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도 공백도 두렵지 않아" 기다릴 줄 아는 배우 박시후 [인터뷰]
혹독했던 몽골 로케이션
영화 현장에서 느낀 배우의 초심

‘신의악단’으로 약 15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박시후가 다시 찾은 영화 현장에서 느낀 설렘과 긴장, 그리고 배우로서의 초심을 솔직하게 고백했다.
지난달 31일 개봉한 ‘신의악단’은 북한 보위부 장교가 가짜 찬양단을 조직한다는 아이러니한 설정 속에서 진짜 기적의 의미를 되묻는 작품이다. 개봉 이후 관객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확산되며 상영관 수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높은 좌석판매율을 유지했고, 특히 싱어롱 상영 요청이 쇄도하며 특별 GV 상영회로까지 이어졌다.
이 같은 관객 반응의 중심에는 북한 보위부 장교 박교순 역을 맡아 강한 인상을 남긴 박시후가 있다. 최근 본지와 만난 그는 “영화는 ‘내가 살인범이다’ 이후 약 15년 만의 촬영이라 기대가 컸다”며 “드라마는 거의 생방송처럼 몰아치듯 촬영하는 경우가 많은데, 영화는 한 신 한 신 정성 들여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가 완전히 다른 세계처럼 느껴졌다”고 회상했다.
박시후가 ‘신의악단’을 선택하게 된 계기에는 시나리오에 대한 신뢰가 있었다. 그는 “영화 ‘7번방의 선물’을 굉장히 재미있게 봤는데, 같은 작가의 작품이라고 해서 망설임 없이 시나리오를 읽어보겠다고 했다”며 “개인적으로 휴먼 드라마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어 “읽어보니 역시 재미있었고, 교순이라는 인물이 냉철하고 성공을 위해 물불 가리지 않다가 악단을 만나며 변화해가는 과정이 코믹하면서도 가슴을 뭉클하게 그려져 있었다”고 작품의 매력을 짚었다.

다만 촬영 현장은 낭만적이기보다는 치열했다. 몽골 로케이션으로 진행된 촬영은 혹독한 환경과의 싸움이었다. 박시후는 “제한된 시간 안에 촬영해야 해서 기대와 달리 정신없이 흘러갔다”며 “요즘 드라마도 그렇게까지는 안 할 것 같다”고 웃어 보였다.
특히 영하 30도를 넘나드는 혹한 속에서 진행된 야외 촬영은 강렬한 기억으로 남았다. 그는 “기온이 영하 38도까지 내려간 적도 있었는데, 1분만 서 있어도 눈물과 콧물이 바로 얼 정도였다”며 “카메라가 작동하지 않아 촬영을 멈추고 장비를 녹이는 일도 반복됐다”고 설명했다.
설원에서 걷는 장면은 대본에는 없던 설정이었다. 박시후는 “원래는 다른 장소에서 촬영할 예정이었는데, 현장에서 설원을 보고 즉흥적으로 장면을 추가했다”며 “강원도였다면 절대 나올 수 없는 그림이었다. 배우로서 몰입이 굉장히 잘 됐다”고 말했다.
북한 사투리를 소화하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그는 “선생님에게 1대1로 사투리를 배웠고, 녹음 파일을 수백 번 들으며 연습했다”며 “현장에서 틀린 부분을 바로잡아주셨는데, 지적보다는 칭찬을 많이 해주셔서 더 열심히 하게 됐다”고 전했다.
노래를 소화해야 하는 역할 역시 큰 부담이었다. 박시후는 “촬영 직전까지도 노래만은 빼달라고 했을 정도”라며 “아이돌 출신, 성악과 출신 배우들 사이에서 내가 과연 가능할까 고민이 컸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어 “결국 배우답게 감정에 집중해 부르자는 방향으로 갔고, 보컬 레슨보다는 동료 배우들과 함께 연습하며 자연스럽게 만들어갔다”고 설명했다.
다만 오랜 공백에 대한 압박은 크지 않았단다. 그는 “(제안을 받아도) 마음에 드는 작품이 아니면 기다리는 편”이라며 “여행과 캠핑, 운동을 하며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해외에 나가면 수개월씩 머물며 팬들과 소통한다는 박시후는 “무명 시절이 길었기 때문에 지금 찾아와 주시는 팬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잘 안다”며 “라이브 방송이나 틱톡은 전 세계 팬들과 동시에 소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박시후는 끝으로 “강력한 작품들이 많은 시기지만 ‘신의악단’이 관객들에게 오래 남는 영화가 되길 바란다”며 “이번 작품이 또 하나의 도약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유수경 기자 uu8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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