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환자와 2주, 게임하고 운동하고…독감 걸릴까? 안걸릴까? 실험 보니

정은지 2026. 1. 12.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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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폐된 실내에서도 독감이 퍼지지 않은 이유, ‘공기 흐름·기침·거리’ 중요
독감에 걸린 사람들과 같은 공간에서 며칠을 함께 보낸 실험이 진행됐다. 결과는 어땠을까? 예상과 달리 건강한 참가자 중 단 한 명도 감염되지 않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독감환자들이 가득한 방에 들어가면 건강한 사람도 독감에 걸릴까? 대부분의 사람은 "그렇다"고 생각할 것이다. 실제로 건강한 사람들이 독감에 걸린 사람들과 같은 공간에서 며칠을 함께 보낸 실험이 진행됐다. 결과는? 단 한 사람도 독감에 걸리지 않았다는데..., 어떤 요인이 작용한 것일까.

미국 메릴랜드대의 공중보건대학·공과대학과 의과대학 공동 연구진은 자연 감염된 독감 환자와 비감염자를 대상으로 공기 전파를 정밀하게 관찰한 최초의 통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그 결과를 국제학술지 ⟪PLOS Pathogens⟫ 지난 1월 7일자로 발표했다.

과학매체 사이언스데일리 등 보도에 따르면 연구진은 2023년과 2024년에 걸쳐 볼티모어 인근 호텔의 격리된 층을 실험 공간으로 활용했다. 실험은 2주 단위의 격리 코호트로 운영됐으며, 건강한 지원자들은 입소 시점부터 약 14일간 외부와 차단된 상태에서 생활했다. 이 격리 기간 중 일부 시간대에 자연 감염된 독감 환자들이 '노출 상황'에 참여하도록 설계됐다.

자연 감염 독감 환자는 총 5명이었으며, 모두 실험 참여 이전에 인플루엔자 감염이 확인된 상태였다. 이들과 접촉한 건강한 참가자는 총 11명으로, 평균 연령은 30대 중반이었다. 연구진은 '잠깐의 접촉'이 아니라 실제 일상과 유사한 조건을 만들기 위해, 참가자들이 같은 공간에서 대화하고 함께 활동하도록 했다.

노출 상황은 총 23차례 진행됐고, 한 번의 상황은 약 2시간에서 4시간가량 지속됐다. 전체 노출 시간은 약 82시간에 달했다. 이 기간 동안 참가자들은 자유로운 대화를 나누고, 카드 게임과 같은 공동 활동을 했으며, 요가와 스트레칭, 춤과 같은 가벼운 신체 활동도 함께했다. 펜, 태블릿, 마이크 등 공동 물품을 순차적으로 사용하는 상황도 포함됐다.

실험이 이뤄진 공간의 환기 조건은 의도적으로 제한됐다. 외부 공기 유입에 따른 환기율은 낮았지만, 대신 히터와 제습기, 팬 장치를 지속적으로 가동해 실내 공기가 빠르게 섞이도록 했다. 연구진은 이를 통해 공기 중 바이러스가 특정 지점에 고농도로 머무르지 않도록 환경을 조성했다.

실험 기간 동안 연구진은 참가자들의 증상을 매일 모니터링했으며, 비강 면봉과 타액, 혈액 검사를 반복적으로 시행했다. 감염 여부 판단은 단순한 증상 발생이 아니라, 분자진단(PCR) 검사와 혈청학적 검사까지 포함해 다각도로 이뤄졌다.

독감 환자와 지속적 생활…아무도 독감에 걸리지 않았다, 이유는?

분석 결과, 건강한 참가자 중 누구도 독감 증상을 보이지 않았고, PCR 검사에서도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검출되지 않았다. 혈액 검사에서도 새로운 감염을 시사하는 항체 상승 소견은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독감 전파가 발생하지 않은 이유로 몇 가지 요인을 제시했다. 우선 감염자들의 기침 빈도가 매우 낮았다는 점이다. 비강에서는 높은 수준의 바이러스가 검출됐지만, 실제 공기 중으로 배출되는 바이러스 양은 제한적이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또한 실내 공기가 지속적으로 혼합되면서 감염자의 호기에서 나오는 바이러스가 특정 개인에게 고농도로 전달될 가능성이 줄어들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를 이끈 밀턴 교수는 "공기를 정화하는 동시에 순환시키는 이동식 공기청정기는 실내 감염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다만 매우 가까운 거리에서 상대가 기침을 하고 있다면, 가장 효과적인 보호 수단은 N95 마스크 착용"이라고 밝혔다.

건강한 참가자들의 연령과 면역 상태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중년층은 젊은 성인에 비해 인플루엔자에 상대적으로 덜 취약하다는 기존 연구 결과와 맥을 같이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러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장시간의 밀접한 실내 노출에도 불구하고 감염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해석했다.

독감이 쉽게 전염되지 않는다는 뜻 아냐...공기순환과 환기 개선이 중요

다만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독감이 쉽게 전파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오히려 독감 전파는 단순한 거리나 동거 여부보다 기침과 같은 행동 양상, 실내 공기 흐름, 환기 조건에 크게 좌우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특히 공기가 정체된 실내에서 얼굴을 가까이 맞대고 기침이 동반되는 상황이 가장 위험한 조합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실내 공간에서 공기 순환과 환기를 개선하는 것이 감염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으며, 밀접 접촉 상황에서는 고성능 마스크 착용이 여전히 가장 효과적인 보호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독감이 매년 전 세계적으로 막대한 질병 부담을 초래하는 만큼, 연구진은 향후 다양한 조건에서 독감 공기 전파를 검증하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밀턴 교수는 "독감 유행기에는 주변 모두가 감염되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전파가 전혀 관찰되지 않았다"며 "독감이 어떻게 퍼지는지, 그리고 집단 감염을 어떻게 막을 수 있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결과"라고 밝혔다.

정은지 기자 (jeje@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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