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비롯한 경남에 소재한 주요 공기업의 수장 공백이 길어지면서 정책 추진과 조직 운영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최근 LH 사장 직무대행이 사의를 표명했고,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 등도 여전히 공석인 가운데 현장 곳곳에서 리더십 부재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공공기관장은 통상 인사 검증과 정치적 셈법 속에 인선이 지연되곤 하지만, 지금처럼 지역의 대표 핵심 동력이 한꺼번에 멈춰 선 사례는 드물다.
실제 LH는 지난해 8월 이한준 전임 사장이 임기 3개월을 남기고 사퇴한 후 신임 사장 선임이 지연되며 공백 상태가 이어져 왔다. 여기에 이상욱 부사장까지 직무대행직을 내려놓으면서 사실상 최고 의사결정 라인이 흔들리는 상황에 놓였다.
LH는 신임 사장 재공모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재공모가 이뤄지면 이달 중 예고된 추가 공급대책 이후에도 한동안 LH 수장 자리는 공석으로 남을 전망이다.임원추천위원회의 공모 절차를 감안할 때 신임 사장 선임은 최소 2개월은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LH는 정부의 핵심 주택 공급 정책을 실행하는 기관인 만큼, 리더십 부재가 공급 일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내부적으로는 대규모 투자와 사업 추진 과정에서 책임 있는 결정을 내리기 어렵고, 외부적으로는 정책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KAI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KAI 강구영 전임 사장이 임기 3개월을 남겨둔 지난해 6월 조기 사퇴했지만 신임 사장이 선임되지 못한 채 7개월째 공석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으나, 항공·방산 산업 특성상 대형 수주와 중장기 연구개발(R&D) 투자 결정이 많은 만큼 리더십 부재의 영향이 크다는 평가다.
KAI 노동조합은 최근 사장 공백 장기화에 대해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며 조속한 사장 선임을 촉구하고 있다. 노조 측은 "사장 부재가 계속될 경우 주요 사업 추진과 조직 안정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수출 사업 결재 지연과 KF-21·FA-50 프로그램 일정 차질, 국제 파트너십 협상 지연 등 회사의 핵심 기능 전반이 흔들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는 단순한 인사 절차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 전략산업을 총괄할 리더십이 부재한 가운데 산업 전체가 방치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실제 KAI는 과거 2017년 사장 공석 당시에도 대형 수주 사업 대응력이 떨어졌던 뼈아픈 기억이 있다. 현재, 폴란드 등 글로벌 시장에서 K-방산의 신뢰도가 흔들리고 있다는 현장의 목소리는 결코 엄살이 아니다.
진주혁신도시 내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 역시 지난 2024년 8월 김세종 전임 원장이 물러나면서 원장 공석 상태가 최장기간 지속되고 있다. 이로 인해 지역 기업 지원과 기술 평가·인증 업무의 연속성 확보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유일의 공공 시험인증기관으로서 미래 먹거리 발굴에 앞장서야 할 시기지만, '직무대행' 체제 아래서는 현상 유지 이상의 과감한 투자를 기대하기 어렵다. 혁신도시 조성 취지인 지역 산업 육성과 공공기관 이전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우려도 뒤따른다.
지역 경제계는 이러한 장기 공석 사태가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공기업 수장 공백이 길어질수록 단기 실적 관리에만 치중하는 소극적 경영이 불가피해지고, 중장기 전략과 대형 프로젝트 추진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정책 집행 기관의 리더십 부재는 결국 정부 정책의 속도와 완성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직무대행 체제에서는 책임 있는 결단이 쉽지 않고, 조직 전체가 관망 모드에 들어가기 마련"이라며 "공기업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조속한 인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기관장이 비면 대외 협상력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조직 내부의 기강 해이와 전문 인력 이탈이 가속화된다"며 "정부가 지역 공기업 인사를 중앙의 '논공행상' 도구로 여기며 방치하는 사이 지역 경제는 골든타임을 잃고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