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인데 신라면·새우깡도 없다…'폐점 한파' 홈플러스[르포]
매대엔 PB 상품만 가득…"정말 문 닫는구나 실감"
납품 차질에 텅 빈 매대…직원들 "마음 편치 않아"
김치코너엔 음료, 우유코너엔 보리차…폐점 앞둔 현장
[이데일리 한전진 기자] “신라면이요? 지금 물건이 안 들어와서요. 저희 거밖에 없어요.”
12일 오전 서울 금천구의 홈플러스 시흥점, 라면 매대서 만난 직원은 상품을 정리하며 이같이 말했다. 새우깡이 있어야 할 자리엔 자체브랜드(PB) ‘심플러스’ 새우칩이, 신라면 자리엔 심플러스 라면이 채워져 있다. 이 매대뿐만이 아니다. 과자, 음료, 생활용품까지 매장 곳곳이 PB 상품으로 가득이다. 원하는 제품을 찾지 못하고 빈손으로 발길을 돌리는 손님도 부지기수였다.

실제로 납품 차질의 흔적은 매장 곳곳에서 드러났다. ‘김치’ 매대 이름이 붙은 냉장 코너엔 김치 대신 심플러스 음료가 선반을 가득 채웠다. 한쪽 구석에 CJ(001040) ‘썰은 배추김치’ 한두 품목만 남았을 뿐이다. ‘프리미엄 우유’ 코너에도 우유보다 심플러스 보리차가 더 많았다. ‘수입맥주’ 코너 역시 수입맥주는 거의 보이지 않고 심플러스 스파클링과 국산 음료가 자리를 차지했다. 주요 거래처 납품이 원활하지 않아 생긴 빈자리를 PB 상품으로 메운 것으로 보인다.
장류 코너를 둘러보던 금천구 주민 A씨는 해찬들 제품을 한참 찾다가 결국 빈손으로 돌아섰다. 그는 “동네라 여기 자주 왔는데 예전엔 이 정도까진 아니었다”며 “주요 제품이 하나둘씩 없어지는 걸 보니까 이제 정말 곧 문 닫는구나 싶어 실감이 난다”고 씁쓸해했다.
패션관은 이미 홈플러스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1층에는 ‘동광그룹전 90% OFF’ 현수막 아래 숲, 비지트, 애드호크 등 의류가 땡처리 가격에 쌓여 있었다. ‘5900원’, ‘2만 9000원’ 등 가격표가 붙은 옷가지들이 행거에 빼곡히 걸렸다. 한쪽에선 이미 철수한 매장이 흰 천막으로 가려진 채 방치돼 있었다. 손님보다 직원이 더 많아 보이는 썰렁한 풍경이었다.


매장 직원들 사이에선 불안감이 감돈다. 월급이 분할 지급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고, 회사는 폐점 후 전환 배치로 고용을 보장하겠다고 했지만 실제로 이뤄질지 확신할 수 없는 분위기다. 한 직원은 “구체적인 건 말씀드리기 어렵다”면서도 “솔직히 마음이 편치 않은 건 사실”이라고 했다. 폐점을 20여일 앞둔 매장에서 만난 직원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어두웠다.
홈플러스의 경영난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지난달 29일 서울회생법원에 제출한 회생계획안에는 기업형슈퍼마켓(SSM)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분리매각과 함께 향후 6년간 최대 41개 부실 점포를 단계적으로 정리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세금 미납액은 약 700억원에 달하고, 지난해 11월 26일 공개 매각 본입찰에는 인수 희망 업체가 단 한 곳도 나타나지 않았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시흥점 등 점포는 영업 중단을 앞두고 있어 물류나 재고 확보가 다른 매장보다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며 “점포별로 퇴점 절차나 준비 상황이 달라 일정이나 운영 방식에 차이가 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영업 중단 이후에는 해당 점포 근무 직원들을 인근 점포 등으로 전환 배치해 고용을 유지하는 방안을 지속 추진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전진 (noretur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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