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지역에 돈이 돌고 지방은행이 살아야 지역이 산다

송순호 경남대학교 초빙교수 2026. 1. 11.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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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자금의 지역 투자 구조 필수
지방은행이 선순환의 출발점 돼야

경남도민일보가 신년기획으로 '지역에 돈이 돌아야'를 연재했다. 지역에 돈이 돌게 하는 지역금융 중요성 등을 되짚어 '십분 공감'할 수 있었다.

국민의 절반이 수도권에 살고, 자본의 70%가 수도권 금융기관에 머무는 현실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문제는 이 흐름이 지속할수록 비수도권은 인구 감소와 산업 침체, 금융 소외가 겹치며 '지역소멸'이라는 구조적 위기에 빠진다는 데 있다.

최근 통계가 보여주듯 수도권은 성장하지만, 다수 비수도권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지역 격차가 아니라 국가 전체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신호다.

지역경제 침체 핵심 원인 중 하나는 돈이 지역에서 벌려도 지역에 머무르지 않는 구조에 있다. 예금은 수도권으로 빨려 들어가고, 대출은 서울 아파트와 수도권 부동산에 집중된다.

금융 일극화는 실물경제의 다양성을 약화시키고, 장기적으로는 국내총생산(GDP) 성장마저 제약한다. 결국 지역균형발전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며, 그 중심에는 '지역금융', 특히 지방은행의 역할 강화가 있다.

지방은행은 본래 지역경제를 뒷받침하고자 만들어진 금융기관이다. 지역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자영업자에게 안정적인 자금을 공급하고, 시중은행이 닿지 않는 금융 사각지대를 메워왔다.

실제로 지방은행 대출 증가율은 해당 지역 경제성장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러나 수도권 집중과 인터넷전문은행 확산, 시중은행 지역 공략 강화 속에서 지방은행의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이제 지방은행을 단순히 '규모가 작은 은행'이 아니라 지역경제의 핵심 인프라, 즉 '지역은행'으로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 비수도권에 본점을 두고, 해당 지역에서 가장 촘촘한 영업망을 가진 금융기관이라면 그 역할과 공공성을 제도적으로 인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역은행 육성 특별법' 제정과 같은 법·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지역은행으로 지정된 금융기관에는 공공기관 거래 참여 확대, 정책자금 운용 우선권, 경영평가 인센티브 등 실질적인 유인책이 따라야 한다.

특히 지방으로 이전한 공공기관 역할이 중요하다. 막대한 운영자금을 보유한 공공기관이 여전히 시중은행만을 주거래 은행으로 선택하는 현실에서는 지역 자금의 선순환을 기대하기 어렵다. 공공기관이 지역은행과 거래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특정 금융기관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이 아니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투자다. 공공자금이 지역은행을 통해 지역 기업과 소상공인에게 공급될 때, 비로소 돈은 지역 안에서 돌기 시작한다.

지방은행 역시 변화가 필요하다. 지역민의 애향심에만 기대기보다, 지역 산업 특성과 인구 구조를 반영한 맞춤형 금융상품, 소상공인·청년·사회적 경제를 위한 금융서비스를 적극 개발해야 한다.

인터넷전문은행과 협업, 디지털 금융 역량 강화도 선택이 아니라 생존 전략이다. 동시에 부동산 담보 위주의 대출에서 벗어나 지역 산업과 일자리에 투자하는 금융으로 전환해야 한다.

지역소멸을 막는 길은 멀리 있지 않다. 지역에서 돈을 벌고, 돈을 빌리고, 소비한 돈이 다시 지역에 투자되는 구조, 그 선순환의 출발점에 지방은행이 있다.

지방은행이 살아야 지역경제가 살고, 지역경제가 살아야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미래도 가능하다. 이제는 금융의 효율성만이 아니라, 금융의 공공성과 지역성을 함께 고민해야 할 때다.

/송순호 경남대학교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