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에 미국행 뚝… 따뜻한 호주·저렴한 대만서 ‘투·타 담금질’
LG·NC·SSG만 美본토 캠프
2023년 7팀서 절반이상 줄어
동일 예산으론 기간 1주 축소
강화된 입국심사 등도 변수로
한화· KT· 두산, 호주에 둥지
롯데· 키움 대만… KIA 日로
2차 캠프는 日이 공통 선택지


프로야구가 다시 기지개를 켠다. 프로야구 10개 구단이 오는 22일부터 차례로 1차 전지훈련에 돌입한다. 스프링캠프는 프로야구단의 시즌 첫 단추다. 벼농사에서 모내기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수확이 달라지듯, 스프링캠프의 완성도가 시즌 전체를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 스프링캠프 지형도가 뚜렷하게 달라지고 있다. 한때 전지훈련의 대명사로 통했던 미국 본토 전지훈련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실제 미국을 선택한 팀은 손에 꼽힌다. 올해 스프링캠프에서 미국을 1차 훈련지로 택한 구단은 LG와 SSG, NC 등 3팀뿐이다. 2023년 7개 구단이 미국 본토에서 1차 캠프를 차렸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 이상이 줄었다. 사실상 미국 캠프는 선택지가 아닌 예외로 바뀌는 분위기다.
미국 캠프를 바라보는 구단들의 시선이 달라졌다. 미국이 선호 캠프지에서 밀려난 가장 큰 이유는 비용이다. 원·달러 환율 상승과 현지 물가 급등으로 미국 캠프에는 ‘고비용 훈련’이라는 딱지가 붙었다. 환율이 크게 오르면서 항공료를 제외한 숙박비와 식비는 물론 차량 임차료, 훈련장 사용료까지 모든 항목에서 부담이 눈에 띄게 늘었다. 미국으로 떠나는 A 구단 관계자는 “지난해보다 상황이 더 좋지 않다. 지난해와 같은 예산으로는 체류 기간을 1주일 정도 줄여야 할 정도로 비용이 늘었다. 매년 미국 캠프 구단이 줄어든 것은 비용 문제가 결정적”이라고 설명했다.
행정 리스크 역시 구단들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단기 체류로 비자 발급 부담은 없지만, 강화된 입국 심사로 인한 불확실성은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다. 특히 선수단과 코칭스태프 인원이 많은 KBO 구단 특성상, 출입국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변수는 캠프 운영의 안정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여기에 날씨 변수도 무시할 수 없다. 최근 몇 년 사이 애리조나와 플로리다 지역에서 한파와 폭우, 강풍이 반복되며 계획된 훈련 일정이 어그러지는 경우가 잦았다. 미국 캠프의 상징이던 ‘안정적인 기후’가 더 이상 확실한 장점으로 작용하지 않는 분위기다.
물론 미국을 1차 캠프지로 선택한 구단들도 여전히 존재한다. LG는 22일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로 출국해 본격적인 1차 담금질에 들어간다. NC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애리조나주 투손을 택해 1, 2차 캠프를 모두 소화하는 장기 캠프 일정을 잡았다. SSG 역시 미국 플로리다주 베로비치에서 전지훈련을 진행하며 시즌 준비에 나선다.
이들 구단은 비용 부담과 환경 변화를 감안하면서도, 오랜 기간 축적해 온 훈련 인프라와 운영 노하우를 우선적으로 고려했다. 이미 익숙한 훈련 환경에서 선수단 관리와 프로그램 운영이 수월하다는 점이 미국행을 결정한 배경이다.

미국 중심의 전지훈련 공식이 깨지면서 호주와 대만이 선택지로 자리 잡고 있다. 올해 호주에는 한화가 멜버른, KT가 질롱, 두산이 시드니에 각각 1차 캠프를 차린다. 이들 구단은 지난해에도 같은 지역에서 전지훈련을 진행했고, 만족도가 상당히 높았다. 호주는 장거리 이동에 따른 부담이 있지만, 온화한 기후와 넓은 훈련 공간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어 기초체력 강화 등 기본 훈련 위주의 1차 캠프에 최적의 장소로 평가받는다.
외부 변수에 흔들리지 않는 환경 속에서 선수들의 몸 상태를 차분히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B 구단 관계자는 효율성을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 환율이 크게 오른 상황에서 호주 달러는 50∼60원 정도 상승했다. 비용 대비 효율이 뛰어나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라며 “훈련 여건과 예산을 함께 고려하면 호주 캠프는 현실적인 선택”이라고 말했다.
호주와 더불어 대만도 1차 캠프지로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올해 롯데는 타이난, 키움은 가오슝을 각각 선택했다. 이동 부담이 적고, 최근 훈련 인프라가 빠르게 개선된 데다 환율 부담도 크지 않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이 밖에 삼성은 과거 왕조 시절 전지훈련을 통해 기반을 다졌던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에도 미국령 괌에서 1차 캠프를 차린다. 또 KIA는 일본 가고시마현의 섬인 아마미오시마로 향한다. 직항편이 없어 일본 내에서도 한 차례 이상 이동이 필요하지만, 외부 변수에 방해받지 않고 집중 훈련이 가능한 환경에 주목했다.

실전 위주의 2차 캠프는 일본이 사실상 공통 선택지로 자리 잡았다. NC와 2차 캠프까지 대만에 머무는 키움을 제외하면 8개 구단이 일본으로 이동한다. 롯데와 두산, SSG는 미야자키로, LG와 한화, 삼성, KT, KIA는 오키나와로 향한다. 일본 프로팀과의 연습경기를 손쉽게 편성할 수 있고, 이동 거리와 시차 부담이 적다는 점이 결정적 요인이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도 이 같은 흐름에 합류한다. 야구대표팀은 1월 9일부터 21일까지 사이판에서 1차 캠프를 진행한 뒤, 2월 15일부터 28일까지 오키나와에서 2차 캠프를 치른다. 야구대표팀은 국내 구단과 일본 팀들과의 연습경기를 통해 오는 3월 열리는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준비한다.
정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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