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달 전 ‘무인기 침투’까지 덧붙인 북, ‘적대적 두 국가’ 내부 결속 노렸나

권혁철 기자 2026. 1. 11.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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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은 지난 10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지난해 9월과 지난 4일에 한국이 침투시킨 무인기를 격추했다고 주장하며 이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사진은 북한이 주장한 추락된 한국 무인기 잔해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10일 최초 제기한 ‘한국 무인기의 영공 침투’ 주장은 2024년 윤석열 정부 때 있었던 우리 군의 무인기 도발과는 몇가지 대목에서 눈에 띄는 차이가 있다.

우선 주목되는 것은 북한이 지난 1월4일 있었던 무인기 침투 사실을 공개하면서 지난해 9월 침입했다는 무인기까지 뒤늦게 공개한 점이다. 최초 사건이 발생했을 때는 입장을 내지 않다가 최근 있었던 사례와 묶어 공개하면서 판을 키운 것이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11일 “북한이 일반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에도 한국 무인기 침입 사실을 공개한 점으로 볼 때, 내부 결속을 강화하면서 남북이 ‘적대적 두 국가’ 관계라는 점을 명확히 각인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노동신문 공개 시점이 북한의 제9차 당대회 개최 전이라는 ‘시점’에 주목하면, 당대회를 통해 ‘적대적 두 국가’에 대한 당내 논의를 일단락 짓고 상반기 최고인민회의에서 북한 헌법을 개정할 때 ‘적대적 두 국가’를 반영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했다. 북한의 문제 제기가 한-중 정상회담 직후 나왔다는 점을 주목하는 이들도 있다. 한-중 관계 복원과 이번 정상회담에서 중국이 보여준 태도에 대한 불만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북한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은 지난 10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지난해 9월과 지난 4일에 한국이 침투시킨 무인기를 격추했다고 주장하며 이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사진은 북한이 주장한 개성시 장풍군에 추락된 무인기.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남북 양쪽이 보인 반응도 이례적이었다. 대화 채널이 끊어져 직접 대화가 불가능한 남북 당국은 10·11일 이틀 동안 담화와 성명, 입장을 연이어 내며 언론을 통한 간접 소통을 이어갔다. 지난 10일 오전 북한군 총참모부가 성명을 통해 ‘지난해 9월과 지난 4일 한국 무인기가 또다시 침입했다’고 주장하자, 국방부는 이날 오전 “우리 군은 북한이 주장하는 일자에 무인기를 운영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을 고지했다.

같은 날 오후 김홍철 국방부 정책실장이 공식 브리핑을 자청해 ‘민간영역의 무인기 운용 가능성을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했고, 오후 늦게는 청와대 대변인실이 이재명 대통령이 “(민간 무인기가 북한으로 넘어간 것이) 사실이라면 한반도 평화와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중대 범죄이므로, 군경 합동수사팀을 구성해 신속 엄정 수사하라”고 지시했다는 사실을 전했다.

다음날인 11일 오전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한국 당국은 중대주권침해 도발의 책임에서 발뺌할 수 없다’는 제목의 담화를 내자 청와대는 “정부는 북측에 대한 도발이나 자극 의도가 없음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며 적극적인 수습 의지를 보였다.

김홍철 국방부 정책실장이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무인기 관련 북한 총참모부 성명에 대한 국방부의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이날 국방부는 한국이 무인기를 또다시 침투시켰다는 북한의 주장에 대해 우리 군의 작전이 아니라고 거듭 강조하며 민간 영역에서 이뤄졌을 가능성을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한국 무인기의 영공 침입이란 초대형 갈등 이슈가 터졌는데 북한이 적대적 무시 전략이나 즉각적인 군사적 긴장 고조 전략을 택하지 않은 점에 주목했다. 북한이 긴장과 대결보다는 적극적인 상황 관리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이번 사안에서 북한의 반응 속도가 빠르고 반응 주체가 북한의 대남정책을 총괄하는 김여정 부부장급”이라며 “김여정 담화 내용도 냉랭하지만, 거친 언사 대신 ‘무인기가 개인 소행이라고 한국 당국이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온건하고 원론적인) 주장을 펴고 있다”고 말했다.

이참에 한국 정부가 신속히 수사해 진상을 밝히면 남북관계 회복의 실마리가 될 수도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최용환 위원은 “한국이 남북 공동조사를 제의하고 성사되면 추락한 무인기 조사를 위해 북한 지역을 방문할 수 있다. 남북 군사 접촉을 재기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여정 부부장이 담화에서 “민간 소행으로 발뺌하려 한다면 공화국 영내에서 민간단체들이 날리는 수많은 비행물체들의 출현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밝힌 대목을 두고선 반응이 엇갈린다.

최 연구위원은 “현재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를 돕고 있는 상황이라 남쪽으로 무인기를 보낼 여력은 많지 않다”며 김 부부장의 언급을 ‘엄포용’으로 봤다. 반면 김동엽 교수는 “드론이 남북 간 새로운 갈등·위협 요소로 등장했다”며 “민간단체라도 영공 침범은 명백한 국제법 위반임을 분명히 하고 우리가 선제적으로 ‘드론 상호주의 금지선’을 만드는 등 군사적 대응이 아닌 법적, 제도적 차원에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권혁철 장예지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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