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값만 10만원…졸업식에 허리 휜다는데 “기발하다” 반응 왜?

배윤경 기자(bykj@mk.co.kr) 2026. 1. 12.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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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와 함께 보는 틴매일경제
졸업식에서 꽃다발을 들고 사진 찍는 학생들의 모습. 연합뉴스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겠지요….”

‘졸업식’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선물은 꽃다발일 겁니다. 해마다 졸업식이 열리는 이맘때면 꽃다발 주문이 늘고, 학교 앞에는 생화 판매대와 상인들이 늘어선 풍경을 쉽게 볼 수 있어요. 그런데 최근 졸업식 꽃다발을 준비하는 모습에 색다른 변화가 감지됩니다.

졸업식 시즌은 한겨울과 겹치며 꽃값이 평소보다 높게 형성됩니다. 추운 날씨에 꽃을 재배하기 위해 난방 시스템을 가동해야 하고, 그에 따른 연료비 등 부가비용이 커지기 때문이에요. 여기에 인건비와 임대료 상승까지 더해지면서 꽃다발 가격은 전반적으로 크게 오릅니다. 현재 대학가 꽃다발 시세는 평균 3만~6만원 선으로, 표준 크기인 10호 꽃다발은 저렴해도 5만원대, 비싸면 10만원을 넘기기도 합니다.

이 같은 가격 부담 속에서 소비자들의 발길이 중고 거래 플랫폼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중고 거래 플랫폼인 ‘당근’엔 이미 사용한 졸업식 꽃다발을 되파는 게시물이 잇따라 올라옵니다.

“사진만 찍을 건데 굳이 비싸게 살 필요가 있을까?”란 인식이 확산되면서 경기 불황과 맞물린 ‘꽃다발 중고 거래 문화’가 빠르게 자리 잡는 모습이에요.

당근에서는 졸업식 꽃다발 판매 게시물은 물론 거래 완료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특히 오전에 졸업식을 마친 판매자가 오후 졸업식을 앞둔 구매자에게 꽃다발을 되파는 이른바 ‘꽃다발 릴레이’가 활발한데요. 거래 가격은 평균 1만~2만원 선으로, 구매자는 부담을 줄이고 판매자는 수익을 얻는다는 점에서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꽃다발을 중고로 판매하는 모습. ‘당근’ 캡처
기성세대가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우선했다면 이들은 소비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습니다. 꼭 필요한 곳에는 쓰되, 의미 있고 효율적인 소비를 하려는 ‘가치소비’를 실천하는 겁니다. 가치소비의 대표적인 예가 바로 ‘순환형 소비’예요. 순환형 소비란 한 번 쓰고 버리는 대신, 물건을 다시 사용하거나 중고 제품을 사고파는 등 자원을 오래 활용하는 소비방식입니다.

순환형 소비의 가장 큰 장점은 낭비를 줄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쓰고 버려질 물건의 수가 줄어들면 환경 보호에도 도움이 되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같은 만족을 더 적은 비용으로 얻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 중고 거래 시장과 재사용 제품에 대한 관심도 점점 커지고 있어요.

MZ세대의 실용성을 중시하는 소비는 졸업식뿐만 아니라 결혼식에서도 나타납니다. 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을 뜻하는 이른바 ‘스드메’ 비용이 계속 오르면서 예비부부들 사이에서는 ‘셀프 웨딩’을 선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죠.

실제로 해외 직구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에서는 웨딩드레스 거래액이 2년 전보다 20% 이상 커졌어요. 국내 중고 거래 시장도 활발해졌죠. 당근마켓에서 ‘웨딩드레스’를 검색한 횟수는 2023년보다 2024년에는 15.8%, 2025년에는 전년 대비 23.8% 더 증가했습니다.

박승준 대구대 경제금융통상학과 교수는 “MZ세대의 소비방식은 단순히 취향이 바뀐 것이 아니라 앞으로의 삶이 불안정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나온 선택”이라며 “이들은 돈을 썼을 때 금방 가치가 사라지거나 다시 팔 수 없는 물건을 피하려는 경향이 있다. 미래를 대비해 오래 사용하거나 다시 활용할 수 있는 소비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설명했습니다.

MZ세대의 소비는 단순히 ‘덜 쓰는 소비’가 아니라 ‘더 잘 쓰는 소비’로 변화하고 있어요. 일시적인 허례허식보다 오래 남는 가치를 선택하는 움직임은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다만, 꽃을 파는 상인들의 입장은 어떨까요. 졸업식과 입학식 시즌은 화훼업계의 ‘대목’인 만큼 꽃다발 중고 거래가 확산되면 화훼산업 전반이 위축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꽃다발을 대체하거나 공유하는 문화는 기후문제, 인건비 상승 등 사회·경제적 요인이 일상의 문화까지 바꿔놓는 사례일 텐데요. 단순한 선물 트렌드를 넘어 소비 방식과 가치관의 이동을 보여주는 흐름일 수 있습니다.

배윤경 기자·윤성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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