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어 나오는 ‘탈원전 반성문’?…AI 나비효과로 에너지 정책 수정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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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 경쟁에 불이 붙은 가운데 막대한 전력 수급을 감당하기 위한 에너지 정책 전환 여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특히 최근 청와대와 주무부처에서 '에너지 대전환'을 강조하면서 이재명 정부의 '에너지 믹스' 정책에 변화가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메타가 AI 데이터센터 가동을 위한 전력원으로 원전을 점찍은 가운데 원전을 둘러싼 국내 에너지 정책에도 미묘한 변화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에너지 업계에선 '원전'을 언급한 것을 두고 에너지믹스 정책에서 원전의 위상에 변화가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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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믹스 정책에 미묘한 변화…신규 원전 2기 착공하나
(시사저널=허인회 기자)

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 경쟁에 불이 붙은 가운데 막대한 전력 수급을 감당하기 위한 에너지 정책 전환 여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특히 최근 청와대와 주무부처에서 '에너지 대전환'을 강조하면서 이재명 정부의 '에너지 믹스' 정책에 변화가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신규 원전 건설 가능성도 제기되는 가운데 에너지 정책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페이스북·인스타그램 운영사 메타는 최근 오클로, 테라파워, 비스트라에너지 등 원전 기업 3곳과 2035년까지 전력 공급 관련 계약을 맺었다. 총 6.6기가와트(GW) 규모로 약 600만 가구 이상이 사용할 수 있는 전력 규모다. 메타가 원전 기업과 전력 계약을 맺은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메타는 지난해 6월 미국 원전 기업 콘스텔레이션에너지와 일리노이주 전력 생산분을 구매하기로 한 바 있다.
메타가 대규모 전력 확보 계약을 맺은 이유는 AI 데이터센터 가동에 필요한 전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메타는 이번 계약으로 확보한 전력을 오하이오주에 건설 중인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프로메테우스'에 투입할 예정이다.
메타가 AI 데이터센터 가동을 위한 전력원으로 원전을 점찍은 가운데 원전을 둘러싼 국내 에너지 정책에도 미묘한 변화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정부가 'AI 3대 강국'을 목표로 정책을 추진하면서 핵심 인프라인 AI 데이터센터를 가동하기 위한 전력 수요 문제가 떠오르고 있어서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AI 3강 도약을 위해 필요한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약 20GW다. 그러나 지난해 기준 국내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1.2GW에 그쳤고 2038년 전망치도 6.2GW 수준으로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수도권에 몰려 있는 데이터센터와 부족한 송전망 등의 문제도 있지만 전력 생산 규모 자체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무부처인 기후에너지환경부의 김성환 장관의 발언이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김 장관은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바람직한 에너지 믹스 2차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국내에서는 원전을 더 이상 짓지 않겠다고 하면서 해외에 원전을 수출하는 것이 한편으로 궁색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 의견을 낸 셈이다.
김 장관은 지난해 5월 대선 국면에서 탈원전 정책에 대한 질문에 "극우 보수 진영에서 '탈원전' 프레임을 만들었다"며 "문재인 정부 역시 감원전을 했지 탈원전을 시행한 적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옹호했던 그가 반년여 만에 다소 달라진 입장을 밝힌 것이다.
김 장관은 이어 "원전 분야에 있어서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것도 사실"이라며 "적절한 원전 수준이 어느 정도고 재생에너지는 어느 정도 유지하는 것이 맞을지, 간헐성과 경직성 문제를 어떻게 조율하는 것이 맞을지 이성적으로 접근해야 할 문제라고 판단한다"고도 덧붙였다.
김 장관의 입장 변화는 올해 들어 두드러진 모습이다. 지난 1일 신년사에서 "2040년 석탄발전 중단을 목표로 재생에너지와 원전이 조화를 이루는 탄소중립 에너지믹스를 담은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수립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한 것이다. 에너지 업계에선 '원전'을 언급한 것을 두고 에너지믹스 정책에서 원전의 위상에 변화가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정치 의제된 원전 정책" 입장 바꾼 정부?
이런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도 의미심장하다는 분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8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미래 에너지를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서 나라의 성장은 물론이고 운명도 결정될 수 있다"며 "에너지 대전환도 착실하게 준비해 가야겠다"고 말했다. 에너지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한 발언인 동시에 원전의 불가피성을 내비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은 최근 원전에 대해 과학적인 접근을 강조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기후에너지환경부 등을 대상으로 한 업무보고에서 "원전 정책이 정치 의제처럼 돼 버렸다"며 "효율성이나 타당성에 대해 진지한 토론이 이뤄지지 않고 편 가르기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참석한 관계기관장들에겐 원전 건설 기간 등에 대해 자세히 묻기도 했다.
업계에선 정부의 최근 발언을 놓고 이재명 정부가 윤석열 정부 당시 결정했던 신규 대형 원전 2기를 계획대로 추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AI 대전환에 필요한 전력 공급을 위해 원전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추가 신규 원전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탈핵을 주장하는 시민단체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탈핵시민행동, 탈핵부산시민연대 등 시민단체는 지난 5일 탈핵희망전국순례 기자회견에서 "이재명 정부는 모호한 입장으로 사실상 윤석열표 핵 폭주 정책을 용인하고 있으며 신규 핵발전소 2기 건설 추진 여부에 대해서도 공론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문재인 정부에서 진행한 반쪽짜리 신고리 5·6호기 공론화보다도 후퇴한 내용"이라고 비판했다.
에너지 정책 수정의 분수령은 제12차 전기본이다. 기후부는 올 상반기 12차 전기본 초안을 내놓고 하반기에 확정할 방침이다. 핵심은 제11차 전기본에 반영된 대형 원전 2기 신규 건설 계획을 12차 전기본에 반영할지 여부다. 이를 위해 기후부는 이달 중 신규 원전 건설 여부를 묻는 대국민 여론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신규 원전 건설이 급물살을 탈 수 있다"면서 "공론화를 선호하는 이재명 정부에서 12차 전기본 수립에 중요한 자료로 쓰일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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