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 동서남북] 단극체제 종언과 다자외교 전환의 시대

이성재 2026. 1. 11.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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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성재 인천자주통일평화연대 상임대표

"우아한 위선의 시대는 가고 정직한 야만의 시대가 왔다." 서울대 이문영교수가 우크라이나전쟁과 트럼프 정부가 기존 규범과 질서를 내팽개치고 MAGA를 외치는 것을 보면서 한 얘기다. 지난 12월5일 트럼프 정부가 발표한 NSS(국가안보전략보고서)는 그 '정직한 야만'의 결정판이다. 문서에는 "단일패권은 더 이상 가능하지도, 추구할 가치도 없다"며 전후 국제질서의 종언을 선언했다. 아메리카대륙에서는 미국이 주도하겠다면서 80년 대서양동맹의 파트너였던 유럽을 멸시하고, 중동에서는 물러서고, 아프리카는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겠다고 한다. 새판짜기 질서에서 단 한가지 원칙은 '미국의 이익' 뿐이다. 그만큼 미국이 절박하다는 얘기다.

보고서에서 가장 특징적인 것은 중국에 관한 규정이다. 지난 트럼프 1기 NSS에서는 '최대의 도전'에서 이번에는 '경제적 경쟁자'인 동시에 '상호 유익한 경제관계'에 있는 잠재적 파트너로 표현했다. 데이비드 삭스 미국외교관계위원회 아시아안보 선임연구원은 "미국이 더 이상 중국을 전방위적으로 봉쇄할 능력이 없음을 사실상 인정하는 수사적 표현에 불과하다"고 했다. 또한 G7 중심의 서방 주도 질서에서 벗어나 이젠 C5(core-5), 미국, 중국, 러시아, 인도, 일본을 중심으로 정례협의체를 만들어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거기에 유럽은 한 나라도 없다.

그렇다고 미국이 대중국 견제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 군사, 첨단기술 측면에서 중국을 제1도련선 내에 묶어 두려는 전략은 유효하다. 다만 미국이 직접 해 온 방식이 아니라 이제는 군사적으로, 경제적으로 일본과 한국을 묶어 앞세우는 전략이다. 일본은 동북아에서 중국과 필적해 중심국가로 발돋움하려는 국가전략 차원에서 기꺼이 미국의 전략에 동참하고 있다.

이에 반해 한국은 일본과 사정이 전혀 다르다. 한국은 총알받이고 일본은 후방 군수기지이자 지휘부가 되기 때문이다. 최근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한국은 동북아 평화를 유지하려는 노력에서도 중심축이 된다"고 노골적으로 대중국 포위 최전선을 맡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12월29일 열린 제2회 한미연합정책포럼에서 데이비드 맥스웰 아시아·태평양 전략센터 부회장은 발제에서 "서울에 동북아전투사령부를 두고 도쿄에 융합노드를 둬서 적절한 시기에 전력이 배치되도록 해야 한다"며 이를 더욱 구체화하고 있다. 이러한 미국의 전방위적인 압박에 무너진다면 대한민국은 안보적으로 위태롭고, 경제적으로 가난해질 것은 뻔하다.

미국 스스로 단극체제의 종언을 선언할 정도로 다극화체제로 들어선 가운데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우리도 실리외교에 적극 나서야 한다. 그러려면 우선 한미동맹 맹신에서 벗어나야 한다. 다자주의 외교로 대응해야 한다. 트럼프의 일방주의로 많은 나라들이 미국 곁을 떠나고 있다. 떠오르는 글로벌사우스 국가들과 외교협력을 펼쳐나가는데 지금이 절호의 기회다. 우리는 반도체와 바이오, 전기차 등 첨단 제조업에서 선진국으로 올라섰기에 그들 국가의 산업화와 디지털 전환을 적극 지원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한류의 확산은 친화력을 더욱 높일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나흘간 중국을 국빈 방문했다. 이번 성공적으로 평가받는 정상회담으로 두 나라는 '전략적 협력 동반자관계'를 완전하게 복원하게 될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만해협 주변에서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고, 중일 간 외교적 군사적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동북아의 긴장 완화를 위해 갈등의 조정자로 나서야 한다. 중국이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상하이협력기구와 브릭스 등 다자기구와 협력 방안도 이번에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이성재 인천자주통일평화연대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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