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의 얼굴로 발화한 예술, 산 자가 감당해야 할 윤리의 형상


오윤은 짧은 생애에도 불구하고 한국 민중미술의 형성과 전개 과정에서 결정적인 위치를 차지한 작가다. ‘현실동인’(1969), ‘현실과 발언’(1979), ‘민족미술협의회’(1985) 등 대표적인 민중미술 단체의 창립에 모두 참여한 유일한 작가였으며, 그의 작업 궤적은 곧 민중미술사의 흐름을 가늠하는 기준점으로 읽혀 왔다.
하지만 이러한 위상에도 불구하고 그의 삶과 작품을 전체적으로 조망한 단행본은 그동안 전시도록을 제외하면 거의 없었다.
‘오윤, 얼굴을 응시하다’는 이러한 공백을 메우는 책이다. 1980년대 시집과 소설집의 표지로 반복적으로 사용되며 대중에게 각인된 그의 판화는 익숙하지만 정작 그 형상이 무엇을 향하고 있었는지, 어떤 윤리적 질문을 품고 있었는지를 차분히 짚어낸 연구서는 드물었다. 오윤의 예술을 깊이 알고 싶어도 참고할 만한 자료가 부족했던 독자들에게 이 책은 하나의 종합적 좌표를 제시한다.
이 책을 쓴 배종민은 한국 현대미술사와 민중미술운동사를 오랫동안 연구해온 미술사학자다. 저자는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오윤의 작품을 반복해서 응시하며 말하지 않는 그림과 침묵하는 선, 죽음을 죽지 못하고 삶을 살지 못하는 사람들의 형상을 읽어내려 했다. 학술 논문으로 축적해온 연구 성과를 일반 독자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풀어낸 점 역시 이 책의 중요한 미덕이다.
저자는 기존의 정치 이념 중심 해석을 넘어 오윤의 예술세계를 ‘탈-해골-도깨비-칼노래-귀환하는 인간’이라는 도상 계보와 ‘감응의 윤리’라는 키워드로 새롭게 조망한다.
이 책은 개념을 앞세워 설명하기보다 작품을 차분히 따라가며 읽어가는 방식을 택한다. 이러한 서술은 오랜 시간 작품을 바라보고 사유해온 과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책은 총 4개 부분으로 구성됐다.
1부에서는 오윤 예술의 형성과 전환을 살피며 그의 인식론적·윤리적 기반을 검토한다. 2부는 1970-1980년대 출판미술과 사회적 맥락 속에서 그의 활동을 추적한다. 3부는 대표작 분석을 통해 죽음과 기억, 침묵과 응시가 어떻게 형상화됐는지를 집중적으로 읽어낸다. 4부에서는 후기 작품을 중심으로 귀환과 해원, 신명의 리듬으로 나아가는 감응의 구조를 조명한다. 각 장은 작품 해석에 충실하면서도, 오늘의 시점에서 다시 질문해야 할 윤리적 과제를 함께 제기한다.


/최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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