫고 줄을 서던 오픈런 소비는 여전하지만, 최근에는 재고를 미리 확인한 뒤 움직이는 '정보형 소비'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른바 '두쫀쿠 맵'의 등장이다.
광주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중심으로 공유되는 두쫀쿠 맵은 두쫀쿠를 판매하는 카페의 위치와 당일 재고 여부를 한눈에 보여주는 지도형 정보다. 일부 지도에는 매장별 예상 소진 시간이나 마지막 업데이트 시점까지 표시된다. 소비자들은 "여기 아직 남아 있다", "방금 품절" 같은 댓글을 통해 정보를 실시간으로 보완한다.
이 같은 현상은 두쫀쿠를 구매하기 위한 오픈런의 피로도가 누적된 결과다. 카페 문을 여는 시간부터 대기줄이 생기거나, 하루 준비 물량이 오전 중 소진되는 사례가 반복되자 소비자들이 줄 서기 이전 단계에서 '정보 경쟁'에 뛰어든 것이다. 광주 북구에 거주하는 대학생 이모(22) 씨는 "두쫀쿠는 그냥 가면 거의 못 산다"며 "요즘은 지도나 커뮤니티부터 보고 동선을 짠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디저트 카페들이 구매 수량을 제한해 두쫀쿠를 판매하고 있지만, 치솟는 인기에 소비량을 따라가기엔 역부족이다. 광주 동구에서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40대) 씨는 "주말, 평일 할 것 없이 개점 전부터 전화 문의가 몰린다"며 "1인당 구매 수량을 제한하지 않으면 다른 손님들에게 돌아갈 물량이 없다"고 말했다.
두쫀쿠의 인기는 지역 기반 플랫폼의 이용 행태도 바꾸고 있다.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의 '동네지도'에서는 최근 광주 지역에서 '두쫀쿠', '두바이쫀득쿠키' 검색과 관련 게시물이 눈에 띄게 늘었다. 판매 여부를 묻는 글부터 재고 인증 사진, 구매 후기까지 이어지며 사실상 '동네 단위 재고 알림판' 역할을 하고 있다.
동네 카페 입장에서도 변화는 뚜렷하다. 광주 남구에서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A씨는 "예전엔 전화로만 문의가 왔는데, 요즘은 '지도 보고 왔다'는 손님이 많다"며 "괜히 헛걸음하는 손님이 줄어든 건 긍정적이지만, 재고 관리 부담은 더 커졌다"고 말했다. 일부 매장은 오히려 재고 현황을 직접 공유하며 '신뢰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다만 두쫀쿠 맵 확산이 동네 카페 간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재고 여부가 실시간으로 공유되면서 일부 인기 매장으로 수요가 집중되고, 두쫀쿠를 취급하지 않거나 정보 노출이 적은 카페는 소비자 선택지에서 빠르게 밀려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광주 지역 일부 카페 업주들 사이에서는 "지도에 안 뜨는 가게는 아예 방문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말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를 디저트 소비의 플랫폼화 현상으로 해석한다. 단순히 '맛있는 메뉴'를 넘어 ▲희소성 ▲실시간 정보 ▲SNS 인증이 결합되며 소비 경험 자체가 구조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줄 서는 디저트가 이제는 '정보를 가진 사람이 먼저 사는 디저트'로 바뀌고 있다"며 "소비자가 콘텐츠이자 유통의 일부가 된 셈"이라고 말했다.
다만 지속성에 대해서는 신중론이 제기된다. 두쫀쿠 열풍은 여전히 수입 원재료 가격 변동과 수급 불안정성에 취약하다. 재고 공유가 활성화될수록 소수 인기 매장으로 쏠림 현상이 심화될 가능성도 있다. 위생·품질 관리 기준이 제각각인 점 역시 장기 확산의 변수로 꼽힌다.
지역 유통업계 관계자는 "두쫀쿠 맵은 소비자의 합리적 대응이자, 동시에 유행이 정점에 이르렀다는 신호일 수 있다"며 "일시적 열풍을 넘어 하나의 메뉴 카테고리로 남으려면 공급 안정과 표준화가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정희윤 기자 star@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