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포럼] AI시대의 굴뚝정부

송성훈 기자(ssotto@mk.co.kr) 2026. 1. 12.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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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발전 속도가 가공할 만하다.

최근 한 달 새 발표된 AI 관련 각종 소프트웨어 신제품이나 업데이트 횟수만 봐도 어지러울 정도다.

하지만 AI 시대에 걸맞지 않은 걸림돌부터 치워야 한다.

엔비디아가 AI 개발에 필요한 그래픽처리장치(GPU) 26만장을 한국에 공급한다지만, 전력이 과연 충분한지도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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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효율화 비용절감보다
공무원 밥그릇 지키기 여전
오락가락 에너지정책과
경직적 노동정책도 AI걸림돌
송성훈 지식부장

인공지능(AI) 발전 속도가 가공할 만하다. 최근 한 달 새 발표된 AI 관련 각종 소프트웨어 신제품이나 업데이트 횟수만 봐도 어지러울 정도다.

전문가들이 가장 많이 인용하는 METR(미터) 보고서를 보면, AI 성능은 7개월마다 2배씩 증가하고 있다. 반도체 집적도가 2년마다 2배씩 늘어난다는 무어의 법칙보다도 훨씬 빠르다. 특히 AI 코딩 능력은 이보다도 빨라 불과 70일마다 2배씩 커지는 추세다. 잠시만 한눈팔아도 생산성이 남들의 절반으로 밀려날 수 있다.

'AI의 대부'로 불리는 제프리 힌턴 토론토대 명예교수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산업혁명이 인간의 힘을 무의미하게 만들었다면, 이제 AI는 인간의 지능을 무의미하게 만들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어디 일자리만 그렇겠는가. AI는 모든 것을 바꿔놓고 있다. 이미 미국은 'AI 전시상황'에 돌입했다. 지난해 11월 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제네시스 미션'이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백악관은 '현대판 맨해튼 프로젝트'라고 명명했다. 2차 세계대전 때 원자폭탄을 개발해 전쟁 판도를 바꿨던 프로젝트처럼 21세기 과학기술 패권경쟁에서도 초격차를 벌려놓겠다는 전략이다. 연방정부가 쌓아둔 세계 최대 규모의 비공개 과학 데이터를 민간에 개방했다. 국가 총동원령인 셈이다.

이에 맞서 중국은 한 달 뒤 '초강력 AI 시스템'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전국 30개 이상의 국가 슈퍼컴퓨터 네트워크를 하나로 묶었다. 최첨단 AI 칩을 확보할 수 없으니 전국의 슈퍼컴퓨터를 초고속망으로 연결시켰다. 과장이 섞였겠지만 과거 하루 종일 걸렸던 연구를 1시간으로 단축시켰다고 한다.

한국은 AI 3대 강국이 목표다. 하지만 AI 시대에 걸맞지 않은 걸림돌부터 치워야 한다.

최근 두 달 동안 20여 개 주요 기업 AI 담당자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한 가지 인상적인 공통점은 AI로 새로운 소비자 서비스를 도입하기보다는 내부 업무 효율화에 따른 비용 절감을 1순위로 뒀다. AI로 사고하고 협업하는 식으로 통째로 업무를 바꾸고 있었다. 반면 정부 관계자들은 대국민 AI 서비스에 적극적이다. 보여주기 좋은 정책 전략이지만, 정작 민간에서 1순위 목표인 업무 효율화와 인력 재배치에는 소극적이다. 기본적인 업무를 AI가 처리한다면 공무원 숫자를 지금처럼 유지할 필요가 있을까. AI가 도입되든 말든 하던 일은 그대로 하겠다는 게 아니라 그동안 소홀했던 대국민 업무를 확대할 궁리라도 해야 한다. 밥그릇만 붙잡을 때가 아니다.

고용과 에너지 정책도 큰 걸림돌이다. 일자리 급변은 불가피하다. 정보기술(IT) 업계뿐 아니라 회계사를 비롯한 전문 업종에까지 AI 영향이 전방위적으로 덮치고 있다. 현재처럼 노동시장 불확실성은 큰데 고용 경직성이 높으면 기업은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 기성세대 퇴임을 기다리면서 신규 채용은 미루거나 해외 비중을 높여야 한다. 그 피해는 사회초년생에게 집중된다.

AI는 전기를 먹고 성장한다. 미국이 제네시스 프로젝트에서 3대 국가과제로 에너지 지배력을 포함시킨 배경이다. 저렴하고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을 목표로 내세웠다. 반면 우리의 에너지 정책은 정권 따라 오락가락하면서 경쟁력이 크게 추락했다. 엔비디아가 AI 개발에 필요한 그래픽처리장치(GPU) 26만장을 한국에 공급한다지만, 전력이 과연 충분한지도 의문이다.

AI혁명은 한국의 운명을 다시 바꿀 절호의 기회다. 하지만 1차 산업혁명 때나 통했을 사상과 정책으로 무장한 정치인과 관료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다. 굴뚝산업에나 걸맞을 한물간 정책들, 아직도 철밥통만 꼭 쥐고 버티는 공직사회. 풍차를 향해 돌진하는 AI 시대의 돈키호테들이다.

[송성훈 지식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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