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인구 5만 ‘시골읍 도서관’이 한 달 3만명을 불러온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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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오전 11시, 개관 100일을 맞은 경기 파주시 문산도서관.
인구 5만명이 채 안 되는 접경지역 문산읍에 자리한 파주 문산도서관이 한달에 3만명이 넘는 방문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특히 12월 한달에만 3만6650명이 다녀갔는데, 문산읍 인구(4만9739명)의 70%를 훌쩍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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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오전 11시, 개관 100일을 맞은 경기 파주시 문산도서관. 유리창 너머로 들어온 햇볕이 완만한 경사면 통로를 따라 부드럽게 번지고 있었다. 이동 약자를 고려해 설계된 경사면을 따라 조성된 어린이자료실에는 빈백(쿠션 의자)과 디지털 체험형 기기 사이로 엄마와 아이가 책을 읽고 있었다. 여덟살 아들 방학에 맞춰 이곳을 처음 찾았다는 운정3동 주민 유혜인(40)씨는 “집 근처에도 어린이 특화 도서관이 있지만, 이곳은 훨씬 개방감 있고 편안하다”며 “슬로프나 체험형 공간을 보면, 아이를 데리고 온 부모들 생각을 많이 한 것 같다. 앞으로도 자주 오고 싶다”고 했다.

인구 5만명이 채 안 되는 접경지역 문산읍에 자리한 파주 문산도서관이 한달에 3만명이 넘는 방문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문산도서관은 파주 북부권을 대표하는 거점 공공도서관으로, 행정 편의보다 시민 이용을 우선에 둔 설계와 운영으로 동네의 일상을 바꾸고 있다.
문산도서관은 1994년 문산리에서 문을 연 옛 도서관이 지난해 9월29일 당동리로 이전하며 새출발했다. 개관 이후 12월31일까지 누적 방문객은 8만4452명, 월평균 2만8151명이다. 특히 12월 한달에만 3만6650명이 다녀갔는데, 문산읍 인구(4만9739명)의 70%를 훌쩍 넘는다. 개관 초기 몰리는 관심과 열기가 식을 법한데도, 10월 2만3603명, 11월 2만4199명, 12월 3만6650명으로 갈수록 늘고 있다.
배경에는 이용자 중심 설계가 있다. 이곳은 책을 읽는 공간을 넘어 머물고 경험하는 공간을 지향한다. 세대별 이용 특성을 반영한 공간 구성과 커뮤니티 공간, 무장애 설계가 기본 틀을 이룬다. 정보통신기술(ICT)·인공지능(AI) 역시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이용 경험을 넓히는 수단으로 배치됐다.

‘숫자 대신 사람을 택한’ 운영 철학은 3층 개방형 미디어존에서 잘 드러난다. 다른 도서관과 달리 디지털비디오(DVD)나 음악 시디(CD)를 잠그지 않고 누구나 꺼내 볼 수 있도록 했다. 담당 사서는 “분실 위험이나 통계상 이용으로 잡히지 않는 문제보다 중요한 건, 이용자가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느냐였다”고 했다. 행정 평가에서 대출 수치가 중요하다는 점을 알면서도, 이용 경험을 우선 선택했다.
회의실·강좌실 대관 역시 온라인 예약과 비대면 승인 방식으로 장벽을 낮췄다. 덕분에 이곳은 방과후 모임 장소이자 스터디장이 되기도 하고, 민통선 인근 시민단체의 회의실이면서 마을 어르신들의 사랑방으로도 활용된다. 예약, 책 배달, 희망 도서를 1층 통합안내데스크 옆에서 찾을 수 있도록 한 점도 직원이 아닌 시민들의 편의를 고려한 결과다.

‘평화’를 내 삶과 지역 사회 속으로 끌고 오는 시도도 엿보인다. 접경지 특성을 반영해 ‘평화’를 특화 주제로 삼는 이곳은 전담 사서가 평화와 공존·통일·차별·디엠제트(DMZ)·생태 등 관련 도서와 자료를 확충하고 평화정보서비스 주간 큐레이션도 운영한다. 개관 100일 기념으로 13일부터 열리는 사할린 한인 박승의 교수의 기록전과 강연(17·24일)은 일제강점기 강제이주로 사할린에 갔다가 2009년 이후 귀국해 지역 이웃이 된 동포 140여명의 생애를 통해 이주와 귀환, 공존의 의미를 들여다볼 기회다.
이인숙 관장은 “현장에서 느낀 불편과 아이디어를 놓고 토론하면서, 방문객 누구나 내 집처럼 자연스럽게 쓰게 하자는 목표로 이용자 관점에서 재구성했다”고 했다.

송상호 기자 ss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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