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고급 호텔도 점령한 초코파이...성공 비결은 '현지화'
2004년 현지업체 인수로 첫 진출
채식 문화 맞춰 동물성 재료 빼고
현지 밀가루 조달, 낱봉으로 판매
작년 빙과공장 증설, 시장 확대 발판
"인도인 매니저 채용, 주인의식 높여"

'롯데 초코파이'는 연 매출 850억 원 이상을 올리는 등 인도 초코파이 시장에서 약 70%의 점유율을 자랑한다. 인도 고속철도에서 기내식으로 제공되거나 고급 호텔 미니바에 놓일 정도다. 롯데웰푸드는 한국 식음료 기업이 인도 현지화에 성공한 대명사로 여겨진다.
롯데웰푸드의 성공 비결을 알아보기 위해 지난달 16일 인도 수도 뉴델리에서 차량으로 90분 거리의 하리아나주 로딱 지역의 롯데 인디아 건과 공장을 찾았다. 롯데웰푸드 대전 공장을 벤치마킹해 2015년 완공한 이 공장에는 약 2만5,000㎡ 규모로 초코파이 생산 라인 1개와 2025년 7월 가동을 시작한 빼빼로 생산 라인 2개가 있다. 올해는 초코파이 생산 라인 1개와 신규 창고가 증설될 예정이다.
공장에는 롯데웰푸드 주재원(공장장) 한 명을 빼면 모든 직원이 인도인이었다. 문영진 공장장은 "인도인 매니저가 공장을 관리할 수 있게 한다"며 "그들이 롯데 인디아를 움직인다는 주인 의식을 갖게 하는 게 현지화 전략의 하나"라고 말했다.
현지화 첫 관문은 '채식주의자 마크'

인도 시장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한 롯데웰푸드는 2004년 타밀나두주 벵골만 연안의 대도시 첸나이에 기반을 둔 인도 최초의 캔디업체 '패리스'를 사들여 '롯데 인디아'라는 이름을 붙였다. 탄탄한 영업 조직을 가진 게 인수 이유 중 하나였다.
현지화를 위한 첫 관문은 '채식주의자 마크(Vegetarian Mark)'였다. 종교적 이유 등으로 전체 인구 중 40%가량이 채식주의자인 인도에서 동물성 젤라틴이 있는 초코파이 주재료 마시멜로를 쓰면 살아남기 어려웠다. 롯데웰푸드는 긴 시간 연구개발(R&D) 끝에 해초류를 쓰면서도 마시멜로의 풍미와 식감을 살려내 마크를 따냈다.
초콜릿과 밀가루도 현지화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문 공장장은 "인도의 고온을 견뎌 내면서 초코파이 형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48도까지 녹아내리지 않고 견딜 수 있는 초콜릿을 만들었다"며 "재료를 현지화하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다고 믿고 현지에서 조달 가능한 밀가루를 찾아내는데 공을 들였다"고 말했다.
이렇게 탄생한 인도판 초코파이는 인기는 좋았지만 다소 비쌌다. 당시 인도 캔디 제품은 0.5루피, 일반 비스킷은 5루피였는데, 초코파이는 6개들이 한 박스가 60루피였다. 회사는 고심 끝에 한국 제품(40g)보다 작게(26g) 만들어 단가를 낮추고 낱봉으로 판매하는 '모노' 제품 유통 방식을 도입했다. 그랬더니 판매량이 늘었고 인도의 대표 고급 간식이 됐다.
'선점 효과' 위해 빙과류 시장도 진출

초코파이의 성공 경험은 롯데웰푸드에 귀중한 자산이 됐다. 빼빼로 같은 막대형 과자류와 빙과류 시장의 점유율을 높이는 데 훌륭한 도구로 쓰고 있다. 인도에선 낯선 막대형 과자에 맞는 현지 밀가루를 찾아냈고 고온을 견디는 초콜릿을 썼다. 빼빼로를 낱봉으로 사먹을 수 있게 한 것도 마찬가지다. 다만 기본 빼빼로와 크런키 제품 두 종류를 출시한 건 다르다.
빙과류 사업도 초코파이 사례를 본 떴다. 2017년 구자라트주 아메다바드 기반의 '하브모어 아이스크림'을 인수한 롯데웰푸드는 한국에서 인기가 높았던 '돼지바' 등을 현지인 입맛에 맞게 바꾸고 '크런치바' 같은 새 이름을 붙였다. 지난해 2월에는 낮은 온도에서 보관·유통해야 하는 빙과류 특성을 고려해 물류 및 시장 확대에 유리한 중서부 푸네에 빙과 공장을 완공했다. 기존 구자라트 공장보다 여섯 배 크다. 푸네 공장의 생산 물량을 바탕으로 서부지역 시장 지배력을 높이는 동시에 이곳을 인도 남부 진출의 전초기지로 삼을 예정이다.
신동빈 회장도 인도의 과자·빙과 산업에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다. 당시 그는 준공식에 참석해 "(푸네) 공장이 롯데의 글로벌 식품 사업에 있어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인도에서 빙과 사업을 시작한 이후 롯데는 인도의 눈부신 경제 성장 속도에 맞춰 주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며 "품질이 최상인 제품을 만들어 하브모어를 인도에서 가장 사랑받는 브랜드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당시 행사에는 장남 신유열 부사장이 동행했고 파드나비스 인도 마하슈트라주 총리도 축사했다.
롯데 인디아는 총 매출이 2023년 2,700억 원, 2024년 2,905억 원으로 성장 중이다. 2032년까지 연 매출 1조 원 달성을 목표로 했다. 롯데 인디아는 배가 고프다. 지난달 19일 푸네 공장에서 만난 이승민 공장장은 "신축 공장은 인도의 수요가 늘어나면 언제든 증축할 수 있게 기초 작업을 해뒀다"고 설명했다. 롯데 인디아는 아직 시작 단계란 얘기다.
로딱·푸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北 향한 무인기 발사 지점 가봤더니... “한미 감시망 있는데 다 뚫렸다” | 한국일보
- 안성기가 고급 수입차 대신 그랜저 살까 고민한 이유 | 한국일보
- [단독] 출마 준비 시·구의원들 '지방선거 직전' 이혜훈에 줄줄이 고액 후원 | 한국일보
- 의혹만 13개인데 '버티기' 김병기... 12일 징계 수위 나온다 | 한국일보
- '빙판에서 차 미끄러지기 시작하면…' 블랙 아이스에서 살아남는 법 | 한국일보
- 13일 구속 갈림길, 전광훈 목사 "대통령 돼 돌아오겠다" | 한국일보
- '저속노화' 정희원 불륜 의혹에 고개 숙였지만…"성적 역할 강요 없었다" | 한국일보
- 또 블랙 아이스?… 5명 사망 서산영덕고속道 "제설제 안 뿌렸다" | 한국일보
- 김성환, 故 송대관에게 10억 빌려준 뒤 마음고생… "돈 빌려달라는 연락 늘어" | 한국일보
- "故 안성기, 매년 아파트 관리실 직원들에 호텔 식사 대접" |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