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기종기 구릉 위에 둥둥 뜬 오름 [제주 좌보미오름]

이승태 여행작가, 오름학교 교장 2026. 1. 12.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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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어디까지 아세요
좌보미오름과 알오름들. 독특한 모양의 오름이다

좌보미오름은 오름의 이단아쯤 된다. 성읍민속마을 북쪽, 표선면의 북동쪽 끝에 솟은 이 오름은 여러 오름이 한데 엉겨 붙은 듯 괴이한 모양으로 가로누워 있다. 메마른 들판을 가로질러 파도 치듯 굽이치는 구릉지대를 넘고 또 넘은 곳에 짙은 눈썹 같은, 도톰한 초승달 모양을 한 좌보미가 기다린다.

알오름과 본 오름(뒤 오른쪽) 사이의 억새지대를 지나는 탐방객들. 왼쪽 뒤로 높은오름이 고개를 내밀었다.

크고 작은 알오름과 이류구가 장관

서귀포시 성산읍과 제주시 구좌읍 접경 지대에 파수꾼처럼 불쑥 고개를 내민 좌보미는 서쪽으로 백약이오름과 마주 섰고, 북쪽의 동검은이오름과 이웃이다. 이 두 오름 사이로 금백조로가 유영하듯 부드러운 동선으로 빠져나간다.

좌보미오름 서쪽과 백약이오름, 동검은이오름 사이엔 무수히 많은 이류구(泥流丘·화산 폭발 때 산허리를 따라 이동하던 쇄설물이 만든 언덕)가 있다. 작은 언덕들로 땅이 볼록볼록하다. 제주 다른 지역에서는 보기 힘든 진풍경이다. 이 때문에 좌보미오름은 여느 오름보다 다양한 얼굴을 가졌다. 하나의 오름이면서 크고 작은 여러 오름이 무리 지은 것도 같다. 주변 풍광은 제주가 가진 온갖 매력으로 가득하다. 들머리의 초지대는 이질풀과 달개비, 쑥부쟁이, 여뀌에 수크령 등 사철 온갖 아름다운 들꽃이 피고 지며, 여러 알오름을 따라 무성한 억새는 야성미를 물씬 풍긴다. 동검은이오름이 그 자락에 수많은 알오름을 펼쳐놓은 것 같다면 좌보미오름은 수많은 구릉과 알오름 위에 둥둥 떠 있는 듯하다.

알오름들 때문에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지만, 걷는 재미가 좋다.

전체 오름 모양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은 백약이오름이다. 백약이 능선에서 보면 커다란 흙더미를 쌓아놓은 것처럼 여러 개의 오름이 포도송이처럼 뭉쳐 있다. 금백조로에 면한 북사면은 단순하게 높고 둥그스름하지만, 다른 방향에서는 크고 작은 봉우리 여러 개가 한데 엉겨 붙은 형국이다. 얼핏 보면 이것이 한 오름인지, 여러 오름이 모인 것인지 분간하기도 어렵다. 가장 북쪽의 커다란 산체가 높이

342m의 좌보미 본오름이고, 남·서쪽으로 봉긋봉긋 솟은 대여섯 개의 봉우리는 모두 좌보미의 알오름들이다. 알오름들은 저마다 별개의 오름으로 봐도 될 정도로 또렷하게 구분된다. 그 사이로 굼부리 같은 게 움푹움푹하고, 전체적으로는 남서쪽으로 벌어진 말굽형 모양이다.

수크령으로 덮인 구릉 초지대의 여름. 정상 탐방로가 아니지만, 꼭 걸어볼 만한 곳이다.

알오름 거쳐 반시계 방향 원점 회귀 코스

아리송한 이름인 '좌보미'의 유래에 대해선 특별히 알려진 게 없다. '좌우에 봉우리가 있어서 서로 의지하는 격이라 하여 좌보미라 부른다'거나 '범이 앉아 있는 모습이어서 좌범이[坐虎]라 부르던 게 좌보미로 와전된 것'이라는 말이 있다지만, 목소리가 희미하다. <오름나그네>를 쓴 김종철 선생은 풍수지리에 기반한 유래설에 무게를 둔다. 풍수지리에서는 산 모양을 하늘의 별에 빗대어 일컫는 '구성 九星'이란 게 있는데, 구성의 하나인 '좌보성 左輔星'에서 유래했다는 것이다. 한자로는 좌보산 左輔山, 좌보악 左輔岳, 좌부미 左付尾 등으로 적는다.

겨울날, 백약이오름에서 본 눈 덮인 좌보미오름. 왼쪽의 눈 덮인 곳이 여름이면 꽃천지로 바뀐다.

오름의 북쪽 자락을 스치며 금백조로가 지나지만, 좌보미와 알오름 탐방은 백약이오름 들머리의 주차장 왼쪽으로 난 콘크리트 도로를 따라 2㎞쯤 들어선 곳에서 시작된다. 승용차로 오름 들머리까지 접근할 수 있으나 도로가 넓지 않고, 곳곳에 흙탕물이 고일 때가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

오름 정상부의 겨울딸기 군락지. 한겨울에 익은 야생 딸기를 찾느라 모두 분주하다.

탐방은 북서쪽 알오름을 거쳐 좌보미 본오름에 올랐다가 반대편 능선과 이어진 남동쪽 알오름을 지나 출발지로 돌아오는 반시계 방향 코스가 무난하다. 두 길은 들머리에서 곧 갈라지기에 반대로 가도 좋다. 하나씩 독립된 산체를 이룬 알오름 때문에 오르내림을 몇 번 반복해야 한다. 주변에 말로 표현하기 힘든 제주 들녘 풍광이 시원스레 펼쳐지고, 운치 좋은 오솔길이 이어져 힘든 줄 모르고 걷게 된다. 알오름에 올라 조망하는 한라산과 그 품에 안긴 오름들은 아무리 보고 또 봐도 기분이 좋다. 백약이와 동검은이, 높은오름도 가까이에서 정답게 인사를 건넨다. 하나하나 짚어보는 즐거움이 참 좋은 곳이다. 알오름 사이 넓은 억새 지대도 장관이다. 바람이라도 불면 좌보미오름 탐방 시간은 한없이 길어지고 만다.

제주 사람들이 '저슬탈'이라고 부르는 겨울딸기. 달콤 새콤한 맛이 일품이다.

날것 그대로의 제주 풍광

여러 알오름과 구릉, 굼부리를 모두 끌어안은 좌보미 본 오름은 막상 정상 조망이 막힌다. 대신 숲의 기운이 좋아 걷는 내내 삼림욕을 제대로 즐길수 있다. 정상 부근 숲 바닥엔 땅을 기며 자라는 겨울딸기가 많다. 한라산이 하얀 눈으로 가득 덮여야 빨갛게 익는 제주도 겨울딸기는 상록성 덩굴식물이다. 제주에서는 '한탈', '저슬탈'이라고 부른다. 여기서 '한'은 춥다는 뜻이고, '저슬'은 제주어로 겨울을 가리킨다. 맛이 야생 산딸기와 같아서 생식하며, 잼이나 파이, 주스 등의 재료로 쓴다. 겨울철 제주 숲에서 만나는 즐거움 중 하나다.

좌보미와 그 주변 지형의 매력을 제대로 느껴보려면 이 정상적인 탐방 코스를 조금 비트는 게 좋다. 백약이오름 주차장에서 좌 보미오름으로 들어서다가 왼쪽으로 나타나 는 초지대를 들머리로 잡는 것. 초지대 사이 의 구릉들을 오르내리며 안으로 들어서다 보면 초지대 안의 길이 끝나는 곳에서 좌보미와 북서쪽 알오름 사이의 안부가 보인다. 제대로 탐방로가 조성되진 않았어도 안부를 향해 오르면 큰 어려움 없이 갈 수 있다. 이 들판은 그야말로 제주가 품은 보석 같은 곳이다. 풀이 무성한 곳이지만, 상상 이상으로 멋진, 날것 그대로의 제주 풍광이 가득하다.

스누피가든
스누피가든

Info

교통

내비게이션에 '백약이오름' 입력. 백약이오름 주차장 입구 왼쪽의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 2km 직진하면 왼쪽으로 좌보미오름 안내판이 보인다. 농로 중간에 물이 고인 곳이 자주 나타나기에 주의가 필요하다. 제주시 버스터미널에서 성산항을 오가는 211, 212번 버스가 백약이오름 앞에 선다. 여기서 좌보미오름 들머리까지 2km는 걸어야 한다.

주변 볼거리

스누피가든

동검은이오름 주차장 앞에서 금백조로를 따라 서쪽으로 1.5km 거리에 있다. 감정에 솔직하고 개성 있는 피너츠 친구들을 만나 그들 간의 상호 관계를 통한 공감과 위로의 메시지를 얻는 곳이다. 방문객들은 5개의 테마홀과 카페 스누피, 피너츠 스토어에서 걷고, 보고, 먹고 쉬면서 피너츠 캐릭터를 통해 많은 긍정 에너지를 얻는다. 매주 수요일엔 반려동물과 동반 입장이 가능하다. 입장료는 성인 1만9,000원, 어린이 1만3,000원이다. 연중무휴. 문의 064-805-1118.

동화마을의 스타벅스송당R점

맛집

제주의 나무와 돌, 문화와 신화, 사계절 꽃을 테마로 제주에서 가장 제주답게 만들었다는 테마파크인 동화마을은 동양 최대의 스타벅스라는 '스타벅스더제주송당파크 R점'을 중심으로 '제이팜정육식당'과 '제스코관광마트', '파리바게뜨몽생이집', 이시돌 목장이 운영하는 '미스터밀크', 지브리 선물 가게인 '도토리숲' 등 흥미진진한 가게들로 가득하다. 자연친화적으로 조성한 공원에서 식사와 쇼핑, 휴식까지 모두 해결할 수 있어서 연중 많은 이가 찾는다. 문의 064-743-5000.

월간산 1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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