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탄소창고 품고, 블루카본 시대 선도
4.우리 바다에서 일구는 탄소중립

NASA 주목 세계 최고 해조류 양식
단순 먹거리 넘어 지구 환경 보전 자원
IPCC, 新 블루카본 검증 대상에 포함
신규 탄소흡수원 국제인증 가능성↑
그린카본 대비 탄소흡수 50배 빨라
장기 저장능력 등 연구 데이터화 시급
완도군, '탄소크레딧' 실증단지 가동
전남, 테스트베드로 국제기준 선점을
2021년 4월, NASA(National Aeronautics and Space Administration, 미국 항공우주국)는 지구전망대 사이트를 통해 위성 랜싯8이 촬영한 우리나라 남해안 이미지를 공개했다. 푸른빛을 띠는 다도해를 따라 점선처럼 이어진 양식장이 뚜렷이 담겨 있는 완도 양식장 풍경이었다. NASA가 주목한 것은 완도의 해조류였다. NASA는 우리나라의 해조류가 담수나 비료가 필요하지 않아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적고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짚었다. 해조류가 단순 먹거리를 넘어 지구 환경 보전에 기여하는 미래자원이라는 사실을 전 세계에 각인시키는 순간이었다.
◆해조류, 기후위기 시대 희망으로
해조류가 기후위기 시대,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 10월 페루 리마에서 열린 제63차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총회에서 우리나라 주도로 의제화한 갯벌, 해조류, 조하대 퇴적물 등이 새로운 블루카본(Blue Carbon) 검토 대상에 포함됐다. 국제사회가 해조류의 탄소흡수 기능을 인정한 것이다.
오는 2027년 발간 예정인 '이산화탄소 제거/탄소 포집·활용 및 저장 방법론 보고서'에 해조류를 비롯한 갯벌, 조하대 퇴적물의 탄소흡수량이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 및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등 계산에 공식 반영, 신규 탄소흡수원으로 국제인증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IPCC는 195개 회원국 정부가 참여하는 UN 산하 기구로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종합·평가하는 기능을 한다. IPCC에서 탄소흡수원으로 인정하면 국제 기후변화협약UNFCCC)에서 공식 탄소흡수원으로 인정받는 셈이 된다. 특히 우리나라는 갯벌 면적과 해조류 서식지가 넓어 블루카본 탄소흡수량 계산에 유리해진다.
◆해양생태계가 품은 탄소 '블루카본'
'블루카본'은 해양생태계가 흡수해서 저장하는 탄소를 뜻한다.
숲과 같은 육상에 서식하는 녹색식물의 탄소 흡수원을 일컫는 '그린카본'(green carbon) 보다 탄소흡수 속도가 50배에 이르며 탄소 저장 능력도 훨씬 높다. 지구 산소의 20%를 만들어내는 아마존 열대우림보다 바다와 해양 습지의 탄소흡수 능력이 더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블루카본이 국제무대에 등장한 것은 2009년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유엔환경계획(UNEP)의 보고서를 통해 본격적으로 소개되면서다. 이후 독자적인 체계를 갖춰온 블루카본은 2013년 IPCC가 해양·연안생태계 보고서를 통해 맹그로브, 염습지, 해초대(잘피숲)를 블루카본으로 인정하며 국제사회에서 공식적인 탄소흡수원을 인정받게 됐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맹그로브·염습지·해초대 분포가 매우 제한적이어서 국가 탄소중립 전략에 활용에 한계가 있었다. 이에 해양수산부는 2017년부터 우리 실정에 맞는 신규 블루카본을 찾기 위한 연구를 추진해 왔다. 그 결과 가장 먼저 주목한 것이 갯벌이다. 해수부는 연구 보고서를 바탕으로 UNFCCC 당사국 총회(COP) 등에서 세계 과학자, 국제기구 관계자들에게 갯벌의 블루카본 지정 필요성을 설득했다.
또 갯벌과 함께 해조류까지 대상을 넓혀 해조류 블루카본 국제인증을 위해 바다숲(해조류) 탄소흡수에 관한 과학적 근거자료 축적에 공을 들여왔다. 그동안 해조류는 뿌리가 없어 쇠퇴기에 녹아 사라질 경우, 흡수됐던 탄소가 다시 대기로 방출된다고 알려져 블루카본 인증에 걸림돌이 돼 왔지만, 최근 해수 내 중탄산 이온(HCO3) 형태로 장기간 보관된다는 연구결과가 도출되며 탄력을 얻었다.

◆'바다 연금' 실현 속도내는 완도군
IPCC 해조류 블루카본과 관련 가장 발빠르게 움직이는 곳은 완도군이다. 우리나라 해조류 최대 주산지인 완도는 단일 지역 기준 세계 최대 미역·다시마 생산지로, 이 정도 규모의 해조류 벨트를 가진 나라는 찾기 어려울 정도다.
실제 지난 2021년 NASA가 완도의 해조류 양식장 위성사진을 공개한 후 세계적인 관심이 쏠리며 각국 전문가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미국 에너지부 산하 기관인 에너지 고등 계획원(ARPA-E), 세계은행(WB), 세계자연기금(WWF) 등 국제기구와 전문가들이 잇따라 완도를 찾아 해조류를 매개로 한 글로벌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지난해에는 신우철 완도군수를 포함한 방문단을 꾸려 미국을 방문해 항공우주청(NASA)과는 해조류 블루카본 인증 방안을 논의했으며, 에너지 고등 계획원(ARPA-E)과는 해조류 블루카본을 발굴하기 위한 한미 에너지부 국제 공동 사업인 '외해 해조류 양식 기술 시스템' 구축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그동안 완도군은 전국 최대 해조류 생산지로 해조류의 생태적 가치뿐 아니라 기후 위기 대응 자원 가능성에 주목하며 해조류가 가진 탄소 흡수 능력을 실증하고 이를 탄소 배출권으로 전환하는 기반을 마련해왔다. 이런 가운데 IPCC의 해조류 블루카본 추진이 결정되자 완도군은 해조류 블루카본 탄소 거래를 통해 창출된 수익을 지역민에게 지급하는 일명 '완도형 바다 연금'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와 관련 어업인이 해조류 양식·관리 활동을 통해 확보한 탄소 흡수량을 탄소 크레딧으로 전환·거래해 어업인 소득으로 환원되는 가칭 '바다 연금' 제도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블루 크레딧 시범 사업'을 한국수산자원공단과 추진하고 있다.
해조류 탄소 크레딧(탄소 감축 인증량) 전환 가능성을 확인하는 시범사업으로, 해조류 양식 시설 내 해조류를 수확하지 않고 유지하면서 고정된 이산화탄소 흡수량을 측정·검증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사업 대상지는 청산면 모서리 양식장으로, 1㏊ 규모의 양식장에 100m 길이의 로프 40줄을 설치해 해조류 양식에서 소멸까지 전 과정을 모니터링하며 탄소흡수량을 데이터화하는 시범사업이다. 사업을 통해 측정된 데이터는 전문 연구 기관의 검토를 통해 탄소 흡수 계량 방식과 인증 체계를 구축하고, 향후 해양 탄소 크레딧 시장 진입의 기반 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군은 향후 해조류 블루카본 정책 추진에 관한 전략도 세웠다. 완도가 '글로벌 해조류 블루카본 허브'로 도약할 수 있도록 해조류 블루카본 전담 TF팀, 탄소 흡수 벨트 협의회 등을 구성해 중앙부처, 지방 정부, 국내외 연구기관, 전문가와 정책·기술 네트워크를 구축할 계획이다.
탄소 중립의 핵심 소재로서 해조류의 가치와 필요성에 대한 국제적 공감대를 확산하기 위해 세계 각국의 전문가와 기관이 참여하는 국제 포럼과 2026년 Pre-완도국제해조류박람회, 2028년 완도국제해조류산업박람회 개최 등을 준비 중이다.
완도의 청정 해양환경과 친환경 양식 체계를 기반으로 대규모 해조류 양식장, 특히 해상풍력과 수산업 공존 방안으로 해상풍력단지 내 유휴 해역 활용 '블루카본 특화 양식 해역'을 조성할 계획이다. 해조류 종자 수급·공급센터, 탄소 흡수 인증·거래 및 정산 체계(MRV) 구축 등을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등 해조류 블루카본 경제 생태계 기반을 완도에서 선도적으로 마련해 나갈 방침이다.

◆전남 해조류, 국가NDC 열쇠 될까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의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한다. 이는 국제사회에 제출한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ational Defence Contribution, NDC)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전력·산업 부문의 감축 여력은 기술적·경제적 한계에 부딪혔고, 기존 흡수원인 산림의 탄소흡수량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이 때문에 새로운 탄소흡수원을 확보하는 것이 과제가 됐다. 또 자연기반해법(NbS)을 중요시하는 국제사회의 분위기도 블루카본이 지닌 역할을 부각시키고 있다.
해조류의 블루카본 공식화를 위해서는 탄소저장능력을 수치화 해 국제표준모델을 제시하고 이를 선점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다. 이를 위해 여러 나라가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일본은 국가차원에서 해조류 복원사업을 추진해 왔으며 2023년부터 해조류 탄소흡수량 계산을 위한 국가 표준계수를 개발하고 있다. 미국은 아직 해조류 블루카본을 공식 감축 항목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위성·AI기반 해조류 바이오매스 계산 기술은 세계 최상위 수준이다.

해조류 블루카본은 우리나라가 가장 빠르게 선점할 수 있는 기후자산이다. 오랜 기간 축적해 온 해조류 양식 기술과 규모, 어촌 구조까지 고려하면 전 세계에서 해조류 블루카본을 가장 빠르게 제도화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어서다.
특히 우리나라 해조류 양식의 74%가 생산되는 전남은 국가 블루카본의 시험장이 될 수 있다. 완도, 신안, 고흥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초대형 양식지대를 이루고 있다. 전남 바다가 '보이지 않는 탄소창고'로 세계 해조류 블루카본 논의의 '테스트베드'가 될 잠재력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전남 해조류 블루카본을 국가 NDC와 연결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를 위해 지역의 해조류 양식 인프라를 토대로 데이터 표준화와 MRV(측정·보고·검증)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또 '블루카본 시범도시 지정' 등을 통해 지역 경제 효과 창출로 이끌어야 한다. 국제협력과 표준화 경쟁에 참여해 국제 탄소시장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해야 한다.
전남은 세계 최대 해조류 주산지라는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데이터, 산업, 국제표준을 결합하면 단순한 수산도시가 아닌 '대한민국 기후자산 수도'로 도약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윤주기자 storyboard@mdilbo.com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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