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맞은 주검 포개둘 정도”…이란 반정부 시위 유혈 진압

이란 정부가 인터넷·통신을 차단하고 반정부 시위 유혈 진압에 나서면서 병원에 “주검을 포개어 둘 정도로”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이란 당국의 강경 진압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말 경제위기로 인해 촉발된 시위가 2022년 ‘히잡 반대 시위’ 이후 최대 규모의 반체제 운동으로 번지는 상황이다.
에이피(AP) 통신 등은 이란 정부가 10일 “시위에 가담하면 누구든 사형”이라며 강경 대응을 선포한 가운데 11일 사망자가 최소 116명을 넘는다고 인권단체 인권활동가통신(HRANA)을 인용해 보도했다. 여기에 따르면 이란 31개 주 185곳에서 시위가 벌어졌으며, 사망자 116명 중 7명이 18살 미만이었다. 이 중 37명은 군·검찰 등 소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정부는 8일부터 인터넷, 휴대전화, 유선전화를 모두 차단하고 강경 진압에 돌입했다. 유일한 희망인 위성통신도 연결이 잘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인권활동가통신은 “대외 연결망을 차단해 정보에 접근하기가 어려워졌지만, 시위가 지속되는 걸 막지는 못했다”며 “시라즈·자헤단 등에선 시위대가 거리로 계속 나오고 있다는 보고가 있다”고 전했다.

사망자 다수가 총상을 입었다. 10일 영국 비비시(BBC)는 “머리와 가슴에 총을 맞은 젊은이들이 병원으로 실려 온다”는 이란 의료진의 말을 전했다. 위성통신을 통해 연결된 수도 테헤란의 한 병원 직원은 “부상자가 너무 많아 심폐소생술을 할 시간조차 없었다. 약 38명이 숨졌는데 대부분 응급실에 도착하자마자 사망했고, 도착 전에 이미 목숨을 잃은 경우도 있었다”며 “영안실에 자리가 없어 주검을 쌓아 올려야 했다”고 전했다. 20~25살가량의 젊은 층이 많았다.
개혁 성향의 현지 매체인 이란와이어는 “옥상이나 테라스에서 총을 쏘고 있다. 평범한 행인들까지 쏜다”는 의사 증언을 전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타지리시아르그 지역(테헤란의 번화한 거리) 뒤편에 저격수들이 배치되어 있고, 수백구의 주검을 봤다”는 목격자 말을 보도했다. 이란 곳곳 안과에도 응급 환자가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보안군이 주로 사용하는 산탄총은 발사 시 파편이 흩어지므로, 사람들이 눈에 부상을 입는 경우가 늘어난다.
이란에서는 토요일이 한 주가 시작되는 날이지만, 10일 많은 이란 학교가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했다고 이란 국영텔레비전이 전했다. 이란의 준관영 통신사인 파르스 통신은 시위대가 총을 쏘는 모습, 정부 청사로 보이는 건물에 화염병을 던지는 모습 등을 담은 시시티브이 영상을 공개했다. 이란 내 상황이 악화되면서 오스트리아항공, 튀르키예항공 등 항공사들은 이란행 항공편을 취소했다.
10일 현재까지 소셜미디어에는 북부의 사아다트아바드 지역에서 수천명이 몰려나와 시위를 벌이는 모습, 수도 인근 카라지의 정부 청사 건물이 불타는 모습 등이 올라와 있다. 북부 라슈트, 북서부 타브리즈, 남부의 시라즈·케르만 등의 시위 모습도 올라왔다.
영상 속에서 사람들은 “하메네이에게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이란의 최고 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물러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마단에서는 팔레비 왕정 시대의 이란 국기를 흔드는 모습도 포착됐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은 전했다.
외신 중 유일하게 테헤란에서 보도 중인 것으로 알려진 알자지라 통신은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이 나라를 통치해온 신정 체제의 종식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처음엔 시위를 인정하는 듯했던 당국이 시위대와 ‘파괴 공작을 벌이는 폭도’를 구분 짓고 강경하게 대응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통신을 차단한 것으로 보아, 앞으로 사망자가 더 늘어날 것이란 우려도 있다. 비비시에 따르면, 2022년 마흐사 아미니의 사망으로 촉발된 히잡 반대 시위 때도 통신이 대부분 차단됐으며, 당시 100일 넘게 이어진 시위로 550명 이상이 사망하고 2만명이 체포됐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시위대를 지지하며 “이란은 그 어느 때보다 자유를 갈망하고 있다. 미국은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은 익명의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10일 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을 겨눈 군사 공격 계획을 검토했지만 최종 결정은 내리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미 국무부는 이와 별도로 “트럼프 대통령을 갖고 장난치지 말라. 그가 무언가를 하겠다고 하면 반드시 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도 10일 “정당한 시위에 대한 폭력 진압을 규탄한다”며 이란 정부가 유혈 진압을 멈출 것을 촉구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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